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세정 기자]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직접 구축한 경영진이 다시 평가대에 오른다. 취임 초기 전임 회장 체제의 색채를 지우기 위해 대대적인 인적 쇄신에 나섰던 임 회장은 올해 초에는 대규모 유임으로 조직 안정에 무게를 실었다. 그러나 2기 체제 출범 이후 처음 맞는 연말 인사는 성격이 다르다. 경영 성과는 물론 잇따른 금융사고 속에서 내부통제 역량을 얼마나 끌어올렸는지가 최고경영자(CEO) 연임을 가를 주요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은 지난달 우리은행장 경영승계 절차를 개시했으며, 연말 자회사 CEO 인사를 준비하고 있다. 올해 말 임기가 만료되는 자회사 대표는 총 12명이다. 지난 7월 임기를 마쳤으나 후임이 정해지지 않아 재직 중인 박정훈 우리금융경영연구소 대표까지 포함하면 인사 대상은 13명으로 늘어난다.
이번 인사가 주목받는 이유는 임 회장이 직접 선임하거나 재신임한 경영진의 성과를 다시 검증하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임 회장은 2023년 처음 지휘봉을 잡았을 당시 전임 회장 체제의 쇄신에 방점을 찍었다. 손태승 전 회장은 라임펀드 불완전판매와 관련한 금융당국의 중징계 등으로 거취에 대한 압박을 받았고, 결국 2023년 1월 추가 연임을 포기했다. 이후 외부이자 정통 경제 관료 출신인 임 회장이 차기 회장으로 낙점되면서 경영진에도 대대적인 변화가 불가피했다.
당시 우리은행을 포함한 9개 자회사 CEO가 교체됐고 지주 임원도 기존 11명에서 7명으로 줄었다. 우리은행 임원 18명 중 12명과 지주 임원 7명 중 6명을 바꾸는 대대적인 인적 교체도 단행했다. 전임 체제와 선을 긋고 새로운 경영진을 구축하는 데 인사의 무게가 실렸던 셈이다.
반면 올해 초에는 조직 안정과 경영 연속성을 선택했다. 임기가 만료된 자회사 대표 11명 가운데 10명을 재신임하면서 기존 경영진에 다시 힘을 실었다. 올해 3월 임 회장 자신의 연임까지 확정되면서 당시 유임된 CEO들은 사실상 2기 경영을 함께 이끌 핵심 인사로 자리 잡았다. 이번 연말 인사는 이들이 지난 1년간 거둔 성과와 조직관리 역량을 다시 평가하는 성격을 갖는다.
우리금융은 핵심 계열사인 우리은행과 우리카드 CEO에게 2년 임기를 부여한다. 반면 상당수 비은행 계열사 CEO는 1년 단위로 연임 여부를 결정하는 구조다. 지난해 초 취임한 정진완 우리은행장과 진성원 우리카드 대표는 올해 말 첫 임기를 마친다. 같은 시기 선임된 ▲기동호 우리금융캐피탈 대표 ▲김범석 우리자산신탁 대표 ▲김건호 우리금융에프앤아이 대표 ▲정현옥 우리신용정보 대표 ▲유도현 우리펀드서비스 대표 등은 올해 초 한 차례 연임해 다시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아울러 ▲남기천 우리투자증권 대표 ▲이석태 우리금융저축은행 대표 ▲최승재 우리자산운용 대표 ▲강신국 우리프라이빗에퀴티자산운용 대표 ▲김창규 우리벤처파트너스 대표도 올해 초 재신임을 받았다. 김창규 대표는 2021년 우리벤처파트너스의 전신인 KTB네트워크 공동대표로 선임돼 우리금융 인수 이전부터 경영을 맡아온 인물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금융권이 주목하는 또 다른 변수는 내부통제다. 임 회장이 취임 이후 금융사고 재발 방지를 위한 관리체계를 정비해 왔지만, 잇따라 드러난 사고로 그 실효성을 입증해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 이번 인사에서는 단순한 실적뿐 아니라 금융사고에 대한 대응과 내부통제 개선 성과가 CEO 평가의 주요 잣대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금융감독원이 지난해 3월 우리금융의 경영실태평가 등급을 기존 2등급에서 3등급으로 하향 조정한 것이 대표적이다. 손 전 회장 친인척 관련 부당대출을 비롯해 금융사고 발생 이후 드러난 내부통제와 리스크관리 부실 등이 영향을 미쳤다.
올해에도 과거 발생한 금융사고의 피해 규모가 추가로 확인되면서 내부통제 체계의 허점이 재차 드러났다. 우리은행은 지난 6월 외부인의 허위 서류 제출에 따른 약 40억원 규모의 대출사기 사고를 공시했다. 이후 추가 피해가 확인되면서 8월 사고 금액을 약 99억원으로 늘린 데 이어 이달 2일에는 104억8100만원으로 재차 정정했다. 해당 사고는 2024년 8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발생했고, 수사기관의 자료 제출 요구 과정에서 드러났다.
사고 발생 시점이 현 경영진의 취임 전후에 걸쳐 있다는 점에서 연임 판단의 핵심은 사고 자체보다 이후 대응과 재발 방지 성과가 될 전망이다. 특히 내부통제 체계를 정비해 왔음에도 금융사고가 반복적으로 드러난 만큼 경영진의 관리·감독 역량을 얼마나 엄격하게 평가할지가 관심사다.
우리금융은 내부통제와 경영진 검증을 위한 제도 정비를 추진하고 있다. 지난 1월 지주에 소비자보호부문을 신설하고 금융소비자보호 총괄책임자(CCO)를 별도로 선임했다. 지난달에는 우리은행장 경영승계 절차를 개시하면서 외부 전문기관이 참여하는 경영성과 검증 체계를 도입했다.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한 조직적 기반을 강화하는 동시에 경영진 선임 과정의 객관성과 투명성을 높이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임 회장 역시 내부통제 강화를 2기 경영의 주요 과제로 제시한 상태다. 그는 지난 3월 연임 확정 직후 "내부통제와 소비자보호는 어떤 경우에도 흔들려서는 안 된다"며 관련 원칙을 재차 강조했다.
임 회장이 직접 구축한 경영진을 다시 평가하는 이번 인사는 내부통제와 소비자보호를 최우선 원칙으로 내세운 2기 경영의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연임 여부와 교체 폭에 따라 임 회장이 강조해 온 책임경영 원칙의 무게도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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