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KT 대장주 쟁탈전주주환원 '명암'…'합리적 vs 퍼주기' 배당

[딜사이트 전한울 기자] SK텔레콤과 KT가 최근 정반대의 주주환원 기조를 보이면서 대장주 쟁탈전에 다시 한 번 불을 지폈다. SK텔레콤은 영업이익 성장에도 배당 규모를 축소한 반면 KT는 인건비 등 일회성비용에 따른 영업이익 감소에도 배당 규모를 한층 늘리며 공격적인 주가 부양에 나섰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통신업계가 이제 막 인공지능(AI) 개화기에 접어든 만큼 향후 성장투자 여력도 염두에 둬야하는 점을 고려하면 당장 주가 부양은 단기적 효과에 그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올 상반기 양사가 새 AI 상품에 대한 수익화를 본격 추진하는 상황에서 관련 실적에 따라 시장 향방이 판가름날 것이란 게 시장의 시각이다.
SK텔레콤은 지난해 영업이익 1조8234억원을 기록하면서 전년 대비 4% 증가했다. 통신 3사 중 유일하게 성장세를 보였지만 배당 규모는 오히려 감소했다.
SK텔레콤은 연결기준 조정 당기순이익의 50% 이상을 주주에게 환원 중이다. 지난해 총배당금은 7536억원으로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의 52.4%를 배당에 투입했다. 직전년도 배당 비율이 당기순이익의 66.8%인 점을 고려하면 14.4% 포인트나 하락한 셈이다. AI 투자 여력 확보를 비롯해 지난해 9월 단행한 퇴직 프로그램 '넥스트 커리어' 격려금을 최대 500% 늘리면서 일회성 비용이 반영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실제 이 회사의 4분기 기준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4.4% 감소했다.
이에 대해 김양섭 SK텔레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이번 배당 과정에서 상향을 기대한 주주도 있었겠지만 시장 상황 전반을 고려해 최대한 합리적인 결정을 내린 것"이라며 "AI 경쟁에서 뒤쳐지지 않기 위한 투자 리소스를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판단한 결과"라고 말했다.
같은 기간 KT도 일회성비용 영향으로 연간 영업이익이 악화됐지만 배당 규모는 오히려 늘어나며 정반대 기조를 나타냈다. 앞서 KT는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26조4310억원, 영업이익 8095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지만 영업이익은 인력조정 등에 따른 일회성비용 여파로 전년 대비 50.9%나 감소했다.
하지만 KT는 지난해 총배당금을 4916억원으로 전년 대비 1.8% 늘리며 공격적인 환원 정책을 이어갔다. KT는 별도기준 조정 당기순이익의 50%를 주주환원에 투입하고 있다. 지난해 별도 당기순이익 3599억원을 기준으로 계상한 배당 비율은 136.6%에 달한다. 특히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이 전년 대비 61.4%나 쪼그라들면서 배당 비율은 2배 이상 급증하게 됐다.
이에 대해 장민 KT CFO는 "올해 이익 개선 목표에 비춰봤을 때 주주환원 자금이 함께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며 "전반적으로 최소 투자 기대수익률 고려해 합리적인 결정을 내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시장에선 양사의 엇갈린 주주환원책이 시장 및 주가에 미칠 영향은 단기적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21일 종가 기준 양사 시가총액은 다시 4000~5000억대의 격차를 유지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양사 주주환원 기준은 다르지만 비용 부담이 함께 늘어난 상황서 주주환원을 바라보는 시각이나 의지는 분명 달랐다"면서도 "향후 자사주 매입, 소각 등에 따라 양사 주가 변동이 이어지겠지만 최근 전사 실적과 관련 비용이 AI 부문에 치중되고 있는 만큼 올 상반기 신사업 실적에 따라 향후 시장 반응이 갈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먼저 KT는 올 상반기 한국형 AI 및 클라우드를 순차 출시하며 본격적인 AI 수익화에 나설 계획이다. AI 사업 고도화를 기반으로 AI·정보기술(IT) 관련 매출을 지난해 지난해 1조원대에서 올해 두 자릿수 성장시킬 방침이다.
SK텔레콤의 경우 올 상반기 미국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글로벌형 AI 에이전트인 '에스터' 오픈 베타서비스를 실시할 계획이다. 최근 이용자 800만명을 돌파한 국내용 AI 에이전트 '에이닷' 서비스도 지속 고도화하며 시장을 넓혀갈 계획이다. 아울러 AI데이터센터(AIDC)에 엔비디아 최신 그래픽처리장치(GPU)인 'H200'을 도입하고 AI 클라우드 서비스인 'GPUaaS(GPU as a Service)' 사업을 본격 확산해 나갈 계획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 AIDC 부문에서 3974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13.1%나 성장했다.
이에 대해 김양섭 SK텔레콤 CFO는 "주주환원이 주가를 결정하는 주 요인은 맞지만 결국 주가는 미래 성장성을 종합 반영한 결과"라며 "올해 AI 사업 성과를 가시화해 시장에 보여줘야 하는 시기인 만큼 올해 AI 부문에 힘을 실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업계 최고 수준의 배당정책을 이어온 만큼 앞으로도 안정적인 배당정책을 이어갈 계획"이라며 "주가 저평가 구간에선 자사주 소각도 고려 중"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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