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개혁추진단이 농협중앙회 지배구조 개편 논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중앙회 권한 분산과 금융·경제지주의 독립성 강화가 핵심 과제로 거론되지만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개혁의 실현 가능성을 둘러싼 논란도 적지 않다. 이에 딜사이트는 농협 개혁이 추진되는 배경과 주요 쟁점, 농협에 미칠 영향을 짚어본다. [편집자 주]
[딜사이트 한진리 기자] 농협중앙회 지배구조 개편 논의가 본격화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와 농협개혁추진단이 중앙회장 선출 방식 개편과 감사 기능 독립을 핵심으로 한 1차 개혁안을 추진하면서다. 다만 농협중앙회 권한 분산의 핵심으로 꼽히는 농협감사위원회 독립 방안(외부감사위원회 신설)을 두고 정부와 농협 간 입장차가 이어지면서 개혁 논의도 진통을 겪고 있다.
이번 개혁은 단순히 선거제도를 바꾸는 차원을 넘어 농협중앙회에 집중된 권한 구조를 재정비하고 내부통제 기능을 강화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직선제는 큰 틀에서 공감대가 형성됐지만 농협감사위원회 독립은 다르다. 이는 농협중앙회의 권한 구조와 조직 운영 방식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사안인 만큼 정부와 농협의 입장 차가 쉽게 좁혀지지 않고 있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림축산식품부와 농협개혁추진단은 농협중앙회장 선출 방식 개편과 감사 기능 독립을 골자로 한 1차 개혁안을 마련하고 입법 절차를 추진하고 있다.
이번 개혁안의 핵심은 조합원 직선제 도입과 농협감사위원회 외부화다. 농협중앙회장 선출 과정의 대표성을 높이고, 내부 감사 기능을 중앙회로부터 분리해 독립성과 투명성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농협개혁추진단은 이번 개혁안을 '농협중앙회 지배구조와 내부통제 개선을 위한 1단계 개혁'으로 규정하고 있다. 실제로 농식품부와 추진단은 조합원 참여 확대와 감사 기능 독립을 이번 개혁의 양대 축으로 제시하며 관련 농협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조합원 직선제 전환에는 정부와 농협 모두 큰 틀에서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전해진다. 현행 선거 방식이 농협중앙회장 선출의 대표성을 충분히 담보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이어져 온 만큼 선출 구조를 조합원 중심으로 바꿔야 한다는 인식에는 견해차가 크지 않다는 평가다. 농협 측도 직선제 전환 자체에 대해서는 수용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문제는 농협감사위원회 외부화다. 추진단은 현재 농협중앙회 내부 조직인 감사 기능을 중앙회로부터 분리한 독립 감사기구 형태로 운영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를 통해 중앙회와 금융·경제지주, 계열사, 회원조합 등에 대한 감사를 보다 독립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추진단은 감사 기능이 농협중앙회 내부에 남아 있을 경우 인사와 사업, 회원조합 관리 등 중앙회 경영 전반을 실질적으로 견제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보고 있다. 농협중앙회가 금융과 경제사업을 아우르는 거대 조직인 만큼 내부통제 기능을 독립적으로 운영해야 지배구조 개선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판단이다.
특히 농협중앙회는 농협금융지주와 경제지주를 정점에서 관리하는 구조인 만큼 감사 기능 독립은 단순 내부통제 강화 차원을 넘어 중앙회 권한 분산을 상징하는 조치로 평가받는다.
농협 측은 이에 반대하고 있다. 감사 기능의 독립성 강화 필요성에는 공감하더라도 별도 외부감사위를 신설할 경우 조직과 비용 부담이 과도하게 커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농협 측은 현재 300명 수준인 감사 인력이 외부감사위 체제로 전환될 경우 최대 800~900명 수준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른 인건비와 운영비 부담도 크게 확대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또 농협 내부에서는 감사 기능을 중앙회 밖으로 분리하는 방안이 협동조합의 자율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하고 있다.
반면 농림축산식품부와 추진단은 감사위 외부화가 1차 개혁안의 핵심인 만큼 물러서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원승연 농협개혁추진단 공동단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조합원 직선제와 감사위원회 외부화는 이번 개혁안의 가장 핵심적인 두 가지 과제"라며 관철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특히 추진단 측은 농협감사위원회 독립으로 인한 인력 증가 규모가 농협 주장만큼 크지 않을 수 있으며, 감사 대상 범위와 조직 운영 방식에 따라 비용 부담도 달라질 수 있다는 입장이다.
직선제만 도입하고 감사 기능 독립이 빠질 경우 농협 개혁의 실효성이 반감될 수 있다는 게 정부 측 논리다. 중앙회장 선출 방식 개선이 대표성 강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면 독립 감사 기구는 농협중앙회의 권한 행사와 내부 운영을 견제하는 장치라는 점에서 두 과제가 함께 추진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견이 좁혀지지 않으면서 1차 개혁안 입법 일정도 지연되는 모습이다. 당초 추진단은 관련 법 개정 논의를 신속히 마무리한다는 계획이었지만 농협과 정부가 외부감사위 신설 여부를 두고 접점을 찾지 못하면서 조율 작업이 길어지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직선제는 비교적 명분이 분명하고 농협도 수용 의사를 보인 만큼 큰 충돌 지점은 아니다"며 "핵심 쟁점은 감사 기능을 중앙회 권한 구조에서 얼마나 독립시킬 수 있느냐에 있다"고 말했다.
이어 "외부감사위 신설이 무산된다면 개혁안은 선거제 개편 수준에 머물 수 있지만, 반대로 도입된다면 중앙회의 기존 권한 구조와 내부통제 체계에 상당한 변화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업계에서는 이번 논란이 단순히 감사기구 신설 여부를 둘러싼 갈등이 아니라 농협중앙회에 집중된 권한을 어디까지 분산할 것인지를 둘러싼 힘겨루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결국 감사 기능 독립 여부가 향후 농협 지배구조 개편의 방향성을 가를 첫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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