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세정 기자] 현대자동차그룹(현대차그룹) 핵심 계열사로 부상한 현대로템이 재무관리 역량 강화 차원에서 회계관리실을 신설했다. 회사 규모가 커지면서 돈의 흐름이 빨라진 만큼, 회계장부를 더욱 철저하게 감시해야 할 필요성이 대두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27일 방산업계 등에 따르면 현대로템은 올 7월 회계관리실을 새롭게 조직하고 최병희 상무를 실장에 앉혔다. 현대로템은 기존에 재경본부장 산하 재무관리실장 체제로 운영됐지만, 회계관리실장 직이 새롭게 생기면서 각 직무별 전문성을 높일 수 있게 된 것이다.
현대로템에 재경본부가 조직된 지는 15년이 채 되지 않았다. 이전까지는 전략기획·투자·HR 등을 담당하는 경영지원본부에서 재무 부문을 관장했다. 애초 각기 다른 4개사가 합쳐져서 설립된 회사인 만큼 업무를 세분화하기 보다는 컨트롤타워를 두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다만 경영지원본부장 아래의 재경담당(재무관리실장) 임원이 이사급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내 역할이 크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예컨대 현대로템의 모태는 한국철도차량이며, 1999년 정부의 구조조정 정책에 따라 현대모비스와 한진중공업, 대우중공업의 철도차량 부문이 각각 통합해 설립됐다. 출범 첫 해 연매출은 4958억원을 기록했으며 현대차그룹 자회사로 편입(2001년)된 이듬해 연간 매출이 78% 가량 급증했다. 2002년에는 처음으로 매출 1조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현대로템에 재경본부가 등장한 것은 연매출이 처음으로 3조원을 돌파한 2012년부터다. 하지만 이 회사 매출은 꾸준한 우상향 흐름을 보이지 못했다. 수주 실적에 따라 실적이 오히려 하락하는 시기도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2013년부터 2022년까지 10년 간 매출 증가율은 마이너스(-)로 나타났는데, 주력인 철도사업부의 저가 수주에 따른 출혈경쟁 영향이 컸다.
업계는 현대로템이 재경본부를 쪼갠 주된 요인으로 디펜스솔루션(방산) 사업의 호조를 꼽고 있다. 이 회사는 2023년 연결기준 매출 3조5874억원과 영업이익 2100억원을 달성했다. 전년 대비 매출은 13.4%, 영업이익은 42.4% 증가한 숫자다. 이 기간 현대로템의 영업이익률은 5.8%로 집계됐는데, 이익률이 5% 이상을 상회한 것은 2013년 이후 처음이다.
이 같은 호실적은 2022년 폴란드 정부와 맺은 K2 전차 1000대 공급 계약이 본격적으로 수익을 내기 시작한 점이 주효했다. 특히 현대로템이 맺은 K2 전차 계약은 일시에 완제품을 공급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매년 매출 확대를 견인 중이다. 그 결과 현대로템은 지난해 연매출이 전년보다 22% 불어난 4조3766억원을 달성했으며, 현대로템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50%를 웃돌고 있다.
현대로템은 올해 들어서도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올 3분기 말 누적 기준 매출은 43.5% 커진 4조2134억원, 영업이익은 무려 150.3% 증가한 7382억원을 기록했다. 증권가는 올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6조원, 1조원을 찍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자금 집행을 맡는 재무관리실과 회계·세무를 전담하는 회계관리실을 분리해 한층 엄격한 재무관리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주목할 부분은 최 상무가 현대차에서 이동했다는 점이다.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최 상무는 2021년 말 그룹 인사에서 상무로 승진했으며, 프로젝트관리(PMO)2팀장과 글로벌프로젝트팀장, 미래사업관리실장 등을 역임한 '관리형 인재'다. 이를 두고 현대차그룹 내 현대로템의 위상이 높아진 것 아니냐는 시각도 나온다.
이와 관련, 현대로템 관계자는 "매출이 늘어나고 자산 규모가 커진 만큼 회계관리를 강화하기 위한 차원으로 해당 조직을 신설했다"고 설명했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