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비맥주, 소주사업 뛰어든 속내는
매출공백 방어 포석…기존 유통망 활용 소주사업 확대 용이
이 기사는 2024년 09월 20일 07시 01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그래픽=신규섭 딜사이트 기자)


[딜사이트 구예림 기자] 오비맥주가 소주사업에 전격 출사표를 던졌다. 국내 맥주업계 최상위사업자 지위가 흔들리면서 소주를 통해 새로운 매출을 일으키기 위한 전략적 판단으로 풀이된다. 시장에서는 이 회사가 보유한 공고한 유통망을 기반으로 국내외 소주시장에 무리 없이 안착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1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오비맥주는 이달 11일 신세계L&B로부터 제주소주를 인수했다. 오비맥주는 이번 인수를 통해 제주소주의 지하수 이용권과 생산용지·설비 등을 양도받았다. 


눈에 띄는 대목은 오비맥주의 소주시장 진출이 이번이 처음이라는 점이다. 그 동안 맥주 하나로만 사업을 영위해왔던 오비맥주로서는 파격적인 행보다. 이에 시장에서는 외형 확대에 제동이 걸린 오비맥주가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소주를 낙점했다는 의견에 무게가 쏠리고 있다.


실제 오비맥주는 과거와 비교해 매출이 정체된 상태다. 이 회사의 매출액은 2014년 연결기준 1조5300억원에서 작년 1조5500억원으로 10년 동안 1.3% 남짓 성장하는데 그쳤다.


이는 경쟁사들의 선전으로 오비맥주의 시장점유율이 하락한 대목과 무관치 않다. 한국주류산업협회에 따르면 2013년 오비맥주 '카스'의 국내 맥주시장 점유율은 60%에 달했다. 하지만 '테라'·'켈리'의 인기를 등에 업은 하이트진로의 거침없는 성장과 롯데칠성음료의 맥주 브랜드인 '클라우드'·'크러시'의 존재감이 커지면서 오비맥주의 작년(1~11월) 시장 점유율은 42%까지 추락했다.


시장 한 관계자는 "맥주 하나로만 승부를 보기에는 주류시장의 경쟁이 너무 치열해져 오비맥주 입장에서 사업 포트폴리오 확대가 절실했을 것"이라며 "실제 상위 주류업체 가운데 소주를 판매하지 않는 회사는 오비맥주 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오비맥주가 국내 소주사업 확장에 속도를 낼 것으로 관측 중이다. 오랜 기간 구축해온 탄탄한 영업망을 기반으로 소주업계 후발주자임에도 무리 없는 시장 연착륙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기존 맥주 영업장에 소주 제품을 같이 납품하는 방식 등이 적극 활용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아울러 이번 제주소주 인수로 국내 매출 확대 외에도 누릴 수 있는 이점이 많다. 특히 오비맥주는 제주소주의 수출 판로를 활용해 카스 수출 확대를 기대하고 있다. 제주소주는 그 동안 수출에 집중하며 글로벌 시장 내 한국 소주의 저변을 확대한 브랜드 중 하나다. 제주소주는 2021년 신세계L&B가 인수한 이후 소주 위탁생산(ODM)과 수출용 과일소주 중심으로 동남아 등지에서 사업을 전개해왔다.


제주소주의 글로벌 판로에 더해 강력한 인프라를 갖춘 오비맥주의 모회사인 AB인베브의 유통망을 활용한다면 글로벌 공략이 수월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아직은 국내 소주사업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며 "세계적으로 K-소주가 열풍인 만큼 이번 인수는 카스와 제주소주의 글로벌 확장에 속도를 내기 위한 선택"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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