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 배터리 흑전에도 '적자'
영업손실 4233억…E&P·배터리 외 전 사업 '감익'
SK이노베이션 2024년 3분기 경영 실적 (제공=SK이노베이션)


[딜사이트 박민규 기자] SK이노베이션이 주력 사업 석유의 시황 부진으로 3개 분기 만에 적자 전환했다. 다만 분기당 수천억 단위의 영업손실을 내던 '아픈 손가락' 배터리 사업(SK온)이 분기 기준 처음으로 손익분기점(BEP)을 달성, 출범 3년여 만에 적자 탈출에 성공한 것은 소기의 성과다.


SK이노베이션은 올해 3분기 연결 기준 매출 17조6570억원과 영업손실 4233억원을 기록했다고 4일 공시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1.2%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적자로 돌아섰다. 이번 영업손실은 금융 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증권가 가이던스 2928억원를 44.6% 상회하는 '어닝 쇼크'이기도 하다. 같은 기간 순이익도 -5881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SK이노베이션의 최고재무책임자(CFO)인 김진원 재무본부장은 "매출액 감소는 유가 하락으로 인한 석유 매출 감소 등 때문"이라며 "영업손실은 유가 하락에 따른 재고 관련 손실과 주요 화학 제품 마진 축소 등의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영업 외 손실은 유가 하락으로 인한 파생 상품 등의 이익(739억원), 환율 하락에 따른 환이익(1187억원) 등에 전년 동기 대비 35.8%(1705억원) 개선된 3063억원을 기록했다. 


SK이노베이션은 올 3분기 사업 대부분의 이익 체력이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석유 사업(SK에너지·SK엔텀·SK인천석유화학·SK트레이딩인터내셔널) 경우 전체 매출의 68.7%에 해당하는 12조1343억원을 거뒀지만, 영업손실이 무려 6166억원으로 전체 영업적자보다 컸다. 시황 약세와 유가 하락으로 정제 마진이 감소하고, 재고 손실까지 발생했던 탓이다.


손성철 SK에너지 경영기획실장은 "미국과 유럽, 중국의 경기 위축 우려와 중국 석유 수요 감소 등으로 유가와 원유 정제 마진이 하락하면서 적자 전환했다"며 "더불어 성수기였음에도 기대에 못 미치는 산업 및 이동 수요, 미국 정유 공장들의 높은 가동률, 중동 신증설분 공급 증가 등이 시황을 짓눌렀다"고 설명했다. 실제 SK이노베이션이 집계한 3분기 평균 유가(두바이유 기준)는 배럴당 78.3달러로, 전년 동기(86.7달러) 대비 현저히 낮았다.


화학 사업(SK지오센트릭, SK인천석유화학 화학 사업)은 매출 경우 2조6253억원으로 전년 동기와 대동소이했지만, 영업손실 144억원을 내며 적자 전환했다. 김용수 SK지오센트릭 경영기획실장은 "제2 파라자일렌(PX) 설비 정기 보수 종료로 판매 물량이 늘어났지만, 원료인 나프타 가격과 주요 제품 스프레드(제품가에서 원재료 가격을 뺀 값) 하락에 따른 재고 평가 손실 등의 영향으로 적자 전환했다"고 전했다. 전년 동기 대비로는 특히 폴리에틸렌(PP)과 PX의 스프레드 하락이 두드러졌다. 3분기 PP 스프레드는 메트릭톤당 300달러에서 40달러, PX는 425달러에서 150달러 가량 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알짜 사업으로 꼽히는 윤활유(SK엔무브)도 실적 감소를 피치 못했다. 해당 사업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0.3% 줄어든 1조649억원, 영업이익은 56.4%나 쪼그라든 1744억원으로 나타났다.


이익 개선에 성공한 곳은 석유 개발(E&P) 사업 자회사 SK어스온과 SK온 뿐이다. SK어스온은 외형 성장과 수익성 향상 모두 성공했다. 남중국해 17/03 광구 실적이 본격 반영되며 매출은 355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8.8% 늘었고, 영업이익은 1311억원으로 65.1% 급증했다.


