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권녕찬 기자] 코스피 상장사 '플레이그램'이 발행한 전환사채(CB)에 조기상환청구권(풋옵션)이 행사됐다. 현 주가 흐름을 볼 때 다른 메자닌에 대한 추가 풋옵션 행사가 잇따를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에 지속된 적자를 겪고 있는 플레이그램의 재무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1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엠알오사업(부자재 구매대행) 등을 영위하는 플레이그램에 지난달 8일 제36회차 CB와 관련한 5억원 규모의 풋옵션이 청구됐다. 앞서 플레이그램은 2023년 12월 60억원 규모로 36회차 CB를 발행했다. 표면이자율 5%, 만기이자율 5% 수준이다.
운영자금 목적으로 발행된 36회차 CB의 경우 지난달 12월 8일부터 전환청구기간과 풋옵션청구기간이 동시에 도래했다. 전환가액(405원)이 당시 주가(300원대)보다 낮게 형성되자 기간도래 즉시 풋옵션을 행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사채 매도자는 에스앤에이치인베스트먼트다.
플레이그랩은 지난달 말에도 10억원 규모의 CB를 매입했다. 에스앤에이치인베스트먼트와 마찬가지로 36회차 CB를 보유하고 있던 호연물산이 풋옵션을 행사하자 플레이그램이 CB를 만기 전 취득한 것이다. 36회차 CB 발행 당시 인수자는 메타플랫폼1호투자조합이었으나, 이후 CB 일부를 호연물산 및 에스앤에이치인베스트먼트가 매입한 것으로 파악된다. 호연물산 및 에스앤에이치인베스트먼트 입장에서는 CB를 매입한 후 주가가 부진하자 이번에 털어낸 셈이다.
주목할 부분은 향후 추가 풋옵션 청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이다. 앞서 플레이그램은 지난해 1월 제37회차 CB도 발행했다. 30억원 규모의 채무상환 목적으로, 표면이자율 5%, 만기이자율 5%다. 이달 12일부터 전환청구와 풋옵션청구기간이 함께 도래했다.
전환가액은 리픽싱(전환가액 조정)으로 430원까지 내려온 상태다. 14일 종가(404원)보다 6% 높은 수준이다. 아직 즉각적인 풋옵션이 청구되진 않았으나 향후 주가 향방에 따라 조기상환 요구가 들어올 수 있는 여건이다.
플레이그램은 지난해 2월 교환사채(EB)를 발행하기도 했다. 50억원 규모의 운영자금 목적이다. 교환대상은 알짜 자회사인 MDS테크(구 한컴MDS) 보통주다. 교환가액은 2600원이다. 지난해 3월 교환청구기간이 도래했으나 MDS테크 주가는 이후 내리막길만 걷는 상황이다.
최근 엔비디아 수혜주로 주가가 반짝 반등하긴 했으나 교환가액에 못 미친다. MDS테크 주가는 14일 종가 기준 1342원이다. 이런 가운데 오는 2월 중순 풋옵션 기간이 도래한다. 주가와 교환가액 간 괴리가 지속되고 있어 풋옵션 청구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다.
잇따른 풋옵션은 플레이그램의 재무 부담으로 직결될 수 있다. 수익성이 저조한 데다 재무구조 역시 열위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플레이그램은 최근 5년간(별도 기준) 매년 영업적자를 기록 중이다. 지난해 3분기에도 21억원 영업적자를 냈다.
당기순이익은 2020년 13억원과 2022년 19억원을 제외하고 매년 순적자다. 영업활동현금흐름은 들쑥날쑥한데 최근 3년간만 봤을 때 2023년 28억원의 플러스를 제외하고 매년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29억원의 영업현금흐름을 냈다.
지난해 3분기 말 유동비율은 70.1%다. 누적 결손금은 633억원 수준이다. 자금 사정이 어렵다 보니 CB 돌려막기를 하는 모습도 보인다. 37회차 CB의 경우 채무상환 목적이었는데 앞서 발행한 32회차 CB를 갚기 위한 용도로 발행됐다. 37회차 CB 30억원은 32회차 CB 인수자였던 코스나인의 20억원, 이경재씨 10억원에 대한 상환 목적으로 발행됐다.
자금 여력이 좋지 않은 하나의 방증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향후 풋옵션 청구가 이어질 경우 유동성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는 이유다.
이와 관련해 플레이그램 관계자는 "향후 사채권자들이 어떻게 나올지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며 "경영진이 논의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올해 실적 개선 방안을 묻는 질문에는 "아직 올해 사업 계획이 뚜렷하게 나온 게 없어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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