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호연 기자] 양영근 현대차증권 신임 CFO(최고재무책임자)가 임기 첫해부터 중책을 떠안았다. 올해 초 결정된 유상증자와 이번 정기주주총회에서의 저조한 배당성향으로 소액주주의 불만이 커졌다. 이를 다독이는 동시에 여의도 본사 사옥 매입을 위한 펀드 출자자 물색이 시급한 상황이다.
28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현대차증권은 지난 27일 서울 여의도 한국화재보험협회빌딩에서 제71기 정기주주총회를 열고 부의 안건 모두를 의결했다. 주요 안건으로 ▲재무제표 및 이익잉여금처분계산서 승인의 건 ▲정관 일부 변경의 건 ▲이사 및 감사위원 선임의 건 등이 있었고 이를 모두 사측이 제시한 원안대로 가결했다.

◆소액주주 달래기, 수익성 회복 절실
이번 정기주주총회에서 양 CFO는 현대차증권의 재경사업부장으로 선임돼 임기를 시작했다. 그는 서울대학교 법학과 학사를 졸업하고 2004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현대카네스 감사, 현대자동차 경영지원팀·사업관리팀 등 현대차 주요 보직을 역임했다.
양 CFO는 지난해 말 조직개편을 통해 현대차증권의 재무를 총괄하게 됐다. 앞서 배형근 대표의 체질개선 및 세대교체에 기조에 맞춰 전임 도신규 전무는 임기 1년을 남겨두고 사임했다. 도 전무의 자리를 이어받은 그 역시 수익성 다각화 등 체질개선에 집중할 것으로 보여진다.
가장 시급한 업무는 소액주주들의 불만을 잠재우는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번 정기주주총회에서 이들이 제안한 주당 500원 배당안이 부결되며 유상증자 추진으로 형성된 불만이 심화됐다는 평가다.
이번 주주총회에서 일부 현대차증권 주주들은 보통주 주당 500원, 우선주 주당 500원을 현금 배당하는 주주제안을 제기했다. 사측에서 제기한 보통주 현금배당 180원의 3배에 육박하는 액수다. 이를 제안한 소액주주는 최근 진행한 유상증자로 우려되는 기존 주주 손실에 대한 배려를 위해 보통주주에 주당 500원의 현금배당이 필요하다고 지적했지만 부결됐다.
현대차증권의 배당금은 최근 3년 연속 감소했다. 2023년 550원이었던 보통주 배당금은 지난해 400원, 올해 180원으로 줄었다. 우선주는 3년 연속 동결이다. 게다가 1684억원 규모의 유상증자가 확정되며 청약 당시 8986원이던 현대차증권 주가는 5800원 수준으로 30%가량 하락했다.
재무건전성 개선을 위해 자본 지출 최소화가 불가피했다. 현대차증권의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수익은 1조7956억원으로 전년대비 1조5821억원 대비 증가했지만 순이익은 535억원에서 361억원으로 감소했다. 2023년부터 순이익률이 꾸준히 하락했던 것을 감안하면 올해 배당이 업계 최저 수준이라는 불명예도 감내해야 했다는 게 증권업계의 지적이다.
수익성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나오는 상황에서 올해는 어느 정도 실적 턴어라운드가 가능할 전망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부동산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신용손실충당금 적립이 지난해 마무리 단계에 이르며 4분기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대폭 개선됐다"며 "올해도 단계적으로 수익성 개선에 집중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선결과제, 여의도 사옥 펀드 출자자 유치
중장기적인 체질개선 외에도 여의도 본사 건물 매입을 위한 펀드 출자자 유치 역시 급선무 중 하나로 거론된다. 현대차증권의 본사 건물은 코람코자산운용이 2020년 10월 2666억원에 매입하고 부동산 펀드로 편입해 운용 중이다.
당시 최대 임차인이었던 현대차증권은 코람코 자산운용펀드가 건물을 매입하는 과정에서 인수금융 주관을 맡아 우선매수권을 얻었다. 최근 이를 행사하며 3548억원에 건물을 매입하기로 최종 결정하고 MOU를 체결했다.
현대차증권은 보유하고 있던 코람코자산운용 펀드 수익증권 152억원을 매각하고 얻은 원금과 투자수익(200억~300억원 예상)을 매입 재원으로 활용한다. 나머지 자금은 신규 펀드를 결성으로 공동투자자를 유치해 현대차증권이 추가로 투입하는 비용이 없다는 설명이다.
펀드 결성을 위한 출자자를 섭외하는 게 양 CFO에게 당장 해결해야 할 과제 중 하나가 됐다. MOU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물건이 여의도에 위치한 만큼 투자 유치는 수월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증권 본사 건물이 워낙 우수한 상권에 위치해 임차 수요도 꾸준할 것으로 보인다"며 "최근 기준금리 인하 등이 이어지며 경기 회복 기대감이 커지는 등 예정된 호재로 출자자모집은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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