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조은비 기자] 한화오션이 '에너지 토털 솔루션 기업'을 선언하며 해상풍력 시장에 진출했지만, 핵심 기자재인 터빈과 블레이드 제작 분야 진출은 아직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화오션은 '터빈·블레이드 제작 분야 진출' 가능성을 언급했으나, 이는 밸류체인 전반을 포괄적으로 포함한 수준인 것으로 밝혀졌다.
첫 WTIV(해상풍력 설치선) 투입 시점도 2028년 상반기로, 정부의 2030년 풍력 전체 보급 목표 19.3GW(이 중 해상풍력 14.3GW)와의 간격은 불과 2년이다. 업계에서는 정부 목표와 비교해 한화오션의 실행 계획이 아직은 부족하다는 평가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2024년 현재 상업운전 중인 해상풍력은 약 124.5MW(메가와트)다. 이는 정부가 제시한 해상풍력 목표(2030년 14.3GW)와 비교하면 약 115배의 격차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2030년까지 19.3GW 보급이라는 목표를 내놨지만, 이를 달성하기 위한 설치선 등 기반 인프라는 2028년에야 준비된다"며 "목표는 앞서 있는데 수단은 뒤따라가는 구조적 문제"라고 지적한다.
이처럼 정부가 해상풍력에 주목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육상 풍력은 부지 갈등과 환경 규제로 확장에 한계가 있는 반면, 해상은 대규모 단지를 조성하기 유리하다. 같은 면적에서 더 큰 발전량을 낼 수 있고, 대형 터빈을 설치할 수 있어 단위 전력당 원가도 빠르게 낮아진다. 탄소중립 목표와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 속에서 해상풍력이 차세대 에너지 전환의 핵심 축으로 꼽히는 배경이다.
해상풍력 사업 밸류체인을 구축하고 있는 한화오션은 주요 관련 기자재인 터빈과 블레이드 제작 분야에 진출하는 등 본격적인 사업 영역 확장에 나서고 있다. 올해 7월 한화오션은 현재 진행 중인 700억원 규모 회사채 발행에 앞서 제출한 증권신고서에서 '해상풍력 밸류체인 전반에 걸쳐 사업영역을 확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화오션 측은 "당사가 구상하는 해상풍력 밸류체인은 사업개발, 주요 기자재(터빈, 블레이드 등) 제작, 설계·조달·시공(EPC), WTIV, 운영관리, 전력판매"라고 전했다.
이는 해상풍력설치선박(WTIV)·하부구조물에 이어 해상풍력 기자재 기술력까지 확대하겠다는 계획으로, 해상풍력을 미래 사업으로 보고 있는 조선사들 가운데 가장 먼저 투자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하지만 여전히 갈 길은 멀다. 특히 터빈 국산화 가능성은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풍력발전의 핵심 기자재인 터빈은 대형화될수록 기술 난도가 크게 높아진다. 대형화는 단순한 추세가 아니라 필수다. 발전 용량을 키워야 단위 전력당 원가를 낮출 수 있고, 같은 해상 부지에 더 많은 전력을 생산할 수 있어 사업성이 확보되기 때문이다.
해상에서 터빈을 안정적으로 운용하려면 강풍·염분·파도 등 환경에서 장기간 성능을 유지해야 하며, 10~15MW급에서 설계 안전성·시공 실적·국제 인증이 상업화의 전제 조건으로 요구된다. 현재 터빈은 중국 시장을 제외하면 베스타스·지멘스게임사·GE 등 3사가 주도하고 있다.
실제 한화오션은 '터빈·블레이드 제작 분야 진출' 가능성을 언급했으나, 이는 밸류체인 전반을 포괄적으로 포함한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개발 투자 역시 터빈보다는 주변 기자재에 집중되고 있다. 한화오션은 올해 상반기에 229억 원을 연구개발비로 집행하며 '기자재 국산화 프로젝트'를 추진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와 관련해 한화오션은 "부유식 하부구조 등 기자재 국산화에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연구 범위는 핵심 기자재인 터빈이 아니라 부속 장비에 해당하는 하부구조·부유체·설치선 기자재에 국한돼 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한화오션이 설치선 확보에 사실상 모든 전략을 걸고 있다"며 "설치선이 늦어지거나 차질을 빚으면 해상풍력 확대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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