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부품사 점검]
한국단자공업
51년 커넥터 외길…현대차·기아 뛰어넘은 이익률
①단가 협상력 열위…완성차 낙수효과·우호적 영업환경 덕 고질적 저수익 탈출
이 기사는 2024년 12월 18일 07시 01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글로벌 자동차 산업의 주류가 내연기관에서 친환경차로 이동하는 가운데 국내 자동차 부품업계가 변화의 위기를 맞았다. 전기차가 부상하면서 자동차 부품의 트렌드 전환은 수년 전부터 예고돼 왔다. 완성차 업체는 고부가가치 차종 판매를 확대하며 전체적인 판매 감소를 상쇄하고 있다. 하지만 부품사의 경우 특정 완성차 업체에 매우 높은 의존도를 보이고 있는 터라 외부 변화 대응력이 떨어진다는 태생적 한계를 가진다. 이에 딜사이트는 국내 상장 부품사들의 재무 현황과 추후 과제 등을 살펴본다. [편집자주]


한국단자공업 본사 전경. (출처=한국단자공업 홈페이지)

[딜사이트 이세정 기자] 차량용 커넥터 제조사인 한국단자공업(한국단자)이 올해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할 지 관심이 쏠린다. 최대 고객사인 현대자동차그룹이 호실적 행진을 이어가면서 낙수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기 때문이다.


주목할 부분은 이익 순도다. 한국단자는 현대차·기아를 넘어선 영업이익률과 순이익률을 기록 중이다. 통상 부품사의 경우 국내 자동차 산업의 수직계열 구조 탓에 수익을 내기가 어려운데 이와 대비되는 경영성과라 이목이 집중된다.


◆ 고객사 호실적 덕 사상 첫 매출 1.5조원 돌파 기대감


1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한국단자는 올 들어 3분기까지 연결기준 매출 1조1215억원을 기록하며 3년 연속 '매출 1조 클럽'을 미리 확정지었다. 전년 동기와 비교할 때 15.9% 증가한 숫자다. 앞서 한국단자는 2022년(1조1681억원) 처음으로 연매출 1조원을 돌파했으며, 지난해에는 이보다 11% 가량 늘어난 1조2969억원을 달성했다.


정부의 전자진흥정책의 일환으로 1973년 한국과 미국의 합작 투자로 출범한 한국단자공업은 전선과 전선, 전선과 보드, 보드와 보드를 연결시키는 커넥터를 제조한다. 국내 1세대 커넥터 업체로 설립 초반에는 자동차 뿐 아니라 가전과 통신 등 각 부문별로 고르게 생산했지만, 2000년대 들어서부터 자동차용 커넥터를 주력으로 했다. 한국단자는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15년 연속 매출 성장을 이어가고 있으며, 현재 매출의 95%를 자동차용 커넥터에서 창출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한국단자의 올해 매출이 1조5000억원을 웃돌 것으로 전망한다. 단순하게 지난해 4분기 실적(3295억원)과 동일한 수준으로 계산하면 연간 매출은 총 1조4510억원이 된다. 하지만 한국단자가 매 분기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실적)을 내고 있는 데다, 계절적 비수기인 올 3분기에 4000억원에 육박하는 매출을 냈다는 점에서 시장 기대치를 상회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한국단자가 공격적인 외형 성장을 일군 주된 배경으로는 현대차그룹의 판매 호조를 꼽을 수 있다. 한국단자는 전체 매출의 70% 가량을 현대차·기아에서 올리고 있는데, 고부가 차종 판매 비중이 확대되면서 전반적인 실적 향상으로 이어졌다.


실제로 한국단자 매출의 대부분을 책임지는 자동차용 커넥터와 전자모듈 부품의 판매가격은 올 3분기 말 기준 전년 동기 대비 5% 증가했는데, 완성차의 대당 판매 가격(ASP) 인상과 직접적인 연관을 가진다. 전동·전장화가 가속화되면서 커넥터 사용량과 단가가 오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와 함께 한국단자는 또 다른 고객사인 미국 완성차 제조사 제너럴모터스(GM)과 스텔란티스로의 납품 규모가 증가했으며, 환율 등 우호적인 여건이 조성된 점이 매출 성장에 기여한 것으로 풀이된다.


◆ 원료 값·운반비 등 고정비 부담 완화…부품사 이례적 두자릿수 이익률


눈길을 끄는 점은 한국단자의 영업이익과 순이익이다. 이 회사는 올 3분기 말 누적 영업이익 1401억원과 순이익 1147억원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전년 동기 대비 영업이익은 61.3% 늘었으며, 순이익은 82.6% 불어났다. 특히 영업이익률은 3.2%포인트(p) 상승한 12.2%였으며, 순이익률은 3.7%p 성장한 10.2%로 집계됐다. 올해 실적 컨센서스(전망치 평균)는 영업이익 1700억원, 순이익 1300억원 안팎으로 추정된다.


한국단자의 내실 강화는 고정비 부담 완화에서 기인했다. 예컨대 한국단자의 매출원가율은 3.9%p 하락한 79.9%로 나타났다. 한국단자가 매입하는 주요 원자재로는 구리 등 비철원재료와 PBT 등 수지원재료가 있으며, 통상 매출에서 원재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55% 수준이었다.


한국단자공업 실적·재추 현황. (그래픽=신규섭 수습기자)

당초 올 상반기만 해도 국제 구리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원가 인상에 따른 수익성 하락 우려가 적지 않았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구리 가격 상승폭은 크지 않았고, 매출 대비 원재료 비중도 50% 중반대로 유사하게 나타났다. 운반비 비용 증가 부담도 크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된다. 한국단자가 올해 운반비로 지출한 내역을 살펴보면 ▲1분기 74억원 ▲2분기 108억원 ▲3분기 105억원 수준이다.


특히 한국단자의 수익성은 현대차그룹을 압도한다. 현대차·기아의 올 3분기 누적 합산 매출과 영업이익, 순이익은 각각 208조9081억원과 21조3681억원, 18조7893억원을 기록했다. 이 기간 영업이익률과 순이익율은 10.2%, 9%씩이다. 현대차·기아 영업이익률과 순이익률은 한국단자 대비 2%p, 1.2%p 낮은 것으로 계산됐다.


업계 한 관계자는 "밴더사는 안정적인 고객사를 확보하는 대신 납품 단가 협상력이 제한적"이라며 "국내 부품사 이익률이 대체로 5~6%대라는 점을 감안하면 10%대는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국단자는 창업주인 이창원 회장과 이 회장 장남인 이원준 사장을 포함한 특수관계자가 지분율 33.2%를 보유 중이다. 한국단자가 유일한 상장사이며, 산하 12개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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