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정은 기자] 벌써 열 손가락을 넘는다. 가덕도신공항 건설사업에서 불참하거나 이탈 의사를 밝힌 건설사가 10곳을 넘어섰다. 지난해 현대건설이 주간사에서 빠진 뒤 대우건설을 중심으로 컨소시엄을 새로 꾸렸지만, 최근 BS한양까지 탈퇴 의사를 밝혔다. 공사비 상승과 사업 불확실성이 이어지면서 건설사들이 수익성을 담보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결과다.
가덕도신공항은 부산·울산·경남 800만 주민의 숙원이자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핵심 국책사업이다. 수도권에 집중된 항공·물류 기능을 분산하고 동남권의 산업·물류 기반을 확충한다는 점에서 국가적 의미가 크다. 총사업비가 10조7000억원을 웃도는 대규모 사업으로 추진되는 이유다.
하지만 건설사 입장에서는 선뜻 참여하기 어려운 사업이기도 하다. 주택공사와 달리 토목공사는 현장 여건에 따라 공법과 작업 방식이 달라지고 예상치 못한 변수도 적지 않다. 가덕도신공항은 수심 30m의 바다와 대심도 연약지반을 극복해야 하는 고난도 공사다. 지반과 지형, 기후 등 다양한 조건에 대응해야 하는 만큼 시공 과정의 불확실성이 크다. 공사비가 늘어날 가능성은 높지만, 추가 비용을 보전하고 그에 상응하는 수익을 확보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인공지능(AI)과 자동화 기술이 확산하는 시대에도 대형 토목공사는 여전히 현장 의존도가 높다. 건설업계에서 AI 기반 설계·시공과 모듈러 공법 등을 통해 생산성을 높이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지만, 바다를 매립하고 연약지반을 다루는 공사는 현장별 조건에 맞춘 설계와 숙련된 기술자의 작업이 필수적이다. 지반 상태와 기상, 시공 과정에서 발생하는 변수에 따라 공법과 작업 방식을 조정해야 해 기술 발전만으로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어렵다.
이처럼 건설사들이 손익을 따지는 사이 가덕도신공항 건설은 점점 멀어지고 있다. 국가가 필요로 하는 사업을 두고 이를 수행하는 기업의 손익에 대한 판단이 엇갈리는 상황이다. 최근 들어서는 공사비 증액 분을 둘러싼 정부와 시공단의 이견도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발주처가 우월한 지위에 있다고 하지만, 건설사들의 이탈이 이어질수록 발등에 불이 떨어지는 쪽은 정부다. 국책사업의 필요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실제로 공사를 수행할 기업이 없다면 시설을 지을 수 없기 때문이다. 공공성과 정책적 당위성이 아무리 크더라도 이를 현실로 구현할 주체가 없다면 사업은 한 발짝도 나아가기 어렵다.
국가에는 반드시 필요한 사업이라도 기업이 수익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면 참여를 끌어내기 쉽지 않다. 기업의 사명감이나 공공성에 대한 책임만으로 국가와 기업 사이의 손익 간극을 메우는 데는 한계가 있다. 결국 정부가 사업의 목적과 실제 시공 여건 사이의 간극을 좁혀야 한다. 현실적인 공사비와 공사 기간을 산정하고, 물가 상승과 설계 변경에 따른 비용도 합리적으로 반영해야 한다. 사업성이 뒷받침되지 않는 구조를 그대로 둔 채 참여만 독려한다면 건설사를 구하기는 갈수록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공공성은 기업에 희생을 요구하는 명분이 아니다. 민간이 감당하기 어려운 비용과 위험을 국가가 더 적극적으로 나눠야 하는 이유다. 국책사업이라는 이름을 붙였다면, 국가가 그 무게를 감당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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