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대양제지, 사외이사 '있으나 마나'
3명 중 2명 출석률 0%, 보수는 인당 年 1700만원…이사회 존재이유 의구심
이 기사는 2025년 04월 16일 10시 41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권혁홍 신대양제지 대표이사 회장. (출처=중소기업중앙회)


[딜사이트 이세정 기자] 신대양제지 이사회가 제 기능을 상실하면서 경영 투명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모습이다. 사외이사들이 감시는커녕 '거수기' 역할마저도 외면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여기에 더해 신대양제지 사외이사들은 사실상 '무노동 수입'을 받고 있다. 거액은 아니지만,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사인 신대양제지가 불필요한 지출을 하고 있어 소액주주의 권리 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이사회 70%가 사내이사…사외이사 3명 중 2명, 이사회 출석 안해


1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신대양제지 이사회는 사내이사 6명과 사외이사 3명 총 9명으로 구성됐다. 세부적으로 사내이사는 ▲권혁홍 각자 대표이사 회장 ▲이상천 각자 대표이사 ▲권택환 운영총괄 ▲이경자 경영관리 ▲권지혜 부사장 ▲권우정 전략기획실장이고, 사외이사는 ▲정만회 팰콘제이파트너스 대표이사 ▲박영란 전 한양여대 휴면서비스학부 교수 ▲이진수 법무법인 흰뫼 변호사다.


신대양제지는 사외이사를 과반수로 운영해야 할 이유가 없다. 지난해 말 별도기준 자산총계가 4308억원으로, 상법상 사외이사를 과반으로 설치해야 하는 기준(2조원 이상)을 미충족하기 때문이다. 이 회사 정관에 따르면 이사는 3명 이상으로 하되, 사외이사는 이사총수의 4분의 1(25%) 이상이면 된다. 현재 이사회 내 사외이사 비율은 33.3%다.


하지만 이사회 실태를 들여다보면 사외이사가 제 역할을 수행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외이사 3인 중 2명이 이사회에 전혀 얼굴을 비추지 않고 있어서다. 가뜩이나 창업주인 권 회장이 이사회 의장을 겸직 중인 데다 사외이사 비중이 적어 경영진 감시 기능에 대한 의구심이 나오는 상황에서 사외이사들이 이사회 출석조차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신대양제지 이사회 현황. (그래픽=신규섭 기자)

실제로 지난해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사외이사로 선임된 박영란 전 교수의 경우 총 4차례의 이사회가 열리는 동안 한 차례도 참석하지 않았다. 2023년 3월부터 신대양제지 사외이사로 이름을 올리고 있는 이진수 변호사 역시 2년간 이사회 출석률이 0%다. 그나마 가장 오랜 기간 이 회사 사외이사를 맡아온 정만회 대표의 출석률은 ▲2021년 20% ▲2022년 100% ▲2023년 86% ▲2024년 88%로 양호하다.


◆ 사내이사 대부분 권혁홍 회장 일가…경영 감시·견제 기능 상실


문제는 신대양제지 경영진을 견제할 수 있는 장치가 전혀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더군다나 사내이사 6명 중 5명이 모두 권 회장 일가인 만큼 오너 독단 경영체제로 봐도 무방하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먼저 1941년생인 권 회장은 신대양제지 창업주다. 당시 신대양제지는 권 회장 형인 고(故) 권혁용 전 대양그룹 회장이 이끌던 대양제지공업의 거래처 확보 목적을 위해 1982년 설립됐다. 권 회장은 권 전 회장의 별세 이후 신대양제지그룹의 경영권을 확보하게 됐으며, 여전히 신대양제지 최대주주(지분율 17.23%)로 절대 권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와 함께 권 회장 후계자로 낙점된 장남 권택환 운영총괄(1975년생)은 신대양제지 지분율 13.75%의 2대주주다. 이 경영관리(1947년생·0.56%)는 권 회장 부인이며 권 부사장(1974년생·7.08%)과 권 전략기획실장(1978년·8.02%)은 각각 권 회장 장녀와 차남이다.


특히 신대양제지가 이사회 내 설치한 감사위원회의 효용성에 대한 논란이 적지 않다. 상법에 따라 모든 상장사는 감사위원회를 의무적으로 둬야 한다. 신대양제지 정관상 감사위원회는 사내·외이사 무관하게 3명 이상으로 하고, 사외이사 비중은 위원회의 3분의 2 이상이면 된다.


현재 신대양제지 감사위원회는 전원 사외이사로 이뤄져 있다. 표면적으로는 이사회 독립성을 강화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정 대표 단일 사외이사 체제일 뿐더러, 위원회 활동 내역을 보더라도 이사회 의안에 대한 단순 찬반 의견을 전달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 ESG등급 지배구조 부문 3년 연속 'D'…사외이사 1인당 1700만원씩 수령


신대양제지는 이 같은 이유로 최하위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등급을 받고 있다. 실제로 한국ESG기준원에 따르면 신대양제지는 2022년부터 3년 연속 ESG 종합 등급 'D'를 받고 있다. 지배구조 부문의 경우 2021년 B등급을 받기도 했지만, 이후 내리 D등급에 머물고 있다.


한국ESG기준원은 신대양제지의 ESG등급과 관련해 "기업가치 훼손 우려가 높은 ESG 쟁점이 빈번하게 발생할 경우 ESG 관리체계가 원활하게 운영된다고 보기 어렵다"며 "지배구조 영역에 대한 적극적인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신대양제지반월 전경. (출처=신대양제지 홈페이지)

짚고 넘어갈 부분은 또 있다. 신대양제지가 지난해 사외이사 3인에게 총 5097만원의 보수를 지급한 사실이다. 1인당 평균 보수는 1699만원으로 추산된다. 신대양제지는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이익 293억원과 순이익 333억원을 기록한 흑자기업이지만, 수익성은 전년 대비 각각 35%와 50%씩 축소됐다. 비용 지출을 효과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상황에서 매년 수천만원 가량이 경영 기여도가 낮은 사외이사로 빠져나가는 것이다. 결과적으로는 소액주주 이익에 배치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와 관련, 신대양제지 관계자는 "사외이사 출석률이 저조한 특별한 이유는 없으며, 보수는 출석 여부와 무관하게 지급되고 있다"며 "ESG 관련 법령을 최대한 충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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