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한미반도체 동맹한미-삼성 기류 변화…TC본더 협력 가능성↑

[딜사이트 이세연 기자] 최근 HBM 핵심 제조 장비인 TC본더를 놓고 한미반도체와 SK하이닉스 간 갈등이 발생하면서, 한미반도체와 삼성전자 간 협력 가능성이 떠오르고 있다. 한미반도체의 TC본더는 삼성전자와 마이크론이 사용하는 TC-NCF 방식과 SK하이닉스의 MR-MUF 방식을 모두 지원해, 현재 수율 문제로 HBM3E 재설계에 돌입한 삼성전자도 여러 개선 방안 중 하나로 고려하고 있다. 거래가 성사된다고 해도 한미반도체의 생산 여력에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에 따르면 한미반도체와 삼성전자는 최근 TC본더 장비 납품을 두고 논의를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삼성전자는 한미반도체에 TC본더 관련 문의를 여러 차례 해왔는데, 최근 SK하이닉스와의 갈등이 불거지면서 다시 한 번 접촉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한미반도체는 지난 2011년 삼성전자 자회사 세메스와의 특허침해 소송 이후 삼성전자와의 관계가 틀어졌으나, 현재는 앙금이 완전히 해소됐다는 평가다. 거래 재개를 두고도 '언제든 열려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한미반도체는 지난 10년간 삼성전자와 공식적인 거래가 없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실제로는 소규모의 거래가 이어져왔다. 업계 관계자는 "눈에 띄지 않을 정도로 소액이었고, TC본더가 아니었을뿐 지난 10년간 삼성전자에 누적 약 300억원 규모의 후공정 장비를 꾸준히 납품해왔다. 올해도 추가로 납품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특히 칩과 와이어를 열경화성 수지로 덮는 몰드 장비 등을 구입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어 "지난 2023년 고(故) 곽노권 회장 장례식 당시 삼성전자 임직원들이 빈소를 찾아,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에 각각 납품된 장비 견적과 리드타임(납기)을 자세히 물어보는 등 TC본더에 대해서도 상당한 관심을 보여왔다. 특히 SK하이닉스의 MR-MUF 기술을 파악하려는 목적이 가장 컸다"며 "지난해에는 상당 부분 논의가 이뤄져, 우리가 먼저 '과거 세메스 사례처럼 카피캣이 생기는 일이 없도록 유의해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하지만 삼성전자 측에서 별다른 답변이 없는 채로 조용히 한 해가 지나갔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도 최근 벤더 선정에 있어 과거 대비 유연한 태도를 보이고 있어, 양사 간 니즈가 맞아떨어지면 거래를 트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삼성전자의 장비 구매 방식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과거 세메스와 제품군이 겹쳐 거래가 끊긴 테크윙의 장비를 올 초에 10대 정도 주문하고, 특정 사건을 계기로 끊어졌던 주성엔지니어링과의 관계에도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며 "삼성전자가 과거 관계를 따지지 않고, 필요하면 벤더로 선정해 장비를 구매하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한미반도체의 경우에도 거래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고 말했다.
현재는 SK하이닉스와의 갈등이 불거지며 삼성전자와의 TC본더 거래 가능성은 우선순위에서 잠시 밀려난 상황이다. 하지만 올초까지만 해도 한미반도체 내부에서는 "삼성전자와 거래가 성사된다면 상반기 내에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왔던 것으로 전해진다.
향후 방향성은 이달 중 발표될 SK하이닉스의 2000억원 규모 TC본더 신규 발주 결과에 따라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최근 한미반도체는 SK하이닉스가 경쟁사인 한화세미텍을 벤더 목록에 추가하자 납품 단가를 28% 인상하는 초강수를 두는 등 갈등을 빚은 바 있다. 최근에는 사태가 심화되자 SK하이닉스 경영진이 한미반도체 본사를 직접 방문해 조율에 나서면서 갈등이 일단락된 모습이다.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한미반도체와 SK하이닉스 간 관계가 틀어져야 보다 원활하게 거래를 시도할 수 있다.
당장 삼성전자와 거래를 튼다고 해도 생산 여력에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미반도체는 인천 본사 인근의 6개 공장과 더불어 올 하반기 7번째 TC본더 공장 준공을 앞두고 있다. 7공장까지 완공할 시 총 2만7083평 규모의 TC본더 생산라인을 확보하게 된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한미반도체가 삼성전자에 TC본더를 납품하기 전 대규모로 생산라인을 증설하는 등 특별한 사전 준비는 필요하지 않을 것"이라며 "사실 기존 인천 공장을 그대로 쓰는 방식만으로도 충분히 대응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한미반도체가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에 공급 중인 장비들은 서로 동일한 생산라인을 공유하는 비중이 매우 높다. 특정 고객사를 위한 전용 라인이 존재하기는 하지만 그리 많지는 않다"며 "대부분 공용 라인에서 생산한 뒤, 여기서 일부 제품만 고객사 요구에 맞춰 조금씩 커스터마이징하는 구조로 안다"고 말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삼성전자가 전공정 단계에서 설계 문제를 해결해 수율을 끌어올릴 시 한미반도체의 장비를 새롭게 채택하지 않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현재 삼성전자는 10나노급 D램 공정 가운데 1a(4세대), 1b(5세대) 공정을 재설계하는 방식으로 개선 작업을 진행 중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 시점에서는 한미반도체의 장비를 활용해야 후공정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낼 수 있다고 본다"며 "그런데 만약 삼성전자가 전공정 단계에서 재설계에 성공해 수율을 확보하게 된다면, 이후 후공정(패키징) 핵심 장비인 본딩 장비는 핵심 변수에서 제외될 수 있어 한미반도체 장비 도입 필요성도 자연히 낮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