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김진욱 부국장] 최근 포털 서비스 '다음(DAUM)'이 시끄럽다. 분사 결정과 이를 반대하는 노조의 목소리, 일부에서는 다음이 매각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정신아 카카오 대표가 "분사는 없다"고 말하고 있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믿지 않는 분위기다.
다음의 상황과 최근 전해진 싸이월드의 소식이 묘하게 겹쳐진다. 싸이월드는 부활을 위한 데이터 복원 작업을 진행 중이었지만 자금 부족으로 작업이 중단됐다고 한다. 새로운 주인을 찾고 있지만 쉽지 않다는 전망이 나온다. 젊은 시절 혹은 어린 자녀들이 추억이 담긴 싸이월드를 다시 볼 수 없게 될 가능성이 커졌다. 마음 한켠이 아련하다.
싸이월드와 다음의 상황이 오버랩된 이유는 두 서비스 모두 핵심 가치를 살리기 힘든 모기업에 인수된 것이 아닌가 하는 아쉬움 때문이다.
싸이월드는 2003년 SK텔레콤 자회사 SK커뮤니케이션즈(SK컴즈)에 인수돼 운영됐다. SK컴즈는 한때 포털 네이트와 SNS 싸이월드를 운영하며 강자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모바일 시대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싸이월드를 2014년 분사를 거쳐 매각했다. SK텔레콤은 통신 사업에 집중하기 위해 비핵심 계열사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싸이월드를 떠나보냈다.
공교롭게 같은 해 2014년, 다음이 카카오와 합병을 발표했다. PC 시대의 대표적인 포털 서비스였던 다음과 모바일 시대의 강자 카카오톡의 결합은 큰 관심을 끌었다. 그러나 11년이 지난 지금, 다음이 과거 싸이월드의 길을 걷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앞선다.
카카오는 모바일 메신저 서비스인 카카오톡을 중심으로 다양한 서비스에 집중하며 성장했다. 카카오는 검색 기반의 포털 서비스와는 핵심 가치가 다르다. 지도 서비스, 쇼핑, 결제 시스템 등 다양한 모바일 중심 서비스를 강화하며 카카오는 자신의 핵심 가치를 살려가고 있다.
포털 서비스는 점차 중요성을 잃어가고 있다. 결과적으로 다음의 검색 점유율은 3~4%로 떨어졌다. 이에 카카오는 포털 서비스인 다음을 분사하기로 결정했다. 인공지능(AI) 시대에 포털의 영향력이 더 약화될 것이라는 현실을 고려할 때 카카오의 결정은 불가피해 보인다.
그렇지만 아쉬움은 남는다. 카카오는 다양한 사용자 데이터를 보유한 다음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지 않았을까? 언제나 비교가 되는 네이버를 보자. 네이버는 검색을 중심으로 다양한 서비스와 기술을 결합하며 성장했다. 네이버는 검색을 기반으로 AI, 쇼핑, 핀테크, 클라우드 등 다양한 부문에서 사업을 확장해 나갔고, 이를 통해 한국의 대표 IT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반면 카카오는 모바일 중심의 다양한 서비스를 강화하면서도 다음의 검색 서비스와 같은 기존 포털 사업에는 큰 집중을 하지 않았다. 카카오는 모바일 서비스의 핵심 가치를 높이기 위해 지도 서비스, 선물하기 중심의 쇼핑, 카카오페이와 같은 페이 서비스와 카카오뱅크를 비롯해 카카오모빌리티와 같은 O2O(Online to Offline) 서비스 등에 집중했다. 더구나 각 서비스들은 독립적인 법인으로 추진돼 다음이 낄 자리를 찾을 수 없었다. 결과적으로 다음은 그 역할을 점차 잃어갔다.
더구나 눈앞에 다가온 AI 시대 포털 서비스의 영향력이 더욱 약해질 것이 분명해 보인다. 다음은 과연 다음 기회를 찾을 수 있을까. 싸이월드의 지금이 다음의 미래가 되지 않기 위해 카카오에게 기대기 보다는 그나마 차별화된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지금에라도 다음 내부 경영진은 물론 직원들의 변화가 필요해 보인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