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3세 승계부채비율 400% 육박…한화에어로 유증 속사정

[딜사이트 최유라 기자]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소액주주의 거센 반발에도 유상증자로 3조6000억원 규모의 대규모 자금조달을 추진하고 있는 것은 400%에 육박한 부채 비율(부채를 자본으로 나눈 백분율)이 영향을 미친 것이라는 분석이다. 주요 임원들은 자율적으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지분 매수에 나서며 책임경영과 유증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재무구조 속사정을 살펴보면 유증이 불가피했다. 겉으로는 안정적인 매출 성장을 보이지만 속사정은 자본에 비해 부채 증가 속도가 가파르면서 재무관리 필요성이 커진 결과로 해석된다. 미래 비전에 대한 대규모 투자와 부채비율 관리를 위해서는 자본 확충이 더는 미룰 수 없는 숙제였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별도 기준 부채비율은 393.1%로 전년(350.4%) 대비 12.2% 증가했다. 최근 5년간 부채비율 상승세가 가파르다. 2020년만 하더라도 132.6% 수준이던 부채비율은 ▲2021년 145.8% ▲2022년 227.4% ▲2023년 350.4%로 매년 크게 오르고 있다.
부채비율은 기업의 재무 안정성을 판단하는 데 사용되는 대표적인 지표로 부채를 자기자본으로 나눠 백분율로 표시한 값이다. 부채비율은 통상 100% 이하일 경우 안정적 재무구조라는 평가를 받는다.
일반적으로 기업이 순이익을 내면 이익잉여금 증대로 자본총액도 늘어난다. 분모(자본)가 커진다면 분자(부채)가 늘어도 부채비율 상승을 어느 정도 억제할 수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지난해 매출은 7조9351억원으로 59.4% 증가했다. 같은기간 순이익도 59.9% 늘어난 1조380억원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부채의 증가폭이 자본 증가폭을 크게 상회하며 덩달아 부채비율도 뛰었다. 부채총계는 2023년 11조165억원에서 지난해 13조8432억원으로 1년새 2조8267억원(25.6%) 증가한 반면 자본총계는 3조1443억원에서 3조5216억원으로 3772억원(11.9%) 늘어나는데 그쳤다.
부채가 크게 증가한 배경은 여러 이유가 있다. 신규 사업 투자를 위한 차입금이 증가한 영향도 있지만 방산 사업 수주 확대로 선수금이 증가한 점도 크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무기 수주에 성공하면 발주처가 지급한 선수금이 늘고 이는 곧 부채로 잡힌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선수금은 사업보고서상 '기타부채' 항목으로 올라간다. 선수금은 2023년 5조7261억원에서 지난해 6조7164억원으로 17% 늘었다. 선수금이 매출로 전환되면 재무구조 개선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그러나 해외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입장에선 상대적으로 높은 부채비율을 신경 써야 한다. 부채비율 상승으로 신용등급이 낮아질 경우 해외 입찰 경쟁이나 자금조달에 어려움이 따를 수 있기 때문이다. 선수금이 잡혔다는 것은 수주에 성공했다는 의미인 동시에 향후 제품 생산 및 서비스 제공을 위한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따라서 기업의 계약 이행 및 비용 관리 중요성이 더욱 부각된다.
상황이 이러니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외부 차입보다는 자본을 늘려 부채비율을 낮출 수 있는 유증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3조6000억원 규모 자금조달로 ▲해외 방산 1조6000억원 ▲국내 방산 9000억원 ▲해외 조선 8000억원 ▲무인기용 엔진 3000억원 등을 투자할 계획이다. 유증 이후 자본총계가 7조1216억원으로 증가하면 부채비율은 393.1%에서 194.4%로 크게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김종훈 한국기업평가 책임연구원은 "신용평가사는 선수금의 특성을 감안해 신용등급을 평가하지만 주문건에 대한 제품 생산시 기자재 구매 비용 등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선수금을 부채로 계상한다"며 "외부 차입 대신 3조6000억원 규모 유상증자로 투자 재원을 마련하고 자본이 늘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중장기 신용도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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