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서재원 기자] 홈플러스 사태가 사모펀드(PEF) 운용사들의 펀딩 전략에도 영향을 미치는 모양새다. MBK파트너스를 중심으로 PEF의 경영권 인수에 대한 부정 인식이 확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운용사의 경우 바이아웃(경영권 이전) 대신 그로쓰캐피탈(우량기업 소수지분투자) 전략을 부각하는 방향으로 펀딩 전략을 수정한 것으로 전해진다.
2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현재 ▲교직원공제회 ▲산업은행(혁신성장펀드) ▲과학기술인공제회 등 유한책임투자자(LP)들이 출자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산업은행은 1차 서류심사를 진행 중이며 교직원공제회는 최근 숏리스트를 추린 뒤 운용사 실사에 들어갔다. 과기공은 오는 30일까지 서류접수를 받고 있다.
올해 펀딩은 1000억~3000억원 규모 중·소형 리그에서 치열한 양상이다. 실제 최근 서류접수를 완료한 산업은행 혁신성장펀드(혁신산업펀드)만 하더라도 지원 운용사 25곳 가운데 24곳이 중·소형 리그에 몰렸다. 3~4곳의 위탁운용사(GP)를 선발하는 소형 리그에는 총 17곳의 운용사가 도전장을 내밀었다.
경쟁이 치열한 만큼 지원 운용사들의 전략 싸움도 한창이다. 눈길을 끄는 건 일부 운용사들의 경우 그로쓰캐피탈 위주의 투자 전략을 부각하는 방향으로 펀딩 전략을 수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투자금회수(엑시트) 실적과 향후 투자 포트폴리오 구성 등 펀드 운용 전략을 보여주는 단계에서 전통 바이아웃 투자 대신 그로쓰캐피탈 투자 위주로 제안하는 식이다.
바이아웃은 프라이빗에쿼티(PE)의 대표적인 투자 전략이다. 기업 인수 후 구조조정이나 사업 다각화 등 적극적인 경영권 행사를 통해 기업가치를 끌어올리고, 이를 되팔아 수익을 내는 방식이다. 반면 그로쓰캐피탈은 성장 기업에 소수 지분을 투자한 뒤 수익을 내는 전략이다. 바이아웃과 달리 경영권 행사가 이뤄지지 않는다.
최근 운용사들이 갑작스럽게 펀딩 전략을 수정한 배경에는 홈플러스 사태의 영향이 컸던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달 홈플러스가 갑작스럽게 회생절차를 개시한 후 최대주주 MBK파트너스에 대한 비판 여론이 들불처럼 번졌다. 특히 MBK의 과도한 차입매수(LBO)가 도마 위에 오르면서 정치권을 중심으로 PEF 바이아웃 투자에 대한 부정 인식도 확산하는 분위기다.
실제 이달 10일 더불어민주당은 '기업가치 훼손하는 사모펀드 이대로 괜찮은가'를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MBK파트너스의 홈플러스 인수를 포함해 사모펀드 LBO 투자 방식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내용이 골자다. 특히 이날 토론회에서 국민연금·새마을금고·수협 등 LP들이 홈플러스 인수에 참여한 점도 도마에 올랐다.
LP들 사이에서도 바이아웃보다는 그로쓰캐피탈 위주의 투자 전략을 선호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현재처럼 PEF에 대한 부정 여론이 최고점에 달한 상황에서 그로쓰캐피탈 전략이 덜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자연스레 GP들 역시 LP 기조에 맞춰 펀딩 전략을 수정하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홈플러스 사태로 인해 갑작스럽게 펀딩 전략을 수정하게 됐다"며 "지원서는 물론 향후 PT심사에서도 바이아웃보다는 그로쓰캐피탈 위주의 회수 실적과 투자 전략을 부각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이어 "MBK를 중심으로 PEF에 대한 비판이 커지면서 LP들 사이에서도 바이아웃 투자를 부담스러워 하는 분위기가 느껴진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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