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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범아파트, 삼성물산 '반색'·수의계약은 '난색'
전재민 기자
2026-07-27 07:00:00
'시범·목화·대교' 래미안벨트 성사 '관심'...조합원 "낙후된 시설, 빨리 착공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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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서울 여의도 시범아파트 단지 내에는 삼성물산 외 다른 시공사의 현수막이 보이지 않았다.(사진=전재민 기자)

[딜사이트 전재민 기자] 여의나루역 4번 출구를 나서자 오른편으로 하얀 목화아파트가 보였다. 곧게 걸어가 여의도 초중고를 지나니 성벽처럼 길게 늘어선 복도식 아파트가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이번엔 흰 벽면에 투박한 필체로 '시범'이 쓰여 있을 뿐 생김새는 판박이었다. 외벽은 새로 도색한 듯 보였지만, 구축 구조의 칙칙함을 벗어내진 못했다. 음산한 아파트 단지 너머로 오렌지빛의 63빌딩이 솟아 있었다.


지난 21일 방문한 시범아파트 단지 내 도로는 비좁아 차가 지나갈 때면 서서 기다려야 했다. 쓰레기 배출지는 생활 영역과 분리되지 않았다. 아파트 1층 어린이집 앞으로 쓰레기통과 함께 분리수거용 마대가 놓여 있었다. 언뜻 보기에도 시대에 동떨어진 시범아파트는 현재 재건축을 위한 시공사 선정에 돌입한 상황이다.


시범아파트는 1971년 준공된 여의도 최고령 아파트이자, 현재 1584가구 규모의 최대 단지다. 한강과 63빌딩 사이에 있어 재건축 후 여의도 스카이라인의 상징이 될 전망이다. 2008년 재건축추진위 승인을 받았으나 미국발 금융위기로 인한 부동산 경기 침체와 여의도 마스터플랜, 데이케어센터 갈등 등으로 장기간 정체됐다.


최근 서울 도시정비사업이 활기를 띠며 시범아파트 역시 사업 추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5월 현장설명회는 삼성물산 건설부문을 비롯해 대우건설, GS건설, IPARK현대산업개발, 금호건설, 호반건설, 제일건설 등 7개사가 참석하며 시공사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이들 중 조합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는 곳은 삼성물산이다. 시범아파트 주변 공인중개사들은 하나같이 삼성물산의 압도적인 인기를 언급했다.


한 중개사사무소 소장은 “시범아파트가 여의도에서 정비 규모가 가장 크다 보니 이를 감당할 만한 건설사로 삼성물산 아니면 현대건설이 유력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며 "아무래도 조합원 대부분이 삼성물산 래미안을 선호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어 "1년 전까지만 해도 현대건설이 적극적으로 수주 의지를 보였다"며 "근래에는 삼성물산만 모습을 보이고 있어 조합원들이 삼성물산이 시공하길 바라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삼성물산은 최근 여의도 주요 정비사업장이 활기를 띠자 수주전에 공격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지난해 시범아파트와 인접한 대교아파트 수주전에서 두 차례 단독 응찰을 거쳐 수의계약 방식으로 시공사가 됐으며, 목화아파트 입찰도 거듭 단독으로 응찰해 수의계약을 목전에 둔 상태다. 시장에서는 '대교-목화-시범'을 잇는 래미안벨트 구상이 거론되는 중이다.


하지만 조합원들은 삼성물산은 반갑다면서도 수의계약은 반대하는 분위기다. 목화아파트 역시 현장설명회에 7개사가 참석했으나 삼성물산의 무혈입성이 유력해진 만큼 시범아파트도 삼성물산이 경쟁 없이 낙찰될 수 있다. 당초 수주전에서 삼성물산과 대적할 것으로 예상되던 현대건설이 현장설명회에 참석하지 않았고, 대우건설 역시 조합과 인근 공인중개사에 별다른 인상을 남기지 못했다는 후문이다.


또 다른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현대건설에 대한 선호도도 컸지만 GTX 부실공사 등 이슈 이후 조합원들이 삼성물산으로 기울고 있는 양상으로 보인다”면서도 "한 시공사만 경쟁 없이 들어올 가능성에 대해선 환영하지 않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수의계약 방식은 조합보다 시공사에 유리한 조건으로 진행될 공산이 크다는 인식에서다.


시범아파트 한 조합원은 "재건축 사업에서 조합이 가장 예민한 부분은 이주비 대출과 추가 분담금"이라며 "조합은 삼성물산의 업계 지위와 신용도를 고려했을 때 이주비 대출 금리와 공사비 증가로 인한 추가 분담금이 더 적게 책정될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경쟁 입찰이 성립돼야 조합원 비용 부담이 더 줄어들 텐데 수의계약에 가까워지고 있어 아쉽다"고 부연했다.


공사 속도에 대한 조합원의 바람도 들을 수 있었다. 50대 조합원은 "요즘 같은 장마철이면 벽지도 축축해지고 바닥에 물이 고이기도 한다"며 "이웃집에서도 제습기랑 에어컨, 선풍기 다 켜야 겨우 버틴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쥐와 벌레도 자주 출몰하고 복도와 계단에 양동이를 받쳐 두는 곳도 많다"며 "하루 빨리 공사를 시작하면 좋겠다"고 전했다.


시범아파트는 현 13층 1584가구에서 지하 6층~최고 59층, 21개 동(2491가구) 규모로 재탄생할 예정이다. 공사비는 2조원(3.3㎡당 1150만원)으로 8월25일 1차 입찰 마감을 앞두고 있다.


(그래픽=김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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