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KT 대장주 쟁탈전불어나는 AI 투자부담…자금확보 '총력전'

[딜사이트 전한울 기자] SK텔레콤과 KT가 최근 급격히 불어난 인공지능(AI) 투자금을 충당하기 위해 자금 확보 총력전에 나선다. 주력사업인 5G 성장세가 둔화되고 AI 신사업 수익도 지지부진한 상태가 이어지면서 투자 여력에 경고등이 켜졌기 때문이다.
양사는 올해 새 AI 서비스 출시로 신사업 매출 비중을 늘리는 동시에 사업·경영 곳곳에서 비용 효율화를 병행하며 자금 유입 채널을 한층 늘릴 계획이다. 자본적투자(CAPEX) 절감부터 비주력·비효율 자산 유동화까지 다각적인 몸집 줄이기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SK텔레콤과 KT는 지난해 4분기 기준 현금 및 현금성자산이 2조3476억원, 3조7295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34.2%, 30% 급증했다. 당장 현금 규모는 늘었지만 향후 3~4년간 양사 합산 AI 투자 규모가 10조원을 훌쩍 뛰어넘는 상황 속에 이렇다할 AI 매출 성장과 재무 개선이 부재한 점을 고려하면 여력이 넉넉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앞서 SK텔레콤는 최근 두 자릿수 성장 중인 AI데이터센터(AIDC) 부문에만 2028년까지 최대 3조4000억원을 투자해 인프라 고도화에 나서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KT도 2027년까지 AI 인프라 구축 및 고도화 등에 7조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지난해 말에는 마이크로소프트(MS)와 AI·클라우드 분야에 5년간 2조4000억원을 투입한다는 계획을 발표하면서 투자 비용이 한층 늘어나게 됐다.
문제는 새 수익원으로 육성 중인 'AI·정보기술(IT)' 부문에서 이렇다할 약진이 부재하다는 점이다. KT는 지난해 AI·IT 부문에서 1조1058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11.9% 증가했지만 전체 매출 비중은 4.2%에 그쳤다. SK텔레콤도 AI사업 매출을 견인 중인 AI전환(AIX) 및 AIDC 부문이 5904억원으로 두 자릿수 성장했지만 전체 매출 비중은 여전히 3.3%에 불과하다. 주력사업인 5G 성장세가 둔화 중인 점을 고려하면 AI 신사업이 새 견인차 역할을 해야 하지만 성장률은 여전히 지지부진한 셈이다.
아울러 재무적 리스크도 향후 AI 투자 집중도를 흐릴 수 있는 변수다. 최근 양사는 유동자산이 크게 줄거나 유동부채가 대폭 늘면서 유동비율이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SK텔레콤은 지난해 4분기 기준 유동비율이 81.5%로 전년 대비 12.7% 포인트 하락했다. KT도 같은 기간 현금성자산이 차입금에 한참 못 미치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유동비율이 103%로 7.4% 포인트 낮아졌다. 양사 모두 1년 이하 단기 채무에 대한 상환 능력이 큰 폭으로 악화된 셈이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주 수익지표인 이용자당평균매출(ARPU)이 쪼그라든 상황 속에 주요 재무지표를 관리하고 성장투자 자금까지 마련해야 하는 난제를 받아든 상황"이라며 "고정적인 성격으로 투입되는 비용 등도 만만치 않아 경영 효율화 방안에 대한 고심이 한층 깊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양사는 올해 즉각적인 효과를 낼 수 있는 '비용절감' 작업을 한층 확대해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SK텔레콤은 지난해 퇴직 프로그램 '넥스트 커리어'의 위로금 규모를 대폭 확대하며 사실상 구조조정 수준의 행보를 보였다. KT도 지난해 말 4400명 규모의 인력 조정을 단행하면서 대대적인 인건비 감축에 나섰다. 이 밖에 SK텔레콤과 KT는 지난해 기준 CAPEX를 전년 대비 각각 12.7%, 6% 줄이며 공통적인 감축 기조를 이어갔다.
올해 SK텔레콤은 비용을 줄이고 운영 효율을 개선하는 OI(Operational Improvement) 움직임을 가속할 계획이다. 비핵심·비효율 자산 유동화를 적극 검토하는 등 한층 다각적인 OI 활동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김양섭 SK텔레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어려운 시장 상황이 이어지는 만큼 비용을 줄이고 운영 효율을 개선하는 작업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전방위적으로 통신 부문의 본원적 경쟁력 강화와 AI 성장 기반을 마련하는 데 중점을 둘 예정"이라며 "단순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지속성을 갖추는 게 목표"라고 부연했다.
KT도 경영·비용 효율화에 대한 고심을 이어갈 계획이다. 업계에 따르면 KT는 최근 고성장 중인 조 단위의 부동산 자산 매각을 적극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KT는 노보텔 앰배서더 동대문, 안다즈 강남 등 서울 지역 프리미엄 입지에 위치한 고급 호텔들을 보유하고 있다. KT가 유휴자산이 아닌 실 수익을 창출하는 부동산 카드를 꺼내든 배경에는 AI 투자를 향한 의지가 자리잡고 있다는 게 시장의 시각이다.
KT는 다각적인 구조 효율화와 꾸준한 AI 투자를 병행해 나가겠다는 입장이다. 장민 KT CFO는 "올해 구조적인 효율화 작업을 지속할 것이며 지난해 인력구조 개선에 따른 영향을 올해 이익으로 반영하기 위한 노력도 이어질 것"이라며 "최근 5G 투자가 거의 종료되고 6G는 기술 표준화 이슈 등으로 2~3년 내엔 투자를 진행하기 어려운 만큼 AI 투자를 늘리며 캐펙스를 전년과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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