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이규연 기자] SK증권이 주식‧채권 발행 및 IPO(기업공개) 주관, M&A(인수합병) 자문 등을 아우르는 '전통 IB' 사업 확대를 추진 중이다. 다만 이런 행보에 비해 2024년 전통 IB 사업 수익성 성적은 다소 아쉽다. 올해 시장 경쟁 역시 만만찮을 것으로 예상된다.
4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SK증권은 지난해 별도기준 영업수익 1조153억원의 3.18%(323억원)를 '인수 및 주선 수수료'로, 1.08%(110억원)를 '채무보증 관련 수수료'로 거뒀다. 같은 기간 '매수 및 합병 수수료'는 7500만원으로 작은 비중에 불과했다.
인수 및 주선 수수료는 주식과 채권 발행 및 IPO 주관 관련 수수료 수익을 말한다. 채무보증 관련 수수료는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관련 수익이, 매수 및 합병 수수료는 M&A 자문 수수료가 각각 포함되는 항목이다.
세 항목은 증권사의 IB(투자은행) 수익을 아우른다. 이 기준에 따르면 SK증권은 2024년 별도기준 영업수익의 4%가량을 IB 사업에서 거뒀다고 볼 수 있다. 2023년에는 IB가 전체 영업수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7%(816억원) 이상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다소 부진한 성적이다.
주식‧채권 발행 및 IPO 주관, M&A 자문 등 전통 IB 영역 수익으로만 따져도 인수 및 주선 수수료는 2023년 331억원에서 2024년 323억원으로 소폭 줄어들었다. 매수 및 합병 수수료는 같은 기간 3억원에서 7500만원으로 감소했다.
SK증권이 부동산 PF를 주된 매출원으로 삼아왔던 점을 고려하면 전통 IB 수익 부진은 다소 아쉬운 대목이다. 부동산 PF 시장이 2023년부터 2024년에 걸쳐 불황에 빠지면서 SK증권도 대체 매출원이 필요한 상황에 놓였기 때문이다.
SK증권은 2023년 말 부동산 PF 조직을 축소하고 DCM(부채자본시장)을 다루는 IB1본부와 ECM(주식자본시장)을 담당하는 IB2본부 규모를 키웠다. 연이어 2024년 11월에는 대표이사 직속으로 신설한 IB 총괄 자리에 유성훈 기업금융사업부 대표(부사장)를 선임했다.
조만간 코스닥에 상장될 예정인 재생 전문기업 로킷헬스케어 IPO 단독주관을 2023년 중순에 맡기도 했다. SK증권은 2018년 EDGC 상장 단독 대표주관 이후 6년 만에 IPO 주관사로 이름을 올렸다.
딜사이트 2024년 리그테이블에 따르면 SK증권이 2024년 4조53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을 주관하기도 했다. 이는 중소형 증권사 1위이고 전체 증권사로 범위를 넓혀도 5위 안에 들어가는 성적이다. 여기에는 SK그룹 계열사 회사채 발행을 대거 주관한 점이 반영됐다.
이 같은 성과는 SK증권이 2024년부터 전통 IB 사업 강화를 본격화했다는 신호로 풀이된다. 그럼에도 이런 활동 확대가 실제 수수료 수익 증가세로 이어지지 못한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SK증권이 올해 맞이할 전통 IB 사업 경쟁도 녹록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부동산 PF 시장 불황이 지속되면서 수익원 다양화가 필요해진 증권사들이 몸집을 가리지 않고 전통 IB 사업 강화에 일제히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미래에셋증권은 2024년 11월 IB2부문 본부 아래 SRM(시니어 영업담당) 제도를 도입했다. SRM으로 지정된 임원이 프로젝트별 별도 유닛을 구성하는 방식이다. KB증권은 2024년 말 DCM 전문가인 주태영 전무를 IB부문장 겸 IB1그룹장으로 선임했다.
메리츠증권은 정영채 전 NH투자증권 대표를 IB사업 담당 상임고문으로, 송창하 전 NH투자증권 신디케이션본부장을 기업금융본부장(전무)로 각각 영입하는 등 IB 전문인력 확충에 나섰다. 중소형 증권사 중에서도 LS증권이 지난해 말 기업금융조직을 IB1사업부로 격상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SK증권이 2024년 DCM 시장에서 SK그룹 계열사 회사채 발행 거래를 많이 따냈지만 SK그룹 경쟁사 거래를 수임하기 힘든 점은 양날의 칼"이라며 "IPO 주관시장도 현재 상황에서는 중소형 증권사의 진입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