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박종인 논설위원] 기자들 사이에 떠도는 몇 가지 '업에 대한 자조적인, 나름 웃기는 얘기'가 있는데요.
먼저 "기사만 쓰지 않는다면 기자도 할만한 직업"이라는 말이 있었습니다.
기자의 숙명은 매일매일 뉴스, 말 그대로 그날그날 새로운 기사를 써내야 하는 거니까, 아웃풋을 내야 하는 게 직업윤리고, 월급의 대가고, 존재 이유니까 '기자=기사'가 맞는데요.
그것만 아니면 할만한 직업이라는 거지요. 취재원에게는 그런대로 갑이고, 어느 정도 특권은 출입처가 받아주고 등등.(물론 예전만 못하지만 그래도 아주 개무시당하는 직업은 아니니까)
그런데 이 신화(?)라고 할까, 아니면 공식(?)은 보기좋게 깨졌지요. 다들 알고 계시겠지만, 어쩌면 아주 뒤늦게 밝혀진 사실인지도 모르겠지만 '법조 출입' 김 아무개 전 기자가 상당 기간 기사를 쓰지 않고도 '법조 1진' 직을 그런대로 잘 수행했다는 건데요, 모든 기자의 로망, '기사 한 줄 쓰지 않고, 골프 쳐가며, 동료 기자들에게 돈 넉넉히 뿌려가며' 기자 직을 잘 수행했다나, 어쨌다나.
물론 반론도 가능합니다. 그 신문사만의 특별한 사정에 의한 것이라고. 그렇다면 다른 언론사도 불 밝히고 찾아봐야겠네요. 혹시 그 어둡다는, 컴컴한 등잔 밑에 똬리 틀고 앉아 기사 안 쓰고 엉뚱한 돈벌이에 몰두하는 기자가 있는지 없는지.
두 번째 속설은 '넘어지면 밟는다'는 겁니다.
누가? 왜? 넘어지고, 누가? 왜? 밟느냐고요. 그거야 뭐, 연역적이고 뚜렷한 공식은 없습니다만, 사례를 들어 귀납적 설명은 가능할듯합니다.
예컨대 특정 시점의 이명박, 또는 특정 시점의 박근혜, 또는 특정 시점의 노무현, 특정 시점의 조국 등등이 그렇게 무참히 짓밟혔지요. 팩트라는 이름으로, 또는 합리적 의심이라는 그럴듯한 명분으로.
그럼 밟히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빙고, 맞습니다, 넘어지지 않으면 됩니다. 적어도 언론 앞에서는 꼿꼿하게 고개 들고 빳빳하게 서 있어야 하는데요. 이것도 나름 노하우가 필요하다나, 뭐라나.
언론의 입길에 오르락내리락, 벌과 나비 몰고 다니는, 나름 꿀 빨면서, 등을 내주지 않는 게 말처럼 쉬운 건 아닌데요.
최근 갈팡질팡 넘어질 듯 말듯 위태위태한 건 다름 아닌 MBK파트너스 김병주 회장입니다. 언론에 이 분 이름 오르내린 건 꽤 오래됐는데요. 한국인이 아니라 미국인이다, 이런저런 빅 딜을 통해 돈(원화인지 달러인지)을 많이 벌었다, 대부분 이런 성공 스토리였는데요. 최근 고려아연과 홈플러스에 연루돼 곤욕을 치르고 있네요, 급기야 넘어지기 일보직전으로 보이는데요.
왜 그렇게 생각하냐고요? 증거는 다음 아닌 '사재출연'인데요. 언론에서 '아무개가 사재출연한다'고 보도하기 시작하면, 진위와 무관하게 그 아무개는 이미 언론에서 넘어진 걸로 간주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말입니다, 김병주 회장이, 잘못한 게 없다면 말입니다,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괴로워할 일이 없다면 말입니다. MBK파트너스 홍보 담당자(혹시 그런 직을 맡은 분이 있다면)는 말이죠, 진실을 속 시원하게 밝혀야 합니다. 그래야 일보직전 김병주 회장을 다시 빳빳하게 일으켜 세울 수 있습니다. 언론 앞이든, 국회 앞이든, 금융당국 앞이든.
지금 어정쩡한 '입장문' 뒤에 숨다간 자칫 된통 밟히지, 말입니다. 대한민국 자본시장, 사모펀드가 무슨 봉은 아니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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