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이사회 독립성과 최고경영자(CEO) 승계 절차의 공정성을 강조하면서 은행권 지배구조 개선 압박이 커지고 있다. 연말 은행장 인선을 앞두고 차기 수장을 결정하는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의 독립성과 검증 능력도 시험대에 올랐다. 임추위가 경영진을 견제하는 독립적인 의사결정 기구인지, 사실상 정해진 후보를 추인하는 형식적 절차에 머무는지가 핵심이다. 딜사이트는 주요 은행별 임추위 구성과 운영 방식, 위원들의 면면과 인적 관계를 분석해 은행장 선임 과정의 실질적인 의사결정 구조와 검증·견제 장치의 실효성을 짚어본다. [편집자 주]
[딜사이트 구예림 기자] 정진완 우리은행장의 연임 여부를 가를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의 어깨가 무거워졌다. 위원은 5명에서 4명으로 줄었지만 경영성과를 직접 점검하는 역할까지 맡게 됐기 때문이다. 정 행장의 최초 선임을 심사했던 위원 2명과 취임 이후 합류한 위원 2명이 나란히 검증에 나서는 가운데, 이들의 전문성과 독립적인 판단이 차기 행장 인선에 얼마나 반영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지주 자회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자추위)는 지난달 30일 은행장 경영승계 절차를 개시했다. 정 행장의 임기는 오는 12월31일까지다.
현재 우리은행 임추위는 윤수영 위원장과 안숙찬·박원상·최윤정 이사 등 사외이사 4명으로 구성돼 있다. 2024년 말 정 행장의 최초 선임을 심사했던 임추위에는 정찬형·박승두·김준호·윤수영·최윤정 이사 등 5명이 참여했다. 당시 위원 가운데 윤수영·최윤정 이사만 남았고, 안숙찬·박원상 이사가 새롭게 합류했다.
정 행장의 최초 선임을 심사한 위원과 취임 이후 경영 과정을 지켜본 위원이 절반씩 포진한 셈이다. 기존 위원들은 최초 선임 당시 평가했던 경영역량이 실제 성과로 이어졌는지를 살펴볼 수 있고, 신규 위원들은 재임 중 경영성과를 중심으로 후보의 역량을 판단할 수 있다.
임추위 구성은 올해 들어 한 차례 더 조정됐다. 안 이사와 박 이사는 지난해 3월25일 우리은행 사외이사로 선임됐다. 올해 초까지 이경희·신요환 이사를 포함한 사외이사 6명이 임추위에 이름을 올렸지만 지난 3월 위원회 구성이 조정되면서 4인 체제로 재편됐다. 금융당국의 사외이사 소위원회 겸직 축소 권고에 맞춰 위원회 구성을 조정한 것이다.
위원 수가 줄어든 것과 달리 임추위가 맡는 검증 범위는 넓어졌다. 우리금융이 올해부터 은행 임추위에 경영성과 점검 절차를 신설하면서 후보의 자격요건과 적합성을 심사하는 기존 역할에 경영 실적을 직접 점검하는 기능이 더해졌기 때문이다. 위원 4명이 각자의 전문성을 실제 후보 검증에 얼마나 활용할 수 있느냐가 중요해졌다.
특히 이번에 처음 은행장 인선 심사에 참여하는 안숙찬·박원상 이사의 역할이 주목된다. 두 이사는 각각 회계·내부통제와 해외사업·리스크관리 분야에 강점을 갖고 있어 정 행장의 경영성과를 서로 다른 관점에서 평가할 수 있다.
안 이사는 덕성여대 회계학전공 교수로 재무회계와 세무회계를 연구해 온 회계 전문가다.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같은 대학원에서 회계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우리은행은 안 이사를 사외이사로 추천하면서 회계 전문성을 토대로 은행 건전성과 내부통제시스템을 점검하고 재무·회계 관리의 투명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안 이사는 현재 감사위원장을 맡고 있으며 내부통제위원회 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손익 규모뿐 아니라 수익의 질과 건전성, 내부통제 체계까지 종합적으로 점검할 수 있는 위치다. 정 행장 재임 중 추진된 내부통제 강화 조치가 실제 경영관리 수준의 개선으로 이어졌는지도 검증 대상이 될 수 있다.
박 이사는 한국투자증권에서 기획조정과 자산관리 전략 업무, 지역본부장 등을 거쳐 베트남 현지법인을 이끌었다. 국내 영업조직과 해외 사업체를 모두 경험한 금융인이다. 우리은행 역시 박 이사의 해외사업과 규제 대응 경험을 높이 평가했다. 급변하는 국제 금융환경에 대응하고 동남아 사업 전략을 구체화하는 데 다양한 시각을 제시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현재 리스크관리위원장을 맡고 있는 박 이사는 정 행장 재임 중 영업전략과 위험관리 성과를 함께 평가할 수 있다. 대출 포트폴리오와 자본 건전성, 해외사업의 위험관리 수준까지 살펴볼 수 있다는 점에서다. 특히 수익 확대와 리스크 관리 사이에서 어떤 균형을 이뤘는지가 주요 평가 요소로 꼽힌다.
기존 위원 가운데서는 윤수영 위원장의 역할이 눈에 띈다. 윤 위원장은 정 행장의 최초 선임 심사에 참여한 데 이어 이번에는 임추위원장으로서 연임 검증을 이끌게 됐다. 이사회 의장까지 겸하고 있어 후보 심사 과정에서 위원들의 의견을 조율하고 검증 절차를 이끄는 역할을 맡는다.
윤 위원장은 키움자산운용 대표와 키움증권 부사장을 지낸 금융·경영 전문가로 2023년부터 우리은행 사외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 리스크관리위원회와 보상위원회 위원도 맡고 있다. 금융회사 경영 경험뿐 아니라 정 행장의 최초 선임 과정과 취임 이후 경영활동을 모두 지켜봤다는 점에서 검증의 연속성을 뒷받침하는 인물로 꼽힌다.
최윤정 이사는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로 공정거래위원회 비상임위원을 지낸 경제 전문가다. 2024년 3월 우리은행 이사회에 합류해 같은 해 말 정 행장 선임을 심사했다. 거시경제와 시장 경쟁에 대한 전문성을 토대로 정 행장의 경영전략과 사업 경쟁력을 평가할 수 있다. 최초 선임 당시의 기대와 실제 성과를 비교할 수 있다는 점도 특징이다.
우리은행 임추위는 기존 위원들의 검증 경험과 신규 위원들의 전문성이 결합된 구조다. 다만 전문성을 갖춘 사외이사들이 모였다는 사실만으로 독립적인 검증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그동안 우리은행장 인선은 지주 자추위가 후보군을 단계별로 검증해 최종 후보를 추천하면 은행 임추위가 자격요건과 적합성을 심사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은행 임추위가 사외이사로 구성돼 있어도 후보 선정의 주도권은 지주 자추위가 쥐고 있는 셈이다.
올해부터 은행 임추위가 경영성과를 직접 점검하고 후보 검증 과정에 의견을 반영할 수 있도록 절차가 보강되면서 역할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지주가 추천한 후보의 적격성을 확인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은행 이사회가 축적한 경영평가를 인선 판단에 반영할 여지가 넓어졌다.
관건은 지주 자추위가 후보 선정의 주도권을 쥔 상황에서 은행 임추위의 경영성과 평가가 최종 인선에 얼마나 반영되느냐다. 정 행장의 첫 연임 심사는 전문성을 갖춘 사외이사 4명이 지주 중심의 승계 구조에서 얼마나 독립적인 검증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지를 가늠하는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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