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이사회 독립성과 최고경영자(CEO) 승계 절차의 공정성을 강조하면서 은행권 지배구조 개선 압박이 커지고 있다. 연말 은행장 인선을 앞두고 차기 수장을 결정하는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의 독립성과 검증 능력도 시험대에 올랐다. 임추위가 경영진을 견제하는 독립적인 의사결정 기구인지, 사실상 정해진 후보를 추인하는 형식적 절차에 머무는지가 핵심이다. 딜사이트는 주요 은행별 임추위 구성과 운영 방식, 위원들의 면면과 인적 관계를 분석해 은행장 선임 과정의 실질적인 의사결정 구조와 검증·견제 장치의 실효성을 짚어본다. [편집자 주]
[딜사이트 구예림 기자] 우리은행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가 차기 은행장 인선에서 단순한 적격성 심사를 넘어 경영성과 검증까지 맡는다. 그동안 우리금융지주 자회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자추위)가 주도해 온 은행장 인선 과정에 은행 이사회의 평가 기능이 강화되는 것이다. 외부 전문기관을 활용한 검증과 후보군 정보 공유까지 추진되면서 임추위가 실질적인 견제 장치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은 지난달 30일 자추위를 열고 차기 우리은행장 경영승계 절차에 착수했다. 정진완 우리은행장의 임기는 오는 12월31일까지다.
이번 인선에서 가장 큰 변화는 은행 임추위의 역할 확대다. 우리금융은 올해부터 은행 임추위에 경영성과 점검 절차를 신설하고 외부 전문기관을 검증에 참여시키기로 했다. 승계 주요 단계에 적용할 평가 기준과 절차도 사전에 마련할 방침이다.
그동안 우리은행장 인선은 지주 자추위가 후보군을 단계별로 검증해 최종 후보를 추천하면 은행 임추위가 자격요건과 적합성을 심사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은행 임추위가 사외이사 중심으로 구성돼 있더라도 후보 선정의 주도권은 지주 자추위에 있는 구조였다.
앞으로는 은행 임추위가 후보의 경영성과를 직접 점검하고 평가 의견을 인선 과정에 반영할 수 있게 된다. 지주가 추천한 후보의 적격성을 확인하는 역할에서 한발 나아가 은행 이사회가 축적한 경영평가를 후보 검증에 활용하는 것이다.
외부 전문기관의 참여도 눈에 띄는 변화다. 후보의 경영성과와 역량을 평가하는 과정에 외부 전문성을 활용함으로써 내부 평가의 객관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평가 기준과 절차를 사전에 마련하는 것도 후보에 따라 심사 잣대가 달라지는 문제를 줄이기 위한 장치로 볼 수 있다.
특히 은행 임추위가 상시후보군 정보를 충분히 공유받고 의견을 제시할 수 있도록 한 점도 중요하다. 후보군에 대한 정보가 지주 자추위에 집중된 상황에서는 은행 임추위가 독자적인 검증 의견을 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정보 접근성이 높아질수록 은행 임추위가 후보의 경영역량을 판단할 수 있는 기반도 넓어진다.
이러한 변화가 실제 검증으로 이어질지는 이번 은행장 인선에서 확인될 전망이다. 정 행장의 재임 기간 수익성은 악화했지만 자본 건전성은 개선되는 등 경영성과가 엇갈리고 있어서다. 임추위가 단순한 실적 비교를 넘어 경영 판단의 적절성과 성과의 지속가능성까지 평가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우리은행의 지난해 연결 기준 당기순이익은 2조5821억원으로 전년 대비 15.3% 감소했다. 올해 상반기 순이익도 1조364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1% 줄었다. KB국민·신한·하나은행이 같은 기간 순이익을 늘린 것과 대조적이다. 수익성은 임추위가 경영성과를 점검하는 과정에서 비중 있게 살펴볼 지표로 꼽힌다.
반면 자본관리 측면에서는 다른 평가가 가능하다. 우리금융이 동양생명과 ABL생명을 인수하면서 그룹 차원의 자본관리 필요성이 커졌고, 우리은행도 대출 성장보다 위험가중자산(RWA) 관리에 무게를 뒀다.
우리은행의 기업대출 잔액은 2024년 말 154조962억원에서 지난해 말 148조2474억원으로 5조8488억원 감소했다. 같은 기간을 포함해 우리은행의 보통주자본(CET1)비율은 2024년 말 13.1%에서 올해 6월 말 15.4%로 2.3%포인트 상승했다. 대출 포트폴리오 조정과 자본관리 노력이 이어지는 동안 건전성 지표가 개선된 것이다.
임추위로서는 수익성 악화와 자본관리 성과를 함께 평가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룹의 자본관리 전략에 따라 대출 확대에 제약이 있었다면 수익성 감소의 배경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동시에 자본 건전성을 유지하면서 수익 기반을 얼마나 확보했는지도 경영역량을 판단하는 기준이 될 수 있다.
재무성과 외에 내부통제와 보안관리도 평가 대상이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2월 시나리오 기반 이상징후 검사시스템을 도입하고 의심 거래를 전담 인력이 검사하는 체계를 구축했다. 영업점 핵심성과지표(KPI)에는 내부통제 실패 시 총점 1000점 가운데 최대 400점을 감점하는 구조를 마련했다.
영업 실적뿐 아니라 내부통제 책임을 경영평가에 반영하도록 제도를 정비한 것이다. 임추위가 이러한 제도 변화와 실제 사고 예방 효과를 함께 살펴본다면 경영진의 비재무적 성과까지 검증할 수 있다.
최근 금융권에서 고객정보 유출 사고가 잇따른 가운데 우리은행은 외부의 비정상적인 접근을 탐지하고 해당 경로를 차단했다. 현재까지 시스템 침해나 고객정보 유출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 보안 대응 체계가 실제 작동했는지 역시 경영성과를 평가할 때 살펴볼 수 있는 부분이다.
이처럼 은행 임추위가 검증해야 할 영역은 수익성과 건전성, 내부통제 등으로 넓어지고 있다. 중요한 것은 개별 지표의 개선 여부를 확인하는 데 그치지 않고 서로 다른 성과를 일관된 기준으로 평가하는 일이다. 외부 전문기관 참여와 평가 절차 사전 마련이 실질적인 검증 장치로 작동해야 하는 이유다.
남은 과제는 은행 임추위의 평가가 최종 인선에 미치는 영향력이다. 지주 자추위가 후보 선정의 주도권을 쥔 구조가 유지되는 만큼 은행 임추위가 경영성과를 점검하더라도 그 결과가 후보 선정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으면 역할 확대의 의미가 퇴색할 수 있다.
은행 임추위의 검증 권한을 넓힌 이번 제도 개편이 형식적인 절차 보강에 그칠지, 지주 중심의 인선 구조를 실질적으로 견제하는 계기가 될지는 평가 결과의 반영 방식에 달렸다는 분석이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임추위에 경영성과 점검 등의 절차를 신설하고 외부 전문기관 참여를 포함한 내부 검토를 다각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다”며 “승계절차 주요 단계에 임추위가 절차를 함께 마련하고 지배구조 모범관행과 관계 법령에 맞춰 승계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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