SK온 경우 매출은 1조430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반토막 났지만, 영업이익 240억원을 달성했다. SK온의 CFO인 김경훈 부사장은 "금속 가격 하락으로 배터리 가격 하락 추이가 이어져 매출은 감소했다"며 "그럼에도 고단가 재고 소진과 비용 절감 노력을 통해 최초의 영업흑자를 기록했고, 2분기 헝가리 신공장 초기 램프업(가동률 상승) 비용 등의 기저 효과도 있었다"고 언급했다. 다만 미국 내 생산, 판매되는 배터리에 주어지는 첨단 생산·제조 세액 공제(AMPC) 규모는 608억원으로 전년 동기(2099억원) 대비 70% 이상 급감했다. 고객사의 차량 리콜 및 일시 생산 중단의 영향으로 현지 판매량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SK온은 턴어라운드에 성공했지만, 배터리 분리막(LiBS)을 만드는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 등 소재 사업은 매출 269억원, 영업손실 478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적자 전환했다. 주요 고객(SK온)향 매출 감소로 인한 적자가 3개 분기 연속 이어진 모습이다.


SK이노베이션은 4분기 전 사업의 실적 개선을 예상하고 있다. 석유 사업 경우 미국의 견조한 경제 성장세와 중국의 적극적 경기 부양 정책에 대한 기대 등으로 유가 하락 폭은 제한적일 것으로 관측되는 가운데, 역내 정기 보수로 인한 공급 감소와 동절기 난방 수요 발생이 맞물리며 정제 마진이 반등할 전망이다. 이 외 미국의 기준 금리 인하 개시 및 중국 경기 부양책 효과도 기대 요소다.


화학 사업에서 폴리프로필렌과 PE 등 올레핀 계열은 중국의 내수 활성화 정책이 가시화될 경우 수요 개선을 기대해 볼 만하다는 분석이다. 벤젠과 PX 등 아로마틱 제품은 겨울 의류 수요와 신규 테레프탈산(PTA) 설비 가동에 따른 폴리에스터 체인 수급 개선 등으로 스프레드 개선이 전망되고 있다.


SK엔무브는 계절적 비수기에 돌입하는 시기지만 중국 경기 부양책에 따른 내수 개선 등으로 아시아 판매량이 일부 회복할 것으로 예상됐다. 3분기와 비슷한 수준의 판매량, 마진 또한 보합세를 유지하며 긍정적 수익성이 이어질 전망이다.


SK온 또한 4분기 주요 고객의 북미 신공장 가동 개시, 내년 상반기에는 신차 출시 등에 힘입어 제품 출하량이 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생산 능력은 연말 111기가와트시(GWh)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 8월 제시한 것보다 21GWh 조정된 예상치인데, 기존 연내였던 중국 옌청 공장 가동 시점이 내년 상반기로 연기된 영향으로 분석된다. 


이밖에 SKIET는 SK온 외 신규 고객향 판매량이 점진적으로 늘며 실적 개선을 꾀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SK이노베이션의 재무 건전성은 다소 악화된 모습이다. 부채 비율은 지난 9월 말 기준 166.2%로 전년 말(169.3%) 대비 3.1%포인트(p) 낮아졌지만, 같은 기간 순차입금이 19조7041억원으로 무려 4조1375억원 늘어났다. 자산은 9월 말 기준 85조1739억원으로 전년 말 대비 4조3384억원 늘었는데, SK온의 해외 신공장 건설로 유형 자산이 약 6조7000억원 증가한 영향이다. 다만 매출 채권은 유가 하락 등으로 9000억원 이상 감소했다. 9월 말 기준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전년 말 대비 8469억원 줄어든 12조5454억원이다.


SK이노베이션은 '합병 효과'로 재무 안정성을 빠르게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김진원 본부장은 "SK E&S와 합병해 안정적 재무 구조를 구축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고, 향후 시너지 창출 가속화 등을 통해 주주 환원을 지속 확대해 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SK온도 SKTI와의 합병을 기반으로 재무 안정성 보강에 노력할 방침이며, 오는 2025년 2월로 예정된 SK엔텀과의 합병도 차질 없이 마치겠다는 전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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