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한진리 기자]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이 농업협동조합법(농협법) 개정안의 핵심인 외부 감사기구 신설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농협중앙회장 선거를 전체 조합원 직선제로 전환하는 방안에는 찬성하면서도 선거비용 보전 등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자신을 둘러싼 사법리스크와 관련해서는 문제가 확인되면 책임지겠다고 강조했지만 회장직 사퇴 요구에는 선을 그었다.
강 회장은 16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가 농협중앙회 등을 대상으로 진행한 국정감사에서 “중앙회장 선거 조합원 직선제를 적극 수용하고 독립이사제 도입과 퇴직자 재취업 제한 등 농협의 자체 대전환 방안을 선제적으로 정관에 반영했다”고 밝혔다. 이어 “더욱 속도를 내어 국민의 신뢰를 반드시 회복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국정감사에서는 농협 개혁을 둘러싼 주요 쟁점이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 논의 중인 농협법 개정안은 중앙회장 선출 방식을 전체 조합원 직선제로 전환하고 별도의 농협감사위원회를 신설하는 것이 핵심이다. 당초 6·3 지방선거 전 처리가 추진됐지만 일부 조합장들의 반발과 여야 간 이견으로 입법 논의가 지연되고 있다.
강 회장은 우선 조합원 직선제 도입에는 찬성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다만 선거에 참여하는 유권자 범위가 확대되는 만큼 선거 과열과 정치적 개입을 방지하기 위한 비용 보전 등 장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강 회장은 “정치화나 관권 선거가 우려돼 공영선거에 준하는 선거비용을 보전했으면 좋겠다는 의견도 말씀드렸다”며 “국회에서 합의해 절차를 마무리해주시면 그 절차에 준해서 농협도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반면 강 회장은 외부 감사기구 신설에 대해서는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이 농협감사위원회 설치와 관련한 의견을 묻자 그는 “농협의 자율성과 독립성에 관한 부분이 가장 걱정스러운 게 사실”이라고 답했다.
별도 감사기구 운영에 따른 비용 부담도 거론했다. 김 의원이 추가 비용 규모를 묻자 강 회장은 “1000억∼1500억원 정도의 추가 비용이 발생할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감사 인력과 전산 시스템도 따로 구성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외부 감사기구 신설은 농협의 감사 기능을 독립적으로 운영해 내부통제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이다. 하지만 강 회장은 별도 조직 설치로 인한 추가 비용과 농협의 자율성 문제를 함께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농협의 지방 이전 가능성에 대한 질의도 나왔다. 이상휘 국민의힘 의원은 농협중앙회와 농협경제지주의 전남 나주 이전, 농협금융지주와 농협은행·농협생명·농협손해보험 등 금융 계열사의 부산 이전, 금융투자 부문의 전북 전주 이전 가능성을 거론했다.
강 회장은 “아직까지 지방 이전에 대해 구체적으로 논의하거나 계획한 적은 없다”며 “구체적인 이야기는 모르겠다”고 답했다.
국정감사에서는 강 회장의 사법리스크와 거취 문제도 쟁점으로 떠올랐다. 강 회장은 자신을 둘러싼 의혹과 관련해 “저로 인한 사법리스크가 1년 넘게 진행되면서 농협 개혁의 물꼬가 된 것 같다”며 “그 부분에 대해서는 제가 문제가 있다면 책임지겠다고 누차 말씀드렸다”고 밝혔다.
다만 관련 의혹에 대한 책임 문제와 회장직 사퇴는 별개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신장식 조국혁신당 의원은 강 회장의 비서 등이 횡령 혐의 등으로 구속된 사실을 언급하며 관련 범행을 지시하거나 공모·방조한 사실이 있는지 물었으나 강 회장은 “없다”며 의혹을 부인했다.
그러면서 신 의원이 “회장직에서 사퇴하고, 자연인 신분에서 수사받을 용의가 있느냐”고 묻자 강 회장은 “그건 동의하지 못하겠다”고 잘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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