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송한석 기자] "유상증자 계획을 발표할 때 3조6000억원으로 말씀드려서 혼선이 있었을 수 있다. 자사가 3조6000억원으로 포커스를 맞췄지만 사실 11조원에 플러스 알파로 투자 계획을 세웠다."
안병철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전략총괄 사장은 8일 서울 중구 한화빌딩에서 열린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미래 비전 설명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 3월 글로벌 방산·조선해양·우주항공 분야에서 도약을 위해 3조6000억원의 유상증자를 실시한다고 공시했다. 당시 한화에너지로부터 1조3000억원 가량의 한화오션 지분을 매입한 것과 맞물려 승계자금을 위한 유상증자라는 논란이 생겼다. 금융감독원도 '정정공시'로 유상증자에 제동을 걸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를 타개하기 위해 이날 주주배정 유상증자 규모를 기존 3조6000억원에서 2조3000억원으로 축소키로 했다. 한화오션 지분을 매각하며 1조3000억원을 벌어들인 한화에너지는 3자배정 유상증자에 들어간다. 매각 자금을 그대로 다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 투자하겠다는 것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기존에 공개하지 않았던 투자계획도 밝혔다. 공시한 투자 내용은 3조6000억원이었지만, 실제 2025년부터 2028년까지 총 11조701억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이라 유증을 단행했다는 설명이다. 구체적으로 ▲매출 증대를 위한 해외투자 6조2700억원 ▲신규 시장 진출을 위한 R&D 1조5600억원 ▲지상방산 인프라 2조2900억원 ▲항공우주산업 9500억원 등이다.
안 사장은 "계속 기회를 찾기 위해 세계 시장을 살펴보고 있다"며 "당시 11조 이상 투자를 할 것이었지만 그 중 유상증자로 3조6000억원을 쓰겠다고 표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나라 증시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유상증자를 하면서 소액 주주분들께 충분한 설명을 하지 못한 점은 굉장히 반성해야 할 부분"이라며 "앞으로 이런 소통의 기회를 좀 더 많이 가져야 되겠다"고 이야기했다.
자금 중 3조6000억원은 이번에 실시하는 주주배정 유상증자 및 제3자배정 유상증자 등으로 마련할 예정이다. 나머지 7조4700억원은 영업현금흐름, 회사채 발행, 금융권 차입 등으로 조달할 방침이다. 지속적으로 설명했던 것처럼 급격한 사업 성장에 따라 부채 규모도 증가해 유상증자가 불가피하다는 게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입장이다.
안 사장은 "방산 회사가 수주를 하면 통상적으로 선수금을 받는데 그게 부채로 잡혀 부채비율이 올라간다"며 "실질 부채비율은 낮지만 계약할 때 선수금을 부채에서 빼는 경우는 없어 차입이나 채권 발행을 통한 조달은 지극히 제한적"이라고 전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유상증자를 그대로 진행하는 만큼 주주 권익 보호를 위한 회사 정책을 세부적으로 소개했다. 소액주주와 소통을 강화하기 위해 기업설명회 발표 및 Q&A를 녹음 후 홈페이지에 게시하고 지속적인 배당 실시 및 배당 규모 증가 등을 약속했다. 실제 2024년 사업연도 기준 전년 1800원 대비 2배가량 늘어난 3500원의 배당을 실시하기도 했다.
국내 기관 투자자를 위해 공시 이후 당일 기업설명회를 개최하고 해외 기관 투자자와의 소통 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해외 IR 활동을 강화하고 질의메일 및 유선문의에 적극 답변하고 있다.
안병철 사장은 "대한민국 방산부문에서 국가대표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사업을 하지만 주주의 권익 보호를 위해 회사가 성장한 만큼 노력했느냐에 대한 반성을 이번에 뼈저리게 했다"며 "주주가치 제고를 중요한 덕목으로 생각하고 훨씬 큰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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