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리밸런싱 마지막 퍼즐알짜 계열사 매각, 부채비율 50%↓

[딜사이트 전한울 기자] SK가 리밸런싱 일환으로 반도체 부문 계열사를 연이어 매각 리스트에 올리면서 재무 건전성이 좋아질 전망이다. 시황 악화 속 한계사업 매각이 어려워지면서 알짜 계열사에 매각을 통한 자금 마련이 불가피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계열사들의 수익·성장성보다는 당장 그룹 투자재원 및 유동성 확보에 중점을 둔 움직임이다.
이는 SK그룹이 대대적인 인공지능(AI) 전환을 목표로 내년까지 80조원 규모의 투자 재원을 확보하고 부채비율은 100% 이하로 관리키로 했기 때문이다. 전기차 캐즘 장기화로 주요 계열사 재무부담 역시 누적 중인 만큼 발 빠른 자산 유동화가 불가피했다는 게 시장의 시각이다.
업계에 따르면 SK는 최근 반년 새 SK스페셜티, SK실트론 등 그룹 알짜 계열사 2곳을 매각 리스트에 올리며 자산 유동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SK스페셜티의 경우 최근 85%의 지분 매각을 완료하고, SK실트론 역시 최태원 회장 보유지분(29.4%)를 제외한 그룹 지분(70.6%) 전체를 매각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양사 모두 그룹 내 반도체 사업부문서 알짜 계열사다. SK스페셜티는 반도체·디스플레이 패널 제조에 쓰이는 특수가스를 생산하는 업체로, 삼불화질소 및 육불화텅스텐 부문서 시장 점유율 1위를 수성하고 있다. SK실트론 역시 국내서 유일하게 반도체 실리콘 웨이퍼를 생산하는 업체로, 12인치 웨이퍼 기준 글로벌 3위를 유지 중이다. 2017년 SK그룹에 편입된 뒤 고성장세를 이어가며 8년여 만에 몸값을 5배 가량 띄웠다. 특히 그룹 핵심 계열사인 SK하이닉스의 실리콘 웨이퍼 공급망을 안정화시키며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기여해 온 점을 고려하면 알짜 중 알짜인 셈이다.
SK실트론 매각이 이뤄진다면 SK는 지난 7년여간 유지해 온 10조원대의 순차입금을 5조원대까지 줄이게 된다. 부채비율 역시 50% 아래 수준으로 감소할 것으로 관측된다. SK는 본격적인 AI 투자를 앞두고 재무 체력을 키우는 데 집중할 전망이다.
계열사별 옥석가리기도 진행될 전망이다. 최근 시황이 한층 둔화하면서 11번가 등 비주력사업 매각에 제동이 걸린 만큼 앞으로도 일부 핵심부문서 매각 움직임이 감지될 수 있다는 게 시장의 시각이다. 실제 SK에코플랜트가 최근 환경사업 부문 매각을 추진하는 등 그룹 전반으로 리밸런싱 기조가 정점에 달하고 있다. 티맵모빌리티도 자회사 서울공항리무진 지분 100%를 PEF 운용사인 스틱인베스트먼트에 매각하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매각 금액은 약 600억원으로 알려졌다. 티맵모빌리티는 법인 대리운전 자회사인 굿서비스 매각도 진행하고 있다.
SK스퀘어 주요 ICT 포트폴리오사 중 유일하게 흑자를 기록하고 있는 인크로스도 매각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인크로스는 광고대행과 커머스 사업을 영위하고 있으며 SK스퀘어가 지분 36.06%로 최대주주다. 오히려 희망퇴직을 통해 몸집을 줄이고 있는 SK플래닛은 매각이 힘들 것으로 보인다. OK캐쉬백 중심으로 사업 구조를 재편하고 있지만 SK텔레콤 비중도 높고 매수자도 찾기 힘들어 당분간 매각을 하긴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전기차 캐즘으로 고전 중인 에너지 부문이 잠정적인 재무 리스크로 떠오르는 점을 고려하면 재무 여력을 한층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SK이노베이션은 최근 SK E&S와의 합병으로 몸집을 키웠지만 현금성자산보다 순차입금이 보다 큰 폭으로 증가하면서 모회사인 SK의 지원사격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배터리 자회사인 SK온은 2021년 설립 이후 적자 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엔 영업손실 규모가 전년 대비 2배 가까이 확대되기도 했다. 부채비율도 200%대에 육박하면서 그룹 목표인 '100% 미만' 수준을 크게 상회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 정책으로 시장 불안정성이 높아지면서 실적 개선이 계속 미뤄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SK그룹으로선 올해도 'SK온 살리기'가 절실하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그룹으로선 매각 속도가 느린 한계사업보다 비교적 빠르게 현금을 확보할 수 있는 알짜 사업을 앞세워 속도감 있는 리밸런싱 및 유동성 확보에 나서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어 "핵심 계열사인 SK하이닉스를 보유한 중간지주사 SK스퀘어가 무배당을 이어가면서 그룹에 직접적으로 전해지는 이득은 없었지만, 반도체 소재 계열사들이 계속 탄력을 받으며 그룹 수익에 적지 않은 기여를 해왔다"며 "이번 매각 움직임으로 SK가 포트폴리오 계획 전반을 재정비할 가능성도 점쳐볼 수 있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도 "SK가 그동안 알짜로 평가돼 온 계열사에 대해서도 옥석 가리기에 나서면서 중복투자 여지를 없애고 리밸런싱 효과를 극대화하고 있다"며 "SK실트론의 경우 최근 중국 소부장 업체가 빠르게 치고 올라오는 만큼 중장기 성장성에 대한 회의감이 작용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매각 움직임을 완전한 이별로 보긴 어렵다. 이들 계열사 매각 과정 중심에는 오랜 우호관계인 한앤컴퍼니가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SK로선 경영권 매각으로 그룹 유동성을 강화하는 동시에 알짜 계열사 내 그룹 관련 지분 일부를 남겨둬 추후에도 사업적 시너지를 꾀할 수 있는 셈이다. 실제 한앤컴퍼니는 SK스페셜티 매각 협상을 진행하면서 고용안정 및 성장투자 등을 약속하는 계약을 맺기도 했다.
이에 대해 SK관계자는 "리밸런싱 과정간 모든 계열사가 물망에 오를 수 있다"며 "사업성, 장래성 등을 심도 있게 검토 중인 단계이며, 매각에 대해 구체적으로 결정된 바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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