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박민규 기자] SK이노베이션이 SK E&S와의 합병을 일주일 앞두고 핵심 자회사인 SK에너지(정유)를 필두로 SK지오센트릭(화학)과 SK아이이테크놀로지(이하 SKIET, 분리막) 등 3개 계열사의 최고경영자(CEO)를 전격 교체했다. 이번 인사는 오는 12월로 예정된 SK그룹 정기 임원 인사보다 한 달 이상 이른 데다, 주력 사업인 SK에너지(정유)의 경우 1년도 채 되지 않은 시점 수장을 바꿨단 점에서 강력한 인적 쇄신 의지가 읽히고 있다.
SK에너지와 SK지오센트릭, SKIET는 지난 24일 신임 사장 명단을 발표했다. SK에너지는 김종화 SK 울산 콤플렉스(CLX) 총괄을 새로운 사장으로 위촉했고, SK지오센트릭은 내부 인사인 최안섭 머티리얼 사업 본부장을 사장으로 승진시켰다. SKIET 사장에는 이상민 SK엔무브 그린 성장 본부장이 선임됐다.
김종화 SK에너지 신임 사장은 울산 CLX 내 최고의 생산 전문가로 꼽히며, 최안섭 SK지오센트릭 사장과 이상민 SKIET 사장은 연구원 출신이다. 특히 최 사장과 이 사장 경우 각각 50대 초반, 40대 후반으로 전임자보다 10살 정도는 젊어 '세대 교체'라는 해석도 나온다.
신임 CEO 3인은 이공계 출신이라는 데 공통점이 있다. 현장과 기술에 능통한 인물을 중용해 본원적인 경쟁력을 제고할 것이라는 게 SK이노베이션의 설명이다. 그동안 신성장 동력 발굴에 집중하느라 미진해진 본업 경쟁력 회복에 나서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아울러 이번 인사를 통해 '운영 개선(OI)' 효과까지 노린다는 점에서 생산성 향상, 즉 원가절감으로 이어질 수 있는 부분에 방점을 찍고 생산통과 기술통을 중용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 사업(SK온) 외에도 SK에너지와 SK지오센트릭, SKIET의 약세로 재무 위기에 내몰린 처지다. 특히 SK에너지가 이끄는 석유 사업은 올해 2분기 기준 전체 매출의 70%를 차지할 정도의 캐시 카우이지만, 정제 마진 약세로 2분기부터 고전 중이다. 영업이익이 1분기 5911억원에서 2분기 1442억원으로 큰 폭 감소했고, 3분기 실적 전망도 어두운 상황이다.
SK지오센트릭은 올 상반기 영업이익이 490억원으로, 지난해(1243억원) 대비 약 60% 급감했다. 불황이 장기화되고 있는 데 따라 이번 인사와 함께 조직 슬림화도 실시한다는 설명이다. 해외 권역별 본부를 실 단위로 통합하고, 화학 사업 본부는 일부 없앴다. 임원 수도 21명에서 18명으로 줄였다.
SKIET의 형편도 비슷하다. 회사는 최대 고객인 SK온의 공장 가동률 하락으로 실적에 타격을 받고 있다. 올해 1분기 674억원 적자에 이어, 2분기에는 587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3, 4분기에도 적자를 지속할 것으로 예측되는 상황이다.
한편 SK온의 이석희 사장 경우 잔류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그룹 인사는 예년과 마찬가지로 12월 이뤄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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