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이사회 독립성과 최고경영자(CEO) 승계 절차의 공정성을 강조하면서 은행권 지배구조 개선 압박이 커지고 있다. 연말 은행장 인선을 앞두고 차기 수장을 결정하는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의 독립성과 검증 능력도 시험대에 올랐다. 임추위가 경영진을 견제하는 독립적인 의사결정 기구인지, 사실상 정해진 후보를 추인하는 형식적 절차에 머무는지가 핵심이다. 딜사이트는 주요 은행별 임추위 구성과 운영 방식, 위원들의 면면과 인적 관계를 분석해 은행장 선임 과정의 실질적인 의사결정 구조와 검증·견제 장치의 실효성을 짚어본다. [편집자 주]
[딜사이트 이세정 기자] 하나은행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가 올해부터 차기 행장 최종 후보 평가 과정에 참여한다. 2024년 후보군 추천 절차를 도입하고 지난해 자체 육성프로그램을 가동한 데 이어 지주의 최종 평가에도 은행의 의견을 전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러나 은행 임추위원장이 평가표 작성과 투표까지 참여하는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후보 추천부터 육성, 평가까지 참여 범위는 넓어졌지만 최종 인선에 대한 실질적인 영향력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금융 그룹임원후보추천위원회(그룹임추위)는 지난달 30일 하나은행을 비롯한 6개 주요 계열사의 최고경영자(CEO) 경영승계 절차를 개시했다. 그룹임추위는 이달 말께 계열사별로 3명 이내의 최종 후보군을 선정하고, 12월 초 각사별 최종 후보를 선정할 계획이다. 최종 후보군을 대상으로 프레젠테이션(PT)을 포함한 심층면접을 진행하고, 평가표 작성과 투표를 거쳐 최종 1인을 결정하는 방식이다.
올해부터 그룹임추위가 압축한 최종 후보군을 은행 임추위와 공유하고, 은행 임추위원장이 최종 후보 평가 과정에 참석해 의견을 전달한다. 그룹임추위가 평가표 작성과 투표로 최종 후보를 선정하는 만큼, 은행 임추위원장이 이 과정에서 어느 수준까지 참여하는지가 핵심이다. 평가표 작성과 투표 참여 여부는 공개되지 않았으며, 최종 후보 선정 권한은 그룹임추위에 남아 있다.
하나은행 임추위의 인선 참여 확대는 2024년 후보 추천 절차 신설에서 시작됐다. 은행 임추위는 그해 10월 그룹임추위가 관리하는 후보군(롱리스트)에 추천할 대상자 11명을 선정했으며, 그룹임추위는 이들을 포함한 후보군을 심의했다. 은행 임추위가 추천한 11명 모두 이미 그룹임추위가 관리하던 후보군에 포함돼 있었다.
은행의 추천권이 새로운 후보를 발굴해 지주 후보군을 넓히기보다는 기존 그룹 후보군 가운데 은행장 적임자를 선별해 의견을 제시하는 방식으로 작동한 셈이다. 추천된 후보들이 실제 최종 후보군에 얼마나 포함됐는지, 은행의 추천 의견이 최종 선정에 어느 정도 반영됐는지는 공개된 자료에서 확인되지 않는다.
은행 임추위는 후보 추천뿐 아니라 평가기준과 절차를 제시하는 역할도 맡는다. 하나은행 경영승계계획에는 임추위가 후보 대상자와 함께 후보자의 자격기준, 자질·역량을 검토하기 위한 평가기준과 절차를 정해 그룹임추위에 전달하도록 명시돼 있다. 은행이 제시한 기준이 지주의 최종 평가표와 후보 선정 과정에 얼마나 반영되는지가 추천권의 실효성을 가르는 요소다.
지난해부터는 은행 자체 후보 육성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기존에는 그룹 차원에서 내부 후보군에 단계적인 교육과 다양한 직무경험을 제공해 리더십과 금융역량을 키웠다면, 지난해 4분기부터는 은행 임추위가 정한 후보군 중 은행에 재직 중인 인사를 대상으로 별도의 육성프로그램을 가동했다.
실제로 지난해 11월24일에는 해당 후보군을 대상으로 '국제 정세 변화와 대응'을 주제로 교육을 실시했다. 한미 통상문제 등 급변하는 대외 환경에 대한 최고경영자의 시야와 이해를 넓히기 위한 프로그램이다. 은행은 매년 1분기를 제외한 각 분기에 별도의 육성프로그램을 운영하도록 했다.
은행 내부 후보를 직접 육성하는 기능까지 확보했지만, 육성 결과가 최종 인선 평가와 어떻게 연결되는지는 드러나지 않았다. 후보별 교육 이수와 역량 평가가 그룹임추위의 후보 심사에 활용되는지, 은행이 축적한 평가자료가 최종 후보 선정에 반영되는지도 확인되지 않는다. 은행 자체 육성프로그램은 은행 재직 후보를 대상으로 하지만, 최종 후보 선정은 다른 계열사 출신과 외부 인사까지 포함한 그룹 차원의 후보군을 대상으로 이뤄진다. 은행이 육성한 후보의 역량과 성과를 최종 인선에서 어떻게 평가할지가 관건이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임추위원장의 평가표 작성과 투표 참여 여부 등 세부 운영방식은 내부 사항으로 구체적인 확인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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