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증시 부진에 ETF 속 타는 미래에셋운용
삼성운용과 점유율 격차 5%p대로 확대…보수 인하 경쟁 등도 딜레마
이 기사는 2025년 04월 17일 08시 52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이규연 기자] 미래에셋자산운용이 ETF(상장지수펀드) 시장에서 미국 증시 부진이라는 암초를 만났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해외주식 투자에 강한 ETF 특성상 최근 몇 년 동안 빠른 성장세를 보였다. 그러나 최근 미국 증시 변동성이 커지면서 시장점유율 상승에도 제동이 걸렸다.


17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이달 15일 기준으로 ETF 순자산총액 기준 시장점유율 33.8%를 기록했다. 국내 자산운용업계 2위 수준으로 1위 삼성자산운용(39%)과 시장점유율 격차는 5.2%포인트(p)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2020년 이후 ETF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2020년까지만 해도 ETF 시장점유율 50% 이상을 자랑하던 삼성자산운용에 25%포인트 이상 뒤처져 있었다. 그러나 2021년부터 시장점유율 격차가 한 자릿수로 축소됐다. 연초 기준으로는 이 격차가 2.3%포인트까지 좁혀지기도 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이전부터 '글로벌' 이미지를 앞세운 해외주식형 ETF에서 강세를 보였다. 그런데 코로나19 사태 이후 개인투자자 사이에서 기술주 중심의 미국증시 투자 등이 활성화되면서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상당한 수혜를 입었다. 


실제로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이달 11일 기준 전체 ETF 순자산총액에서 해외주식형 ETF 비중이 36.2%에 이른다. 삼성자산운용(13%)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해외주식형 ETF 순자산총액 자체도 22조6754억원으로 2위 삼성자산운용(9조94989억원)보다 훨씬 많다.


국내에서 순자산총액 규모가 큰 해외주식형 ETF 1위와 2위 역시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미국S&P500'(7조4565억원) 및 'TIGER 미국나스닥100'(4조4278억원)이다. 기술주 중심 ETF 중에서도 'TIGER 미국테크TOP10INDXX'(2조8430억원) 규모가 가장 크다. 


그러나 최근 미국 증시가 부진한 모습을 보이면서 미래에셋자산운용의 ETF 확대에도 제동이 걸렸다. 미국증시 대표지수인 S&P500은 1분기 동안 4.6%, 나스닥지수는 10.4%의 하락폭을 각각 기록했다. 이는 2022년 이후 가장 큰 분기별 하락폭 규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의 관세정책 등 정치적 불안정성이 미국 증시 하락을 주도했다. 더불어 지난 2년 동안 미국증시 상승을 주도했던 빅테크(대형 IT기업) 주가가 고점을 찍은 것 아니냐는 시장의 불안도 영향을 미쳤다. 


그러면서 미래에셋자산운용의 해외주식형 ETF 순자산총액 증가세도 주춤했다. 예컨대 TIGER 미국S&P500의 순자산총액은 지난해 12월 7조2678억원에서 올해 2월 8조210억원까지 늘어났다. 그러나 16일 기준으로는 7조4565억원으로 다시 줄어들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삼성자산운용과 ETF 시장점유율 다툼을 벌이는 과정에서 이런저런 눈총을 많이 받기도 했다. 미국 대표지수 추종 ETF를 놓고 총보수 인하 경쟁이 벌어졌던 게 대표 사례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2월 6일 미국 대표지수 ETF의 총보수를 연 0.07%에서 연 0.0068%로 낮췄다. 바로 다음날 삼성자산운용은 미국 대표지수 ETF 총보수를 연 0.0099%에서 연 0.0062%로 인하했다. 


3월에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이 국내지수 기반 레버리지·인버스 ETF 상품의 총보수 인하를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ETF 시장은 삼성자산운용의 시장점유율이 가장 높다. 결과적으로 총보수 인하가 이뤄지진 않았지만 그만큼 점유율 경쟁이 치열하다는 점을 보여준 사례다.


이런 보수 인하 경쟁과 관련해 금융감독원은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10일 자산운용사 CEO 간담회에서 "노이즈 마케팅에만 집중하는 운용사의 상품운용 및 관리체계 전반을 점검하겠다"고 경고했다. 


이 원장은 "최근 일부 대형사를 중심으로 ETF 외형 확대를 인한 보수 인하 경쟁이 과열되고 있다"며 "운용 기본인 펀드 가격(NAV) 산정에서도 오류가 반복되는데 이는 투자자 신뢰를 근본부터 흔드는 일"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또 다른 악재도 터졌다. 펀드 사무관리사인 한국펀드파트너스 시스템에서 3월 28일 iNAV(ETF 실시간 거래에 쓰이는 순자산가치 추정치) 산출과 관련된 전산 오류가 발생했다. 이 때문에 ETF 163종이 실제 가치보다 비싸게 팔리는 일이 발생했다.


문제의 ETF 163종 명단이 확실하게 공개되진 않았다. 그러나 한국펀드파트너스 고객인 자산운용사 여러 곳을 통틀어 미래에셋자산운용의 ETF 상품 수가 204종으로 가장 많다. 이 때문에 이번 전산 오류가 미래에셋자산운용에도 간접적 악재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실제 가치보다 비싸게 팔렸던 ETF 163종의 절반 정도가 미래에셋자산운용 ETF 상품이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잘못은 아니지만 악재가 많은 상황에서 또 하나의 악재가 겹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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