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김규희 기자]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 SG PE와 한국투자프라이빗에쿼티(한투PE)가 코오롱생명과학의 투자금 회수(엑시트) 시점을 저울질하고 있다. 최근 김천공장 화재로 주가가 주춤하고 있지만 이웅열 명예회장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인보사 최종 승인 절차에 속도가 붙는 등 상승 모멘텀이 충분하다는 판단이다. 향후 주가가 상승세에 올라타면 엑시트에 나설 방침이다.
24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SG-한투 PE는 코오롱생명과학 주가를 주시하고 있다. 코오롱생명과학 주가는 지난 13일 22.55% 상승해 2만5000원을 기록한 뒤 하락해 2만3000원선을 유지 중이다.
SG-한투 PE는 지난 2021년 12월 코오롱생명과학 전환사채(CB)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250억원을 투자했다. 투자 재원은 두 PE가 Co-GP로 운용 중인 기업구조혁신펀드에서 조달했다. 당시 CB 전환가액은 주당 3만2611원이었으나 올해 리픽싱을 통해 2만1760원으로 조정됐다.
SG-한투 PE는 오랜 기간 코오롱생명과학을 지켜본 뒤 투자에 나섰다. 기업구조혁신펀드의 주요 투자대상은 구조조정이 필요한 기업으로 당시 코오롱생명과학은 그 요건을 충족했다. 2017~2020년까지 4년 연속 영업손실을 기록하는 등 적자 지속으로 2021년 초 관리종목으로 지정됐기 때문이다.
당초 계획은 3년 안에 투자금을 회수하는 것이다. SG-한투 PE는 코오롱생명과학이 2021년 실적 반등에 접어들어 곧바로 관리종목에서 벗어날 것으로 봤고 이를 통해 주가 상승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했다.
게다가 CB 발행 3년 이후 만기이자율이 기존 4%에서 매년 1%p의 가산금리를 적용하는 스텝업 조항이 담겨있어 그룹 차원에서도 3년 안에 투자금을 상환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SG-한투 PE는 계획과 달리 3년 내에 코오롱생명과학 투자금을 회수하지 못했다. 퇴행성 관절염 유전자 치료제 '인보사케이주' 사태가 지속된 탓이다.
이 회장은 지난 2020년 인보사 성분을 속여 정부 허가를 받고 판매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 회장이 받는 혐의는 2017년 11월부터 2019년 3월까지 허가 내용과 다른 성분의 인보사를 제조‧판매해 환자들로부터 약 160억원을 가로채는 등 사기, 자본시장법상 사기적 부정거래 및 시세조종, 배임증재 등 7개에 달했다.
그 여파로 코오롱생명과학 주가는 하락세를 벗어나지 못했다. 2022년 10월 한 차례 5만원을 기록하긴 했지만 이후 주가는 지속 하락해 1만6000원대로 떨어졌다.
그러다 지난달 29일 반전의 계기가 마련됐다. 이 회장이 기소 4년 4개월 만에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은 "이 사건 공소 사실의 대부분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7개 혐의에 대해 무죄 또는 면소 판결을 했다.
게다가 미국 FDA 최종 승인 절차에도 속도가 붙고 있다. 국내에선 인보사 허가 취소 효력 정지 등 행정소송을 비롯해 피해주주의 민사소송 등 법적 다툼이 이어졌지만 미국에서는 소명 절차를 거쳐 2020년 4월부터 임상 3상을 재개했다. 이후 지난 7월 코오롱그룹의 바이오 자회사 코오롱티슈진이 인보사 무릎 임상 3상 투약을 마무리했다.
SG-한투 PE는 이 회장의 사법리스크가 제거되고 미 FDA 허가 절차도 진행하고 있는 만큼 코오롱생명과학의 주가가 상승세에 접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아울러 주가가 목표치에 다다를 경우 코오롱생명과학 측과 엑시트 시점을 조율할 예정이다.
IB업계 관계자는 "SG-한투 PE는 코오롱생명과학 주가 관련 리스크는 어느 정도 해결된 것으로 보고 있다"며 "향후 주가 상승이 이뤄지면 엑시트에 나선다는 방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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