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이규연 기자] 대면 중심이던 자산관리(WM) 분야에서 디지털을 활용한 비대면 고객에 집중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비대면 문화가 확산하면서 부유층의 비대면 자산관리 서비스 비중이 높아졌고 고객의 특성도 이전과는 상당히 달라졌기 때문이다. 이에 대응해 다양한 디지털 자산관리 서비스를 운영하면서 갈수록 늘어나는 비대면 고객을 확보해야 한다는 진단이다.
오현석 삼성증권 디지털자산관리본부장은 26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딜사이트가 '디지털 대전환 시대, 금융사 생존 전략'을 주제로 개최한 '2025 금융포럼'에서 "예전에는 부유층 자산관리 고객이 지점에 가서 PB(프라이빗뱅커)에게 돈을 맡기고 상담했다면 지금은 시스템이 좋아지다 보니 증권사 앱으로 들어오고 있다"고 이 같이 분석했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2024년 기준으로 자사의 금융자산 10억원 이상 고액자산가 자산관리 고객을 분석한 결과, 77%가 모바일 앱 같은 비대면 채널을 통해 유입됐다. 2018년 46%와 비교해 비대면 유입 비중이 대폭 늘어난 셈이다. 같은 기간 금융자산 30억원 이상 초고액자산가 고객의 비대면 유입 비중도 25%에서 54%로 증가했다.
오 본부장은 "디지털로 유입된 부유층 자산관리 고객은 투자에 있어 이전보다 자기주도적 성향을 보인다"며 "본인이 여러 정보를 다양한 루트로 받고 웬만한 것은 스스로 처리하겠다는 쪽으로 생각이 바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고객층은 세무나 고급 투자정보 등에 대한 필요(니즈)가 있을 때 증권사 PB가 선택적으로 연결되는 것을 희망하고 거래비용 같은 가격에도 민감하다"고 덧붙였다.
고객상담에 AI를 활용을 확대하는 방안도 디지털 자산관리 강화의 일환으로 소개됐다. 올해 삼성증권은 IPCC(인터넷 프로토콜 기반의 콘텍트 센터) 시스템을 AICC(인공지능 기반의 콘텍트 센터)로 업그레이드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우선 디지털 자산관리 고객층을 일반 대중(매스)부터 초고액자산가까지 다섯 계층으로 분류하고 고액자산가 이상 고객에게 ▲바로상담 ▲전문상담 예약 ▲리서치톡 ▲랭킹 인사이트 ▲웹세미나 서비스를 추가 제공한다. 여기에 초고액자산가 고객에게 전담 케어와 전문가 1대1 미팅 등이 더해진다.
바로상담은 고객이 삼성증권 디지털 PB와 투자 상담부터 업무 처리까지 바로 처리할 수 있는 서비스다. 전문상담 예약의 경우 고객이 원하는 시각과 내용을 예약하면 관련 전문 디지털 PB가 그 일정에 맞춰 유선으로 상담을 진행하게 된다.
오 본부장은 "바로상담은 고객이 판단을 바로 내리기 힘들거나 삼성증권의 시점이 궁금할 때 보통 사용된다"며 "고객 본인이 깊이 있게 특정 사안을 상담받고 잎으면 전문상담 예약을 이용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리서치톡은 삼성증권 애널리스트(연구원)이 고객의 관심 이슈에 대해 모바일메신저 메시지를 보내듯 코멘트를 메시지로 신속하게 제공하는 방식이다. 랭킹 인사이트는 삼성증권 고객의 보유·거래 종목 데이터를 분석해 테마별로 다양한 종목 순위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국내외 주식 및 금융상품 투자 등에 관련된 웨비나(비대면 세미나)도 2024년에 35회 개최됐다
이러한 서비스 제공에 힘입어 삼성증권의 디지털 자산관리 서비스 고객은 2020년 3만명(전체 자산 5조원)에서 2024년 39만명(전체 자산 66조원)으로 증가했다. 오 본부장은 "디지털 시대라 해도 그것을 매개하는 부분은 결국 사람"이라며 "경험 많은 인력이 디지털 PB로 자리매김해 상대적 경쟁력을 높게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디지털 PB 인력의 역량과 시스템의 질을 높이는 쪽으로 차별화를 꾀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금융솔루션 이해 ▲주특기 개발 ▲상담품질 표준화 등 디지털 PB 교육이 대표적이다. 대면 교육 외에 실시간으로 온라인 교육을 진행하고 본부 전용 학습 시스템도 적극 활용하고 있다. 더불어 고객이 주로 찾는 상담 분야의 전문 지식을 갖춘 디지털 PB를 우선 연결하는 '콜라우팅' 체계도 운영하고 있다.
고객상담에 AI를 활용을 확대하는 방안도 디지털 자산관리 강화의 일환으로 소개됐다. 오 본부장은 "상담 음성을 문자(텍스트)로 전환하는 시스템의 정확도가 현재 95%까지 올라간 상황"이라며 "고객 상담에서 주요 키워드가 잡히면 그 키워드에 해당하는 콘텐츠가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구조도 구축했다"고 소개했다.
삼성증권은 올해 목표로 IPCC를 AICC(인공지능 기반의 콘텍트 센터)로 업그레이드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오 본부장은 "삼성전자에 관련된 고객 상담 DB를 기반으로 AI 페르소나(특정 역할이나 인격)를 만든 뒤 이것에 부합하는 고객을 찾아 우리의 의견을 제공할 수 있다"며 "이런 AI 친화적인 방식의 시업 발전 계획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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