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이사회 독립성과 최고경영자(CEO) 승계 절차의 공정성을 강조하면서 은행권 지배구조 개선 압박이 커지고 있다. 연말 은행장 인선을 앞두고 차기 수장을 결정하는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의 독립성과 검증 능력도 시험대에 올랐다. 임추위가 경영진을 견제하는 독립적인 의사결정 기구인지, 사실상 정해진 후보를 추인하는 형식적 절차에 머무는지가 핵심이다. 딜사이트는 주요 은행별 임추위 구성과 운영 방식, 위원들의 면면과 인적 관계를 분석해 은행장 선임 과정의 실질적인 의사결정 구조와 검증·견제 장치의 실효성을 짚어본다. [편집자 주]
[딜사이트 이세정 기자] 신한은행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가 기존 승계후보군 밖 인사까지 차기 은행장 후보로 추천할 수 있는 권한을 확보했지만, 연말 인선에서 새로운 인물이 등장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신한금융지주가 장기간 관리해 온 후보들과 달리 신규 인사는 짧은 기간에 추천 근거와 적격성을 입증해야 하기 때문이다. 최종 후보 선정권도 여전히 지주에 있다. 후보 추천권은 넓어졌지만 실제 인선 구도를 바꾸기에는 넘어야 할 문턱이 적지 않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은 이달 중 신한은행 임추위의 후보 추천과 자격요건을 접수하고, 10∼11월 심의를 거쳐 오는 12월 초 지주 자회사최고경영자후보추천위원회(자경위)가 최종 후보를 은행에 추천할 예정이다. 이후 은행 임추위의 검증과 이사회·주주총회 결의는 12월 중 이뤄진다.
앞서 신한금융 자경위는 지난달 21일 회의를 열고 올해 말 임기가 만료되는 12개 자회사 대표이사(CEO) 후보 추천을 위한 승계 절차를 개시했다. 이 과정에서 후보 심의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이고 자회사 임추위의 역할을 확대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특히 신한은행 임추위에 승계후보군 정보를 공유하고 후보 추천권을 부여했다.
이번 권한 확대의 핵심은 추천 대상을 지주가 관리해 온 기존 승계후보군으로 한정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은행 임추위는 기존 후보군에서 차기 행장 적임자를 추천하거나, 후보군에 포함되지 않은 새로운 인물을 직접 제안할 수도 있다. 기존 후보군을 활용할지 별도 인사를 추천할지는 임추위의 판단 영역이라는 게 지주 측 설명이다.
은행 임추위가 최종 후보의 적격성을 검증하는 역할에서 벗어나 후보 선정 이전 단계부터 의견을 낼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변화다. 신한은행 지배구조 내부규범에 따르면 은행 임추위는 지주 자경위가 최종 추천한 은행장 후보의 법규상 자격기준 적합 여부를 검토해 주주총회에 추천한다. 기존에는 지주가 후보를 정하면 은행이 검증하는 구조였다면, 이제는 은행도 후보 선정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그러나 최종 선택권은 여전히 지주 자경위가 쥐고 있다. 은행 임추위가 새로운 인물을 추천하더라도 지주 자경위의 심의를 거쳐야 차기 행장 최종 후보가 될 수 있다. 은행의 추천권 확대가 곧바로 인선 주도권의 이동을 의미하지는 않는 셈이다.
여기에 기존 승계후보군이 쌓아온 검증 이력도 신규 인사의 진입 장벽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신한금융은 지난해 8월 기준 내부 98명과 외부 30명 등 총 128명의 자회사 CEO 공통 승계후보군을 관리했다. 신한은행장만을 위한 별도 후보군은 아니지만 그룹 내 자회사 CEO 승계에 활용되는 인력 풀로, 지주 차원의 관리와 평가가 이뤄져 온 인사들이다.
