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릿고개 삼성SDI, 유증 이어 추가 자본확충 나설까
1분기 영업손실 4340억, CAPEX 5조 안팎 전망 조달 필요성 제기
이 기사는 2025년 04월 25일 16시 40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SDI, CAPEX 추이. (그래픽=신규섭 기자)


[딜사이트 이우찬 기자] 보릿고개를 지나고 있는 삼성SDI가 배터리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투자 확대를 예고했다. 최근 1조7300억원의 유상증자를 진행하며 자본 확충에 나섰지만 설비투자(CAPEX) 규모 등을 고려하면 추가 자금 조달의 필요성은 커지고 있다는 평가다.


삼성SDI는 올해 2조원에 육박하는 유상증자를 단행하며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선제적인 자본 확충으로 투자 기조에 변화가 감지됐다. 그동안 회사는 LG에너지솔루션(LG엔솔), SK온을 비롯한 경쟁사와 비교해 보수적 투자 기조를 보여왔다. LG엔솔과 SK온이 일찌감치 미국에 배터리 공장을 세웠으나 삼성SDI는 미국에서는 후발 주자다. 


1조7300억원의 유상증자를 단행한 것은 우선 GM과의 합작사를 통해 미국 내 배터리 생산 체제를 구축하기 위함이다. 삼성SDI, GM 합작사는 2027년 양산을 위한 공장 건설을 시작한 것으로 확인됐다. 합작법인 투자에 9000억원을 쓴다. 헝가리 법인의 각형 배터리 생산능력을 키우고 LFP 배터리 라인을 건설하는 데 4700억원을 투입한다. 전고체 배터리 양산을 위한 국내 연구개발에는 3500억원이 배정됐다.


유상증자를 통한 선제적인 자금 조달에도 추가 자본 확충의 필요성은 남아 있다. 2021년, 2022년 연간 2조원 중반에 머물렀던 CAPEX는 2023년 4조607억원, 지난해 6조3576억원 등 불어나고 있다. 투자 확대 국면에서 최근 단행한 유증으로는 CAPEX를 감당하기 어려울 것으로 분석된다.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삼성SDI의 올해 CAPEX 규모는 5조원을 상회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현금성자산은 CAPEX 지출에 대응하기에는 부족하다. 올해 3월 말 현금성자산은 지난해 말보다 약 5000억원 줄어든 1조3500억원으로 나타났다. 곳간이 축소되면서 차입 부담은 높아졌다. 차입금(11조6155억원)에서 현금을 뺀 순차입금은 3월 말 10조2600억원에 달했다. 추가 자본 조달 없이 영업활동 현금흐름만으로 CAPEX를 감당하기 버거운 것으로 평가된다.


삼성SDI 측은 25일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CAPEX 예측치를 묻는 질문에는 대답하지 않았다. 다만 투자 확대의 배경에 관해 시장과 소통하는데 주력했다.


삼성SDI 관계자는 "전기차용 배터리사업은 투자부터 양산까지 2~3년 이상 걸리는 장기적 호흡에서 진행된다"며 "중장기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 해외 생산 거점을 확대하고 하이니켈 NCA(니켈·코발트·알루미늄), LFP(리튬인산철), 46파이 배터리를 비롯한 신규 프로젝트 논의를 마무리하고 본격적으로 수주 확보에 나서겠다"고 언급했다.


시장에 따르면 삼성SDI는 추가 유증 카드는 꺼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유증의 경우 그룹 승계와 얽힌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논란 탓에 시장의 시선이 곱지 않다. 김종성 삼성SDI CFO가 지난달 주총에서 추가 유증은 검토하지 않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회사채 발행 이외에 삼성SDS가 보유한 삼성디스플레이 지분이 주목된다. 삼성디스플레이 지분 가치는 지난해 말 장부가 기준 4조8000억원에 달하고 있다.


한편 삼성SDI는 1분기 연결기준 매출 3조1768억원, 영업손실 4340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세액 공제(1094억원)를 제외하면 손실 규모는 5434억원에 달한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으로 주요 고객사들이 주문량을 조정해 매출이 크게 줄어든 것으로 파악됐다. 회사 측은 1분기를 저점으로 판단하고 2분기부터 회복세를 나타낼 것으로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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