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이규연 기자] '6·3 조기 대선'으로 '밸류업 ETF(상장지수펀드)'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밸류업 ETF가 윤석열 정부에서 추진한 '밸류업 프로그램'의 세부 정책인 탓이다. 최근 수익률이 아쉬운 데다 이전 정부 시절 나온 이른바 '관제펀드'가 정권 교체 후 투자자의 관심을 잃은 선례도 있어 관심이 집중된다.
11일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1일 일제히 출시된 밸류업 ETF 12종은 연초부터 이달 10일까지 평균 수익률 1.6%를 나타냈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는 2.3% 올랐고, 코스닥지수는 0.7% 떨어졌다.
올해 증시 변동성이 매우 높았던 상황에서도 밸류업 ETF는 플러스(+) 평균 수익률을 기록했다. 그러나 코스피지수 상승률보다 수익률이 낮았던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국내증시 활성화라는 밸류업 ETF 목표 달성에는 기대에 못 미치는 성과를 낸 것으로 볼 수 있다.
밸류업 ETF 12종의 절반인 6종은 3월 기준 순자산총액이 지난해 11월보다 줄었다. 특히 순자산총액 2위인 'TIGER 코리아밸류업'의 순자산총액은 같은 기간 3068억원에서 1389억원으로 급감했다.
TIGER 코리아밸류업은 10일 기준 최근 3개월 평균 거래량이 30만6486주로 집계됐는데 상장 초에는 800만주를 넘어섰다. 상장 초 거래량이 비슷했던 'KODEX 코리아밸류업'(7만9060주)의 최근 3개월 평균 거래량은 7만9060주로 감소폭이 더욱 크다.
밸류업 ETF는 윤석열 정부의 한국증시 활성화 정책인 '밸류업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만들어졌다. 주가가 낮게 평가된 상장기업을 선별해 '밸류업지수'를 만들고 이 지수를 추종하는 밸류업 ETF를 만들어 투자자의 관심을 유도하고 주주가치를 제고하겠다는 목적이었다.
그러나 '탄핵 정국'과 미국 관세전쟁 등으로 증시 변동성이 커지면서 밸류업 ETF는 처음 기대를 밑도는 성과를 냈다. 헌법재판소가 4일 윤석열 전 대통령의 파면 선고를 내리면서 밸류업 ETF를 포함한 밸류업 프로그램의 향후 방향이 불안정해지기도 했다.
정부에서는 윤 전 대통령의 파면과 별개로 밸류업 프로그램을 지속 추진할 방침이다. 김병환 금융위원장도 7일 금융상황 점검회의에서 "기존에 발표했거나 현재 추진 중인 정책은 당초 계획과 일정대로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6월 3일 예정된 대선 전까지 정부의 정책 추진 동력이 이전보다 줄어들 수밖에 없다. 대선 이후 정권이 바뀌면서 밸류업 프로그램이 이전의 다른 '관제 펀드'와 비슷한 전철을 밟을 가능성도 높다.
현재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밸류업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추진된 법인세 세액공제나 배당소득 분리과세 등에 반대했다. 여당인 국민의힘 후보가 다음 대통령으로 당선되더라도 큰 틀에서 밸류업 프로그램을 이어갈 수는 있지만 세부 사안은 바뀔 가능성이 높다.
정부 정책에 맞춰 나온 소위 관제펀드가 대부분 장기 성과를 못 낸 전례도 있다. 예를 들어 이명박 정부에서 주도했던 '녹색성장' 정책에 따라 출시된 국내주식형 녹색성장 테마 펀드 중에서 현재 수탁고 100억원 이상인 상품은 10여종에 머무른다.
문재인 정부의 '뉴딜' 정책에 발맞춰 나온 관련 테마형 펀드 역시 현재 수탁고 100억원 이상인 상품이 16종뿐이다. 개중 KODEX K-뉴딜디지털플러스'나 'TIGER 탄소효율그린뉴딜' 같은 ETF의 경우 수탁고는 100억원 이상이지만 순자산총액은 100억원을 밑돈다.
밸류업 ETF를 운용하는 자산운용사도 미래를 걱정하고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10일 자산운용사 23곳 CEO들과 간담회를 열었다. 금감원에 따르면 이때 자산운용사 CEO들은 이 원장에게 밸류업 ETF를 비롯한 밸류업 프로그램의 지속적인 추진을 요청했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밸류업지수 자체가 국내 우량주 중심으로 설계된 만큼 이전의 관제펀드와 조금 다른 결과가 나올 가능성도 있다"면서도 "밸류업 프로그램 자체가 동력을 상실한 상황은 자산운용사 입장에서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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