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스토리]
존폐 기로 선 '머트발'…벤처 M&A 활성화 '과제'
②규모 경제 실현 '방해'…합병비율 시각차 좁혀야
이 기사는 2025년 04월 24일 06시 00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그래픽=신규섭 기자)


[딜사이트 한은비 기자] 명품 플랫폼 3대장 '머트발'(머스트잇·트렌비·발란)이 과거 인수합병(M&A)을 통한 성장 동력 확보에 실패하면서 줄도산 위기에 처했다. 일각에서는 영세한 스타트업들의 생존을 위해 벤처업계에서도 인수합병(M&A)을 활성화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서울회생법원은 최근 발란에 대한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개시 결정을 내렸다. 앞서 최형록 발란 대표는 기업회생절차 신청 배경에 대해 "올 1분기 계획했던 투자유치 계획이 틀어져 단기적인 유동성 경색에 빠졌다"고 설명했다.


발란은 지난 2월 실리콘투로부터 150억의 신규 투자를 유치했다. 자금 조달 난항 탓에 기업가치를 직전 투자유치와 비교해 10분의 1로 낮췄으며 이마저도 조건부 투자로 이뤄졌다. 최초 75억원 투자 후 발란이 월 기준 영업이익 흑자를 달성해야 나머지 투자를 집행하는 방식이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발란의 결손금은 ▲2021년 283억원 ▲2022년 662억원 ▲2023년 785억원 등으로 증가세를 보였다. 같은 기간 영업활동현금흐름은 ▲마이너스(-) 39억원 ▲-504억원 ▲-14억원 등으로 순유출을 지속했다. 반면 미지급금은 ▲2021년 52억원 ▲2022년 34억원 ▲2023년 20억원 등으로 감소하는 추세였다.


설립 이후 적자를 지속해온 상황에서 투자심리마저 얼어붙자 유동성이 메마른 셈이다. 벤처캐피탈(VC)업계 관계자는 "플랫폼사들은 펀딩(자금모집)을 추진하거나 판매업자(셀러)들로부터 상품을 미리 받고 판매대금 지급기일을 늦춰 현금을 마련한다"면서도 "명품업체들은 미지급금이 많은 곳에 물건을 안 주는 경향이 있어 회사 사정에 맞춰 지급기일을 늦추기가 까다로운 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산업 특성상 명품 플랫폼은 외부 자금 수혈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는 순간 곧바로 유동성 위기를 직면하기 쉬운 유통 사업"이라고 밝혔다.


발란과 함께 국내 명품 플랫폼으로 꼽히는 머스트잇과 트렌비 등도 현금 곳간이 비어가고 있는 건 마찬가지다. 머스트잇의 결손금은 ▲2022년 242억원 ▲2023년 236억원 ▲2024년 320억원 등으로 늘었고 미지급금은 ▲2022년 13억원 ▲2023년 9억원 ▲2024년 7억원 등으로 줄었다. 


트렌비 또한 연결기준 결손금은 ▲2022년 618억원 ▲2023년 654억원 ▲2024년 705억원 등으로 늘어났고 미지급금은 ▲2022년 81억 ▲2023년 44억 ▲2024년 35억원 등으로 줄어들었다. 같은 기간 두 회사의 영업활동현금흐름은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코로나19 특수 종료에 따라 명품 수요가 감소하면서 플랫폼 간 경쟁이 격화하자 각 회사는 유명 연예인을 광고 모델로 기용하는 등 광고선전비에 돈을 쏟아붓기 시작했다. 그때 악화한 수익성을 만회하고자 비용 절감에 힘쓰고 있지만 쉽사리 나아지지 않는 모양새다.


발란의 광고선전비는 2022년 385억원에서 2023년 101억원으로 급감했고 머스트잇도 광고선전비를 ▲2022년 158억원 ▲2023년 37억원 ▲2024년 22억원 등으로 대폭 줄였다. 트렌비의 연결기준 광고선전비 또한 ▲2022년 123억원 ▲2023년 29억원 ▲2024년 26억원으로 감축했다.


국내 명품 플랫폼 3사가 외부 투자에 목매달 수 없게 된 요인 중 하나로 과거 이들의 합병 무산이 꼽힌다. 발란, 머스트잇, 트렌비 등은 투자유치 자문사들의 제안으로 2023년 초부터 합병법인 설립을 위한 실사를 진행했으나 적정 기업가치에 대한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서 최종 무산됐다. 각사의 경영진들뿐 아니라 이들 회사의 지분을 보유한 재무적투자자(FI)들도 앞다퉈 관계사의 기업가치를 보다 유리하게 설정하고자 했다.


스타트업들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벤처투자업계에서도 M&A 활성화 목소리가 커지고 있으나 현실은 녹록치 않다는 평가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창업가들이나 FI 대부분 자사 혹은 투자대상의 가치를 타사보다 높게 평가하다 보니 합병비율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특히 VC들은 포트폴리오들의 투자금 회수(엑시트) 성과가 좋지 않을 때 유한책임투자자(LP)들로부터 수시로 감사를 요청받을 수 있다"면서 "이때 LP들은 합병 추진 시 기업가치를 설정한 일을 두고 운용사의 배임을 문제 삼기도 하는데 운용인력들은 이 같은 불상사를 피하고자 협상 시나리오를 단편적으로 구성하는 경우가 일어난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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