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 소액주주 오프라인 모임 "'합병 반대' 300만주 모으는 게 목표"

[배요한 기자] 비가 내리던 20일 저녁 7시. 서울 서초구 서울교대역 앞에 있는 한 치킨집에는 사람들이 하나 둘씩 모이기 시작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반대를 위해 만들어진 '삼성물산 소액주주 연대' 카페의 회원들이었다. 이날 모임에 참석한 회원은 7명이었다. 50대 이상으로 보이는 중년 남성이 5명, 비슷한 연배로 보이는 여성이 2명이었다. 이들의 직업은 중소기업 대표, 자영업, 주부, 무직 등으로 다양했다.


이날 모임은 다음달 17일 열리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주주 총회를 앞두고 향후 의결권 행사를 위한 주권 위임장 취합 방법 등을 논의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모임 전날 장소가 확정되는 등 급하게 일정이 잡힌 때문인지 참석자 수가 기대 보다 적었고, 이날 모임을 취재하는 취재진도 팍스넷 기자 외에는 없었다. 참석자 수가 많지는 않았지만 주주총회에서 소액주주들의 힘을 결집할 수 있는 다양한 의견이 나오면서 분위기는 달아올랐다.


자신을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대표라고 소개한 주주는 “삼성물산이 가진 삼성전자 주식 평가액만 보더라도 8조원이 넘는데 9조원의 평가밖에 받지 못하는 것은 소액주주들을 무시하는 것”이라면서 “소액 주주를 무시하는 삼성에 본때를 보이기 위해서는 소액주주들이 뭉쳐야 한다는 생각에서 이 자리에 나왔다"고 말했다.
금융회사에서 근무하다 퇴직했다고 소개한 한 주주는 "만약 합병이 성사되더라도 우리 같은 소액주주들의 행동은 소액주주의 작은 권익이 보장받는 올바른 한국의 금융시장을 만들어 가는 시발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소액주주들은 향후 의결권 행사를 위한 주권 위임장 취합방법에 대한 논의를 가졌다. 삼성물산의 주총에서는 전자투표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직접 투표를 통한 의결권 행사나 대리인을 통한 투표만이 가능하다. 한 소액주주는 “주주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면서 “변호사 및 법무법인을 통한 위임장 취합, 카페운영진을 통한 위임장 취합, 개인적인 주총참석을 통한 반대표 행사가 그것”이라고 말했다.


한 소액주주는 "현재 주식 보유 여부와 상관없이 6월 9일까지 삼성물산의 주식을 보유한 주주들은 이번 주총 주주명부에 이름이 올라있으니 주권행사 가능하다"며 "아직 위임에 동참하지 않은 삼성물산 주주분들이 적극적인 참여를 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홍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소액주주들은 삼성의 입장을 확성기처럼 보도하는 국내 언론 매체에 대해서도 서운한 감정을 드러냈다. 삼성물산 주식 수십주를 보유하고 있다고 소개한 한 주주는 “삼성이 내는 보도자료는 토씨하나 틀리지 않게 보도하는 언론이 삼성물산 소액주주들의 모임에는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는다”면서 “언론이 이런 보도 태도를 유지하면 소액주주를 무시하는 기업들의 행태는 개선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모임에 참석한 소액주주들은 소액주주 명의로 재판부에 엘리엣의 주주총회 소집·결의금지 및 주식처분금지 가처분신청에 대한 탄원서를 제출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또한 삼성물산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이 합병에 찬성할 경우 카페 명의로 집단소송을 준비하기로 했다.


소액주주들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반대한다는 기존의 입장을 재확인햇다. 카페 운영진은 “우리 삼성물산 소액주주 연대는 소액주주들의 권리를 찾기 위해 합병에 결사 반대한다”면서 “합병비율은 합리적으로 조정되어야 되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합병 반대를 위해 엘리엇과 의견을 함께 하지만 위임장에 대해서는 소액주주모임 명의로 독자적인 반대표를 행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한 언론사에 따르면 카페에 위임된 주식수는 90만주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며 “현재 카페가입자수는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어 적극적으로 홍보를 통해 반대표를 300만주 이상 모집해나갈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참석자들은 밤 10시가 넘은 시간에 합병반대를 위한 추가논의를 위해 발걸음을 다음 장소로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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