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배지원 기자] NH투자증권이 올해 1분기 대표주관 실적 기준으로 KB증권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이를 두고 11년 넘게 이어온 KB증권의 독주체제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는 평가다. 시장에서는 올해 2분기 이후 SK그룹 딜 주관을 누가 가져가느냐에 따라 올해 DCM 시장에서의 승패가 갈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NH투자증권은 1분기 동안 SK그룹 관련 회사채 주관 실적만 2조5914억원어치를 채웠다. KB증권은 SK딜에서 1조8680억원 규모를 주관하며 7233억원의 실적 차이를 보였다. 두 하우스의 1분기 실적 차이는 약 1조원 남짓, 그중 대부분이 SK딜에서의 실적 격차가 벌어졌다.
NH투자증권이 1분기 실적에서 크게 앞선 배경에도 SK그룹의 단독 대표주관 수임이 있었다. SK텔레콤이 발행한 4000억원 규모 회사채는 NH가 단독으로 대표주관을 맡았다. 반면 KB증권은 공동대표주관에 머무르거나 단독 주관 딜 없이 물량을 나눠 가진 데 그치며 상대적으로 실적이 밀렸다.
특히 SK그룹은 SK증권 매각 이후에도 회사채 대표주관, 인수단 등으로 SK증권에 거래를 몰아주고 있다. 다만 SK증권이 참여하는 경우, 타 증권사의 실적도 그만큼 적게 인정된다. SK그룹사의 어떤 딜은 한 곳에 단독으로 맡기고, 어떤 딜은 2~3곳이 공동대표주관을 맡기기 때문에 이에 따라 회사채 주관 실적 순위도 크게 요동치는 모습을 보인다. KB증권은 SK매직, SK엔무브, SK인천석유화학 등의 거래를 SK증권과 함께 대표주관했다.
SK그룹은 연간 수차례에 걸쳐 10조원 안팎의 회사채를 발행하면서, 삼성, 현대차, LG그룹에 앞서 가장 많은 회사채를 발행하는 대기업군으로 꼽힌다. 2분기 이후에도 현재 SK이노베이션, SK네트웍스, SK리츠, SK브로드밴드 등 주요 계열사의 회사채 발행이 줄줄이 예정돼 있다. 올해 만기도래하는 SK그룹 회사채 물량은 6조원에 해 연말까지 발행사 별로 수천억원 단위의 신규 발행이 계속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SK그룹은 특정 증권사에 편중하지 않고 물량을 골고루 배분하는 전략을 유지해왔다"며 "대표주관사 선정 방식이 유동적이라 하반기 주관 물량에 따라 순위는 다시 뒤바뀔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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