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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도원 회장, 중대재해법 재판 쟁점 '경영권 행사'
올 4월부터 정식 재판 개시…지배구조 수직계열화, 책임소재 법정다툼 예고
이 기사는 2024년 02월 15일 15시 37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정도원 삼표그룹 회장. 출처=삼표그룹 홈페이지


[딜사이트 이세정 기자] 정도원 삼표그룹 회장의 중대재해처벌법(중처법) 위반 혐의 관련 정식 재판이 조만간 시작된다. 정 회장 측 셈법은 복잡하다. 당초 중대재해처벌법의 위헌성을 따져 물을 계획이었으나, 이미 한 차례 합헌이라는 취지의 결론이 나왔기 때문이다.


쟁점은 정 회장을 경영책임자로 규정할 수 있는지 여부다. 이미 법원 판결이 나온 중대재해처벌법 관련 주요 사례에서 사업주(대표이사)가 유죄를 선고 받은 만큼 부담이 큰 상황이다. 정 회장이 사법리스크를 해소하려면 그가 실질적인 권한을 행사하지 않았다는 점을 입증해야 한다.


◆ 중대재해 발생 1호…'절대적 지배력' 정도원, 피의자로 재판


15일 업계에 따르면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정 회장의 첫 공판기일은 오는 4월9일 열린다. 삼표그룹은 2022년 1월29일 경기 양주시 삼표산업 채석장에서 석재 발파를 위해 구멍을 뚫던 중 토사 30만㎥가 붕괴하면서 인부 3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1월27일) 이틀 만이었다. 


고용노동부는 곧바로 수사에 돌입했다. 약 5개월 간의 조사 끝에 삼표산업이 골재 채취량을 늘리기 위해 무리한 작업을 강행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종신 당시 삼표산업 대표이사를 중처법 위반 혐의로 입건됐다.


하지만 사건을 넘겨 받은 검찰은 삼표산업의 실소유자인 정 회장에게 칼날을 겨눴다. 정 회장이 ㈜삼표를 통해 삼표산업을 지배하고 있었기 때문에 책임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은 '노동자 사망 등 중대재해가 발생했을 때 사고 예방 의무를 소홀히 한 사업주나 경영책임자를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사업주는 대표이사로 볼 수 있고, 경영 책임자는 경영 총괄 권한과 책임을 가진 사람을 의미한다.


검찰은 정 회장이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지위를 확보한 만큼 피의자로 봤다. 오너가 경영책임자 등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개별 사안에 따라 특정 업무집행을 지시한 사실 등이 있다면, 중대재해처벌법 관련해 공범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실제 정 회장은 삼표산업 최대주주(98.25%)인 ㈜삼표 지분 65.99%를 보유 중이었다. 검찰은 그해 11월 정 회장을 소환 조사한데 이어 지난해 3월 정 회장을 불구속 기소했다.


◆ 처벌 대상·범위 논란에도 사업주 줄줄이 유죄 판결


정 회장은 지난해 10월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첫 재판(공판준비기일)을 가졌다. 정 회장 측은 대형 로펌인 법무법인 광장과 김앤장법률사무소를 변호인단으로 꾸렸다. 특히 판사와 검사를 역임한 전관 출신을 대거 선임하며 만반의 준비를 이어갔다. 삼표산업이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1호 기업인 데다 대기업 첫 사례인 만큼 주목도가 높다는 점을 의식해 적극적인 방어 태세를 구축한 것이다.


정 회장 측은 첫 재판에서 중대재해처벌법의 위헌성에 초점을 맞췄다. 법 제정 당시 충분한 검토를 거치지 않았을 뿐더러 명확하지 않은 처벌 대상과 범위 등으로 논란이 불거졌던 만큼 법이 잘못됐다는 논리를 펼칠 계획이었다. 김춘호 김앤장 변호사는 "중대재해처벌법은 헌법적 해명이 필요하다"며 "피고인(정 회장)에 대해선 위헌법률심판을 신청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위헌법률심판은 헌법재판소(헌재)에 법률이 위반되는지 판단을 구하는 것으로, 헌재의 위헌 여부가 결정될 때까지 해당 재판은 정지된다.


고용노동부 중부지방고용노동청이 지난 2022년 2월11일 오전 9시부터 경기 양주시 채석장 붕괴 사고와 관련해 삼표산업 본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뉴스1 제공

하지만 삼표산업보다 먼저 기소된 두성산업이 2022년 10월 신청한 위헌법률심판에 대한 기각 결정이 1년여 만에 내려지면서 정 회장 측 전략에 차질이 빚어졌다. 더군다나 중대재해처벌법 관련 주요 재판에서 사업주가 줄줄이 유죄 판결을 받은 만큼 불안감을 고조시키는 요인이다. 예컨대 두성산업 대표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을 받았고, 건륭건설과 국제경보산업 등도 1심에서 집행유예를 받았다.


◆ 위헌 여지 다투거나, 실질 결정권자 규명 초점


업계에서는 삼표산업이 논리를 강화해 위헌법률심판을 다시 제청하거나, 정 회장이 안전경영과 관련된 결정권자가 아니었다는 점을 내세울 것으로 예상한다. 두성산업의 경우 중대재해처벌법 제4조1항1호가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을 위배하고, 제6조2항의 경우 처벌 수위가 과도해 과잉금지원칙과 평등원칙을 위반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이 해당 조항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만큼 정 회장 측에서는 다른 조항의 허점을 찾을 수밖에 없다.


법조계 관계자는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대기업 총수가 기소된 첫 사례인 만큼 선례가 없다는 점에서 많은 관심이 집중되는 상황"이라며 "중대재해가 발생한 과정의 책임소재를 가리는 것이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정 회장이 경영책임자가 아니라는 점을 입증하는 데 적잖은 어려움이 따를 것이라는 게 지배적인 시각이다. 검찰은 삼표그룹이 수직계열화된 지배구조를 구축한 만큼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정 회장이 회의나 보고로 안전·기획·재무 등 경영 전 분야에서 지시를 내렸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로 미뤄볼 때 재해예방과 관련된 의무가 있는 책임자라는 것이다.


아울러 정 회장 지시로 사고가 발생한 양주 채석장의 연간 생산목표가 상향 조정된 데다 그가 안전사고 관련 보고 및 사후처리 등을 지시했다고도 보고 있다. 정 회장이 삼표산업 사내이사로 경영과 관련된 주요 의사결정에 참여해 왔다는 점 역시 불리하게 작용할 소지가 존재한다.


이와 관련 삼표그룹 관계자는 "재판이 진행 중인 만큼 성실히 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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