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은행-더존비즈온 협업
성장 모멘텀 주목…지방은행 '청사진' 될까
ERP뱅킹으로 중기 대상 인뱅·시중은행 역할 기대…지방은행 모델로 자리잡을지 주목
이 기사는 2025년 04월 24일 06시 30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제주은행 본사 전경.(제공=제주은행)


[딜사이트 주명호 기자] 제주은행은 20여년간 신한금융그룹의 아픈 손가락이었다. 4대 금융그룹에 속한 유일한 지방은행이지만 그룹 영향력과 별개로 오랜 성장 정체에서 헤어 나오지 못했다. 그사이 다른 지방은행과 격차는 급격히 벌어진 데다 인터넷전문은행 출범까지 이어지며 입지는 더욱 축소됐다.


이런 상황에서 더존비즈온과의 ERP(전사적자원관리)뱅킹 협업은 제주은행의 변화를 이끄는 변곡점으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역적 제약을 벗어난 포용적 금융을 통해 은행으로서의 역할과 수익성 강화를 동시에 가져갈 수 있다는 기대감에서다. 단순히 제주은행에 그치는 게 아닌 국내 지방은행들의 새로운 성장 모델로 떠오를지도 주목된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제주은행은 2000년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되면서 신한금융에 위탁관리 형태로 흡수됐다. 이후 2002년 5월 신한금융이 제주은행 지분 51.0%를 인수하면서 그룹 자회사로 정식 편입됐다. 신한금융의 현재 제주은행 지분율은 75.31%다.  


위탁관리 과정을 통해 경영 정상화에는 성공했지만 성장 한계는 벗지 못했다. 제주은행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104억원으로 10년 전인 2014년(122억원) 수준보다도 적었다. 그룹 내부적으로도 신한저축은행(179억원)보다 못한 실적을 내는데 그쳤다.  


타 은행과의 자산 격차도 지속적으로 확대됐다. 지난해 제주은행의 자산 규모는 7조4448억원으로 광주은행(31조30억원), 전북은행(25조2061억원)의 3분의 1 수준에 미치지 못했다. 지방은행 뿐만 아니라 인터넷전문은행, 대형 저축은행에도 규모면에서 밀린 모습이다. SBI저축은행, OK저축은행의 경우 2021년부터 자산규모 10조원을 넘어선 상태다. 


새 동력 찾기를 통한 성장 노력이 없진 않았지만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지기 어려웠다. 2018년 내놓은 관광 모바일 플랫폼 '제주지니'가 대표적이다. 신한DS와 약 30억원을 들여 개발한 제주지니는 초창기 100만건 이상 누적 다운로드수를 기록하며 관심을 끌었지만 결과적으로 수익화에는 실패했다. 


신한금융 차원에서도 제주은행에 대한 우려는 지속됐다. 한때 신한은행과의 합병을 검토한 것도 자체적으로는 성장이 어렵다는 판단이 컸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역 특수성 등을 이유로 합병 논의는 결국 백지화됐다. 매각설 역시 끊임없이 흘러나왔지만 실체는 없었다. 자회사 편입 후 2005년, 2008년에 한 차례씩 매각설이 나온데 이어 2021년에는 네이버와 두나무의 지분 인수설이 제기됐지만 모두 사실무근으로 정리됐다. 


이같은 과정을 거친 만큼 이번 ERP뱅킹은 제주은행에 대한 끊임없는 성장 고민의 결실로 풀이된다. 실제로 이번 ERP뱅킹 협력 모델은 제주은행에서 더존비즈온에 먼저 제안해 이루어졌다. 인터넷전문은행(인뱅) 설립을 추진해왔던 더존비즈온은 제안에 대해 사업성을 면밀히 검토 후 인뱅 대신 플랫폼 중심으로 방향을 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존비즈온은 국내 ERP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달리며 탄탄한 입지를 구축하고 있다. ERP뱅킹이 본격화되면 제주은행은 국내 전체 중소기업·소상공인을 대상으로 비대면 금융서비스 제공이 가능해진다. 지방은행이지만 사실상 인뱅 및 시중은행의 역할을 기대할 수 있는 셈이다. 


더 나아가 이번 협업모델이 향후 지방은행의 활로를 위한 새 통로가 될지도 관심이 커진다. 규모의 차이는 있지만 다른 지방은행 역시 새 성장동력 마련이 시급한 것은 마찬가지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역 점유율 경쟁 등을 벗어나 수익 구조를 만들 수 있다면 해당 지역에 대한 재투자까지 이어지는 선순환도 기대할 수 있다"며 "지방은행에 대한 새 패러다임으로 자리 잡을지 충분히 지켜볼만 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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