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표 경영 3막
정씨 일가 '꼼수 승계', 산은도 도왔나
③아빠 지원 나선 아들 회사…차입관련 '재무비율 맞추기' 명분
이 기사는 2023년 10월 23일 16시 25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최보람 기자] 삼표그룹에 대규모 자금을 빌려준 산업은행 등이 본의 아니게 정도원 회장과 그의 아들 정대현 사장의 승계작업을 간접 지원하는 결과를 냈다. 이들이 돈을 대여하면서 삼표그룹사와 맺은 재무약정이 정대현 사장의 지분 확보에 '명분'을 안겨다 준 덕분이다.


현재 삼표그룹의 지배구조는 오너 2세와 3세가 각각 개인회사를 통해 계열사를 거느리는 구조로 짜여 있다. 구체적으로 오너인 정도원 회장은 삼표산업을 통해 삼표피앤씨와 삼표레일웨이, 삼표시멘트, 동양시멘트, 삼표레미콘 등을 소유 중이다. 이어 정대현 사장은 에스피네이처를 시작으로 홍명산업, 청암, 코스처, 에스피에스엔에이, 에스피환경 등 에스피네이처계열을 지배하고 있다.


지배구조가 이원화 돼 있는 만큼 재계는 정대현 사장이 직접 또는 에스피네이처를 활용해 삼표산업 지분을 확보, 승계작업을 마무리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에스피네이처는 2020년부터 이미 ㈜삼표의 주요 주주로 떠오르며 이러한 관측에 힘을 싣고 있다.


이 부분에서 재계의 눈길을 끈 것은 에스피네이처가 ㈜삼표의 지분을 어떤 명분으로 취득했는지다. 단순히 승계작업을 위해 정대현 사장 대신 ㈜삼표 주식을 취득했다면, 오너 개인의 사정에 의해 회사 자금이 투입된 만큼 배임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정대현 사장이 이러한 우려에도 ㈜삼표 지분을 간접 취득한 덴 과거 삼표그룹사가 금융기관과 맺은 '재무약정'에 기인했다. 산업은행은 삼표그룹이 2015년 동양시멘트(現 삼표시멘트)를 사들일 때 인수 주체인 ㈜삼표(지난 7월 삼표산업에 역흡수합병)에 2000억원을 지원했다. 이후 2020년 산은은 해당 채무를 연장키로 하고 산은캐피탈, 하나·신한은행 등과 대주단을 구성해 ㈜삼표에 총 2120억원을 대출해줬다.


산은은 이 과정에서 ㈜삼표에 ▲부채비율 180% 이하 ▲상각전이익기준 이자보상배율 2.5배 이상 유지를 약정으로 걸었는데, 이는 오너 3세의 ㈜삼표 지분확보에 큰 영향을 끼쳤다. 2019년 말 부채비율이 193.1%에 달한 ㈜삼표가 이듬해 재무안정을 꾀한다며 단행한 유상증자에 에스피네이처가 단독 참여한 것이다. 


그 결과 에스피네이처는 ㈜삼표에 600억원을 출자, 지분 19.43%를 확보하며 정도원 회장(81.9%→65.99%)에 이은 2대 주주에 이름을 올렸다. 정대현 사장이 대출약정을 방패삼아 공짜로 부친 지분 15.9%를 증여받은 셈이다.


정 사장은 올해도 재무 안정을 빌미로 정도원 회장 계열회사 지분을 대규모로 취득했다. 에스피네이처는 삼표산업이 ㈜삼표를 역합병하기 직전에 시행한 3자 배정 유상증자(600억원 규모)에 등판, 차기 지주사 삼표산업 지분을 1.74%에서 17.21%로 확대했다. 재계는 이 행보 역시 ㈜삼표 유증에 참여한 것과 동일선상으로 보고 있다. 작년 말 ㈜삼표의 연결 부채비율이 236.8%로 치솟으면서 재무관리 필요성이 재차 제기될 수 있었던 까닭이다.


일각에선 정씨 일가가 이러한 기술을 또 다시 활용할 수 있단 관측도 나오고 있다. 에스피네이처가 지난해 ㈜삼표와 삼표산업에 빌려준 800억원을 지분으로 바꾸는 대여금 출자전환을 시도할 수 있단 것이다. 이 경우 통합삼표산업 재무제표에는 800억원의 부채가 해소되는 동시에 같은 금액만큼 자본이 확대돼 부채비율 축소 효과를 내게 된다. 이 때문에 재계는 에스피네이처가 삼표산업이 올해 단행한 유상증자에 이미 출자금 전환 카드를 썼을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삼표그룹 관계자는 "에스피네이처가 2020년 ㈜삼표의 유상증자에 참여한 건 계열사에 자금을 보충하는 차원"이라며 "올해 삼표산업의 3자 배정 유상증자의 경우 에스피네이처는 대여금 출자전환이 아니라 전액 현금으로 계열사 지분을 취득했다"고 말했다.


이미지=강동원 기자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

관련종목
관련기사
삼표 경영 3막 5건의 기사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