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씨최명배 대표 지배력 '건재'…VC 승계 발판 주목

[딜사이트 김주연 기자] 20여년 동안 자리를 지켜온 최명배 와이씨 대표이사 회장이 지주사인 샘텍을 중심으로 한 수직구조를 통해 위치를 견고하게 지키고 있다. 장녀이자 와이씨의 종속회사인 샘씨엔에스 최유진 부회장이 그 자리를 물려받을 것이 유력하지만 지분율이 미미한 탓에 이를 확보할 방안에 눈길이 쏠린다.
일각에서는 지난해 인수한 벤처캐피탈(VC) 아이디벤처스가 향후 승계에 활용될 수 있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또 와이씨가 샘텍에 일감 몰아주기를 통해 실적을 몰아주고 있는 만큼 샘텍을 통해 승계자금을 마련할 것으로 예상된다.
와이씨의 지배구조는 최 회장의 지배력을 더욱 굳건하게 하는 수직구조로 이뤄져 있다. 최 회장→샘텍→샘툴스·와이씨·오라컴→샘씨엔에스·아이디벤처스로 이어진다. 최 회장은 반도체 후공정 업체인 엑시콘과 일본의 웨이퍼 공정업체 디에이치케이솔루션의 최대 주주이기도 하다.
최 회장은 수직구조를 통해 종속회사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동시에 사내이사로서 경영에도 적극 관여하고 있다. 그는 현재 샘텍·와이씨·엑시콘·디에이치케이·샘툴스·오라컴 대표이사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다만 상장사인 와이씨, 엑시콘에서 개인별 보수 지급액 5억원이 넘는 이사가 없어 최 회장이 받는 보수에 대해 파악하기 어렵다.
지주사 역할을 하는 샘텍의 경우 최 회장이 45%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으며 특수관계인 지분까지 포함하면 95%에 이른다. 비상장사인 만큼 구체적인 사항은 파악하기 어려우나 업계에서는 특수관계인 지분 중 장녀인 최 부회장과 차녀인 최유경 씨의 지분도 포함돼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샘텍은 최 회장이 2004년 5월 설립한 정밀 다이아몬드 공구 제조사로, 웨이퍼 가공 작업에 활용되는 웨이퍼 엣지 그라인딩 휠이 주력 사업이다. 계열사 중 핵심 역할을 하는 와이씨의 지분 50.22%를, 또 다른 핵심 계열사인 엑시콘의 지분을 5.62% 확보하고 있다.
샘텍의 매출 대부분은 계열사로부터 나오고 있다. 그 중심에는 와이씨가 있다. 이 회사의 지난해 매출 254억9654만원의 94.6%가 와이씨에 제품을 판매한 매출이나 임대 수익 등으로부터 발생했다. 사실상 와이씨의 일감 몰아주기를 통해 수익을 내는 것이다. 다만 배당수익은 6046만원으로 매우 적은 수준이다. 샘텍이 지분을 갖고 있는 회사 중 매년 배당을 진행하는 회사는 엑시콘이 유일하기 때문이다.
계열사에서 자녀들의 지분은 미미하다. 이들은 상장사인 와이씨, 엑시콘, 샘씨엔에스에서 모두 동일한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와이씨에서는 각각 0.02%, 엑시콘에서는 0.14%, 샘씨엔에스에서는 0.10%를 갖고 있다. 매년 배당을 진행하는 엑시콘 지분을 조금씩 늘려가고 있을 뿐 지분의 큰 변화는 없다.
다만 승계 구도는 명확한 것으로 보인다. 최 부회장이 후계자로서 눈도장을 찍고 있기 때문이다. 최 부회장은 2014년 서울대학교 재료공학 박사 과정을 마친 후 2016년 7월까지 삼성전자 반도체 연구소에서 책임으로 지내다 샘씨엔에스에 사내이사로 합류했다. 이후 입사 4년 만인 2020년 김헌태 부사장과 각자대표이사로 부임해 2021년 기업 공개(IPO)를 성공시켰다. 지난해 3월부터 대표이사 자리에서는 내려왔지만 실질적인 경영을 도맡고 있다. 샘씨엔에스는 지난해 매출 535억1555만원의 매출을 올리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반면 차녀인 최유경 씨는 현재 샘텍의 사내이사로 이름을 올리고 있는 것 외에 공개된 바가 없다.
아직 최 회장이 건재한데다 두 자녀의 지분이 적은 만큼 본격적인 승계 절차가 시작됐다고 판단하기 어렵다. 게다가 최 부회장은 1982년, 최유경 씨는 1989년생으로 아직 나이가 젊다는 점도 그 이유로 꼽힌다.
이에 업계에서는 와이씨가 지난해 인수한 지적재산권(IP) 전문 VC 아이디벤처스가 승계에 직·간접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VC로 투자한 수익금을 통해 승계 자금 마련을 돕는 등의 방식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와이씨와 엑시콘은 지난해 11월 아이디벤처스의 최대주주인 온셀텍이 보유한 주식 186만4402주를 나눠 매입했다. 와이씨가 176억8000만원을 들여 80.0%에 해당하는 160만주를, 엑시콘이 26만4402주를 29억2100만원에 취득했다. 이후 5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통해 아이디벤처스의 자본금을 100억원에서 123억원으로 늘리고, 지분도 와이씨 85.82%, 엑시콘 13.40%로 키웠다.
지적재산권(IP) 전문 VC인 아이디벤처스는 ICT·서비스부터 바이오·의료, 전자·기계·장비 등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있다. 이에 투자할 만한 기업을 물색한 후 이를 합병하는 방식으로 지분을 확보할 자금을 마련하는 방안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벤처캐피탈이 중심이 되어 투자에 나서면, 샘텍처럼 지주사의 위치에 있는 기업의 가치를 부풀리기 유리하다"며 "또한 우회 투자 구조를 활용해 향후 지배력 이전을 지원하는 방식도 추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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