퓨리오사 M&A연이은 투자유치 '난항'…갑작스런 매각설
[딜사이트 박휴선 기자] 국내 반도체 팹리스 업체 퓨리오사AI가 미국 페이스북의 모회사 메타와 매각 협상을 벌이면서 벤처캐피탈(VC) 업계에서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진행한 시리즈C 투자유치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 상황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갑작스런 매각설이 퓨리오사의 '몸값 올리기' 혹은 '원활한 투자유치'를 위한 노림수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퓨리오사AI는 2023년 시리즈C로 730억원의 투자금액을 목표로 했으나 ▲교보생명보험 ▲게임체인저인베스트먼트 ▲한국투자파트너스(30억원) 등 4개 기관에서 절반도 안 되는 금액을 투자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퓨리오사AI는 이달 들어 DSC인베스트먼트에서 시리즈D로 30억원, 컴투스의 기업형 벤처캐피털(CVC)인 크릿벤처스에서 20억원을 투자받았다.

업계에서는 퓨리오사AI의 추가 투자 유치가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는 점에 대해 다양한 분석을 내놓고 있다. 반도체기업 투자 경험이 있는 VC 관계자는 "회사 설립 이후 7년 이상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구체적인 결과물, 즉 상용화된 제품이 아직 나오지 않은 점에 대해 의문을 표하는 VC들이 꽤 있다"며 "1600억원 이상을 투자받았지만 앞으로 얼마가 더 들어갈지 모른다는 불확실성도 리스크 요인"이라고 말했다.
퓨리오사AI는 2019년 ▲퀀텀벤처스 ▲트러스톤자산운용 ▲산업은행 ▲DSC인베스트먼트 등으로부터 시리즈A로 80억원을 투자받았다. 2021년에는 ▲IMM인베스트먼트 ▲아이온자산운용 ▲코리아오메가투자금융 ▲비전벤처스 등으로부터 시리즈B로 800억원을 조달했다.
퓨리오사AI는 2017년 4월 설립한 AI 반도체 기업이다. 2018년부터 2023년까지 계속 적자폭이 커지는 모습을 보였다. 2018년 매출액 300만원, 영업손실 10억원에서 2019년과 2021년에는 매출액이 제로(0)에 수렴했다.
2022년에는 매출액 3억992만원, 영업손실 501억원, 2023년에는 매출액 36억원, 영업손실 600억원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결손금도 커지고 있다. 퓨리오사AI의 결손금은 2022년말 770억원에서 2023년말 1408억원으로 2배 가까이 늘었다.
회사가 제대로 된 현금창출을 하지 못하고 계속해서 손실이 쌓일 경우 이익잉여금이 마이너스(-)가 되며 결손금이 발생한다. 결손금이 누적돼 자본총계가 마이너스로 돌아서게 되면 자본잠식이 되기도 한다.
퓨리오사AI와 같은 기술 기업의 경우 상용화된 제품을 만들기까지 대규모 자금을 투입해야 한다. 매출이 발생하기까지 긴 시간이 필요하고 이 과정에서 수년간 적자가 누적되는 게 일반적이다. 퓨리오사AI 역시 자금조달의 어려움을 겪다가 이에 대한 대안으로 기업공개(IPO)를 추진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퓨리오사AI가 당초 IPO를 추진했지만 파두 사태로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계획이 꼬여버렸다"고 말했다. 퓨리오사AI는 지난해 4월 미래에셋증권과 NH투자증권을 IPO 주관사로 선정하고 올해 상반기를 목표로 코스피 상장을 추진했다.
VC업계 관계자는 "퓨리오사AI가 시리즈C 펀딩을 제대로 받지 못하면서 메타와의 매각 협상을 통해 몸값을 높이려는 의도로 해석된다"며 "퓨리오사AI가 매각에 진심이었다면 딜이 종료되기도 전에 이렇게 내용이 오픈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짚었다.
업계 관계자는 "퓨리오사AI가 언론에서 언급한대로 기술력을 인정받았다면 투자유치에 이 정도로 어려움을 겪진 않았을 것"이라면서도 "메타가 엔비디아에 의존하지 않고 자체 AI칩을 생산하기 위해서 퓨리오사AI의 지분을 인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퓨리오사AI의 창업자를 비롯해 특수관계인 지분 일부를 인수한 뒤 이들에게 특정 기한까지 제품개발을 완료하면 거액의 성과급을 주는 방식의 계약도 가능하리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이와 달리 메타가 기술유출을 우려해 퓨리오사AI의 지분을 전량인수를 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현재 두 회사는 서로 간의 구속력 없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단계로 연내 딜클로징은 불투명하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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