신한금융은 경영승계 육성후보군을 선정하고 후속 평가를 진행해 왔다. 지난해 6월 육성후보군 선정 범위를 확대했으며, 올해 4월에는 2025년 육성후보군에 대한 평가를 심의했다. 이어 5월에는 2026년 육성후보군 선정 안건을 의결했다. 그룹이 후보 발굴부터 육성·평가까지 체계적으로 관리해 온 만큼 기존 후보군은 경영역량과 적격성을 판단할 자료가 축적돼 있다는 강점이 있다.
반면 기존 후보군 밖 인사를 새롭게 추천하려면 경영경력과 조직 운영 능력, 내부통제 역량 등을 검증하고 임추위원 간 의견을 모아야 한다. 지주 자경위가 최종 후보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기존 후보들과 비교할 수 있는 합리적인 근거도 마련해야 한다. 새로운 인물을 추천하는 것보다 지주 심의에서 그 인물의 경쟁력을 입증하는 일이 더 큰 과제인 셈이다.
시간도 넉넉하지 않다. 신한금융은 이달 은행 임추위의 후보 추천을 접수한 뒤 10∼11월 심의를 거쳐 12월 초 최종 후보를 추천할 계획이다. 기존 후보군은 그동안의 평가 자료를 토대로 심의에 들어갈 수 있지만, 새로운 후보는 별도의 검증 절차와 추천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 사전에 충분한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면 연말 인선에서 신규 인사가 부상하기는 쉽지 않은 구조다.
은행 임추위의 인적 구성은 독립적인 후보 추천에 무게를 실을 수 있도록 바뀌었다. 현재 신한은행 임추위는 윤준 위원장을 비롯해 박상규·김성남·함준호·야마모토 신지 등 사외이사 5명으로 구성돼 있다. 지난해 말에는 사외이사 4명과 비상임이사 1명이 참여했지만, 이인균 신한금융지주 부사장이 올해 3월 정기 주주총회 이후 빠지면서 전원 사외이사 체제로 전환됐다.
지주 소속 위원이 빠진 데 이어 후보 추천권까지 확보하면서 은행 차원의 독자적인 판단을 제시할 기반은 마련됐다. 하지만 독립적인 인적 구성과 실제 인선 영향력은 별개의 문제다. 은행 임추위가 기존 후보군과 다른 인물을 추천하더라도 최종 후보 선정 과정에서 지주 자경위의 판단을 넘어야 하기 때문이다.
신한은행 임추위 구성 변화는 금융당국이 연초부터 이사회 독립성과 CEO 선임 과정의 실질적인 검증을 강조한 흐름과도 맞물린다. 금융감독원은 올해 1월 8대 은행지주의 CEO 승계절차와 이사회 독립성 등에 대한 특별점검을 예고했다. 금융위원회도 같은 달 이사회 독립성과 CEO 선임의 공정성·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지배구조 선진화 태스크포스(TF)'를 출범시켰다.
확대된 후보 추천권의 첫 시험대는 연말 임기 만료를 앞둔 정상혁 신한은행장의 재연임 심사다. 정 행장은 2023년 2월 취임했으며, 금융권에서는 '리딩뱅크' 경쟁 성과와 서울시·인천시 금고 수성 등을 근거로 재연임 가능성을 거론한다. 반면 최근 발생한 고객정보 유출 사고와 관련한 경찰 수사는 내부통제·정보보호 체계의 적정성을 점검해야 할 변수로 꼽힌다.
기존 후보군에서 경쟁력을 갖춘 정 행장의 재연임 여부를 판단하는 과정에서 은행 임추위가 새로운 후보를 제안할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다년간 검증해 온 기존 후보들과 달리 신규 후보는 제한된 시간 안에 적격성을 입증해야 한다. 추천권은 확보했지만 실제 행사까지 이어지기에는 기존 후보군의 검증 우위와 지주 중심의 인선 구조가 걸림돌로 남아 있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주가 오랜 기간 검토해 온 후보들이 있는 만큼, 새로운 인물을 추천하려면 타당하고 합리적인 근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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