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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치선 넘어 EPC까지"…한화오션, '시공 능력'보다 '책임 증명' 먼저
조은비 기자
2025.10.15 08:00:18
금융 신뢰가 자금줄 푼다…PF 앞에 선 '시공 책임' 불투명
이 기사는 2025년 10월 15일 06시 00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그래픽=신규섭 기자)

[딜사이트 조은비 기자] 한화오션이 해상풍력의 시공 전면에 나섰다. 풍력 설치선을 넘어 발전단지의 설계·조달·시공(EPC)까지 직접 맡겠다는 구상이다. 조선·해양플랜트 기업이 단순히 풍력 설치선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아예 발전소 전체를 짓겠다는 선언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EPC는 단순 시공이 아니라 금융 신뢰·보증·리스크 관리가 핵심인 산업으로 보고 있다. 그만큼 경험과 레퍼런스가 중요한 시장인만큼 한화오션이 성공적으로 프로젝트를 완수할 수 있을지 신중론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에 따르면 풍력 프로젝트의 경우 '발주처(프로젝트 주체)–EPC(시공 주관)–기자재 공급사' 구조로 움직인다. EPC는 공사와 금융을 함께 책임지는 사업의 '심장부' 역할을 한다. 한화오션은 지난해 ㈜한화의 플랜트·풍력사업부를 인수하면서 "EPC를 직접 수행할 수 있는 조직·면허를 갖췄다"고 밝혔다. 


하지만 아직까지 한화오션이 EPC 주관사로 계약을 체결한 사례는 없다. 업계에서는 한화오션의 EPC 경험이 조선·해양플랜트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게 정설이다. 아직 EPC까지 모두 맡아서 사업을 하기에는 이르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해상풍력 EPC는 토목·전기·발전·송전이 결합된 구조로, 조선소의 선박·플랜트 EPC와는 성격이 완전히 다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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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오션이 풍력 EPC를 언급한 것은 해상풍력 설치선(WTIV) 등 자사 역량과 시너지를 내겠다는 선언적 수준에 가깝다는 평이다. 이는 해상풍력 EPC가 기술보다 신용으로 움직이는 산업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해상풍력 프로젝트는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방식으로 추진된다. 금융권은 EPC를 단순 시공 파트너가 아니라 '대출 상환을 보증하는 주체'로 본다. PF 계약서에는 시공 지연·하자 발생 시 EPC가 직접 비용을 부담하는 조항이 포함된다. EPC 신뢰는 곧 PF 승인 여부를 결정짓는 안전판이다. 이 신뢰가 확보되지 않으면 설계도와 설치선이 아무리 준비돼 있어도 자금은 움직이지 않는다. 한화그룹이라는 거대한 뒷배가 모기업으로 자리잡고 있지만 실질적인 경험이나 EPC 능력이 되기 전까지는 PF 추진이 쉽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조선사가 EPC를 단독 주도할 경우 'PF 병목' 우려가 나오는 이유는 단순한 기업 규모 문제가 아니다. 해상풍력 EPC는 기술 산업이 아니라 금융 산업의 영역이다. 조선사는 세계적 시공 능력을 갖췄지만, 공사를 끝까지 책임지고 자금 리스크를 흡수할 수 있느냐는 다른 영역이다. 건설사들은 보증보험, 지체보상, 하자이행 등 PF에 맞춘 체계를 오랜 기간 운용해 왔지만 조선사는 상대적으로 금융 리스크 관리 시스템과 PF 이행 실적이 부족하다.


한화오션은 "한화로부터 플랜트사업부와 풍력사업부를 인수해 EPC 수행이 가능한 조직과 파이프라인을 구축했다"며 "현대건설과의 전략적인 협력을 통해서, 한국 해상풍력시장에서 필요한 전체적인 역량을 제공할 것"이라고 답했다.


한편 업계에서는 '전략적 협력'의 구체적인 구조가 아직은 공개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EPC는 시공뿐 아니라 PF, 보증, 손해배상까지 단일 주체가 총괄하는 구조인데, 양측이 공동으로 EPC를 수행할 경우 책임·보증·리스크 분담이 어디까지 나뉘는지가 핵심 변수다. 


업계 관계자는 "EPC는 공학이 아니라 금융 체력의 문제"라며 "조선사가 EPC를 단독 주도할 경우 PF 단계부터 병목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WTIV·변전소 같은 기자재 사업은 기술 리스크에 국한되지만, EPC는 금융 리스크까지 함께 짊어지는 구조라는 것이다. 이어 "한화오션이 토털 솔루션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기술보다 금융이 신뢰하는 EPC로 인정받는 것이 선결 과제"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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