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야크I&C, 무리한 '몸집 불리기' 속내는
소화설비 제조업체 '한주케미칼' 인수에 742억 투자…승계 안배 관측도
이 기사는 2025년 04월 22일 06시 00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블랙야크아이앤씨(제공=블랙야크I&C)


[딜사이트 이승주 기자] 블랙야크아이앤씨(블랙야크I&C)가 '한주케미칼' 인수한다. '산업안전'사업을 확대해 신성장동력을 마련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인수를 두고 무리한 결정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양사의 사업적 연관성이 적고 지난 2년간 순손실을 기록한 회사에 거금을 투자한다는 점 때문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블랙야크I&C의 행보가 향후 오너2세 승계의 준비작업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블랙야크I&C는 지난달 28일과 15일에 '에스티베타제일차주식회사(에스티베타)'에 총 230억원을 현금출자했다. 에스티베타는 한주케미칼을 인수하기 위해 설립된 특수목적법인(SPC)이다. 이 SPC는 이달 30일까지 거래상대방에게 총 741억7190만원(재무적투자자 170억원 포함)을 지급하고 한주케미칼 지분 100%(총 100만2800주)를 취득할 예정이다.


한주케미칼은 2011년 설립된 소화설비 및 소화기 제조·판매업체로 작년 매출 411억원, 영업이익 92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가스 소화설비와 캐비닛형 자동소화장치 등의 유통사업을 펼치며 국내에서 높은 시장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한주케미칼의 지난해 말 기준 최대주주는 '한창'으로 지분 50.04%를 보유하고 있다.


블랙야크I&C가 한주케미칼을 인수하는 이유는 사업안전용품 사업의 확대를 위해서다. 앞서 이 회사는 2018년 프리미엄 산업안전용품 브랜드 '블랙야크 워크웨어'를 론칭한 이후 5년간 연평균 22.6%의 매출 성장률을 기록했다. 다만 블랙야크I&C는 작년 매출 377억원(7.0%), 영업이익 83억원(2.9%)을 기록하며 그간의 성장세를 이어가지 못했다. 작년 건설경기 침체와 소비침체 등 대외적 악재로 인해 외형성장에 제약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블랙야크I&C도 신성장동력 마련에 매진해왔다. 이 회사가 운동화나 슬리퍼, 티셔츠 생산에 나서며 기업·소비자간거래(B2C)까지 사업영역을 확대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특히 이번 인수는 한주케미칼이 단순 소화기 제조뿐만 아니라 데이터센터나 반도체 등 첨단시설 소화설비에도 강점이 있다는 점이 고려됐다. 결국 산업안전에 대한 경각심이 커지는 상황에서 성장가능성을 확인했다는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인수를 두고 무리한 결정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양사의 사업이 큰 틀에서 공통점은 있지만 '산업안전' 분야에서 산업안전용품과 소화설비사업은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어 시너지를 기대하긴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한주케미칼(742억원)의 기업가치에 대한 의구심도 커지는 상황이다. 이 회사가 지난 2년(2023~2024년) 총 183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는 동안 131억원의 순손실도 기록했기 때문이다.


이에 이번 인수가 블랙야크그룹의 승계작업을 염두에 둔 결정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업계에서 예상하는 유력한 승계방식은 지주사인 BYN블랙야크가 '오너2세' 강준석 사장의 블랙야크I&C 지분(56.59%)을 매입해 계열사로 편입시키는 방안이다. 이 경우 BYN블랙야크는 '수직계열화'와 '기업가치 제고'라는 명분을 챙길 수 있고 강 사장은 거액의 '증여세'를 마련할 수 있게 된다. 현재 BYN블랙야크의 기업가치는 1600억원 수준으로 강태선 회장의 지분가치(78.94%)에 대한 증여세는 750억원에 이른다.


이때 강 사장은 블랙야크I&C의 기업가치가 높을수록 유리한 구도를 점할 수 있다. 다만 블랙야크I&C의 성장세가 둔화되면서 강 사장은 새로운 활로를 모색할 필요성이 있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결국 블랙야크I&C(이달 21일 종가기준 시가총액 921억원)는 제 몸집만한 회사를 집어삼키면서 신성장동력을 확보하는 동시에 기업가치를 단숨에 끌어올릴 수 있게 됐다.


이와 관련 블랙야크I&C 관계자는 "계절과 건설경기 등 대외적 요인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 한주케미칼의 인수를 통해 재무적 지표 개선 여력이 있다"며 "산업안전에 대한 경각심이 커지는 상황에 반도체 공장 등 첨단사업에 필수적인 소화설비에 대한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주케미칼에 대한 기업가치는 사전에 충분한 검토가 있었다"며 "과도하게 비싼 가격에 인수하는 것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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