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강울 기자] 신한금융지주가 롯데손해보험 인수에서 주목한 것은 낮아진 몸값만이 아니다. 보험 판매가 지금보다 늘어나지 않아도 연간 1000억원 안팎의 보험손익을 확보할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과거 투자손실을 추가로 반영하고 보험계약마진(CSM)을 조정하더라도 이익을 낼 수 있다는 판단이다. 여기에 그룹 편입 이후 영업 정상화와 신한EZ손해보험 합병 효과까지 더해지면 당초 추정보다 수익성을 높일 여지도 있다고 보고 있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은 전날 JKL파트너스 측이 보유한 롯데손보 지분 77.04%를 6933억원에 인수하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매도자의 당초 기대가격을 크게 밑도는 금액에 거래가 성사되면서 신한금융이 가격 협상에서 유리한 결과를 얻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신한금융이 인수를 결정한 배경에는 가격 경쟁력과 함께 롯데손보의 기존 보험계약에서 안정적인 이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판단이 자리 잡고 있다. 신한금융은 롯데손보의 연간 보험손익을 약 1000억원으로 추정했다. 지난해 270억원이었던 보험손익이 올해 상반기 537억원으로 개선된 가운데, 연말 예정된 계리가정 조정까지 반영해도 연간 1000억원 수준의 이익을 유지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보험손익은 연간 1000억원 정도로 전망하고 있으며 올해 말 있을 계리적 가정 조정도 반영했다”고 밝혔다.
이러한 이익 전망을 뒷받침하는 것은 장기보장성보험을 중심으로 확보한 보험계약마진(CSM)이다. CSM은 보험계약에서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미래 이익을 현재 가치로 평가한 것으로, 보장기간에 걸쳐 상각되면서 보험손익에 반영된다. 신한금융은 롯데손보가 현재의 판매 규모를 유지하더라도 연간 약 4000억원의 신계약 CSM을 확보할 수 있다고 추정했다.
연간 CSM 상각액을 약 2000억원으로 가정하면 신규 계약에서 확보하는 미래 이익이 기존 계약에서 인식하는 이익을 웃도는 구조다. 신한금융은 이를 바탕으로 인수 과정에서 조정되는 CSM 잔액을 향후 2~3년 안에 약 2조원 수준으로 회복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롯데손보의 올해 상반기 말 CSM은 약 2조2000억원이지만, 신한금융은 원칙모형 적용과 할인율 현실화 등 계리가정 변경을 반영하면 약 1조2000억원 수준으로 낮아질 수 있다고 추산했다. 인수 이후 신규 계약을 통해 CSM을 다시 쌓아 올리는 것이 중장기 수익성 확보의 핵심인 셈이다.
눈여겨볼 대목은 신한금융이 이러한 전망을 세우면서 신규 보험 판매 증가를 전제로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신한금융은 신계약 판매 지표인 월납보험료가 과거 약 300억원에서 최근 약 210억원 수준으로 줄어든 상황을 반영해 향후 5년간 현재 판매 규모가 유지된다고 가정했다. 영업 회복에 따른 추가 판매 없이도 지난해 신계약 CSM 4122억원과 비슷한 수준의 미래 이익을 확보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그룹 편입 후 영업력이 개선될 여지는 있지만 추정에는 향후 5년간 현재 수준을 유지하는 것으로 보수적으로 가정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판매량을 늘려 이익을 키우기보다 기존 영업 규모에서 확보할 수 있는 수익성을 인수 가치에 반영했다는 의미다. 반대로 그룹 편입 이후 판매가 회복되면 당초 손익 추정에 포함하지 않은 추가 이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계산도 가능하다.
보험업계에서는 신한금융의 이러한 판매 가정과 별개로 롯데손보의 영업력 회복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해 금융당국과의 갈등과 매각 불확실성으로 위축됐던 법인보험대리점(GA) 판매가 신한금융 편입을 계기로 정상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경영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신규 계약이 늘어나면 신한금융이 추정한 규모보다 많은 CSM을 확보할 여지가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신한 입장에서는 인수 이후 판매를 늘릴 수 있다고 기대하면서도 손익 추정은 현재 수준을 유지하는 것으로 잡은 것”이라며 “당국과의 갈등이나 매각 과정에서 위축됐던 GA 판매가 신한 편입으로 불확실성이 해소되면 다시 늘어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보험영업과 함께 투자 부문의 손실 부담을 정리하는 것도 신한금융이 기대하는 수익성 개선 요인이다. 롯데손보는 과거 해외 대체투자에서 발생한 손실이 투자손익을 압박해왔다. 신한금융은 기존 투자자산에서 추가로 발생할 수 있는 손실 약 1700억원을 반영한 이후에는 투자손익이 흑자 흐름을 유지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과거 투자 부실을 인수 가치에 반영해 향후 손익 변동 요인을 줄이고, 보험영업에서 창출하는 이익이 투자손실로 상쇄되는 구조를 개선하겠다는 판단이다. 신규 투자수익을 공격적으로 늘리기보다 기존 부실을 정리하는 데 초점을 맞춘 셈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롯데손보는 해외 대체투자 손실을 상당 부분 반영한 상황”이라며 “과거 투자에서 발생한 손실을 정리하는 성격으로 보고 추가 예상 손실까지 반영한 이후의 이익체력을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룹 편입과 신한EZ손보 합병에 따른 추가 이익도 기대하고 있다. 신한금융은 채권 등 자산의 재평가에 따른 연결조정 효과를 세후 연간 300억원 이상으로 추정했다. 신한EZ손보와의 합병 과정에서 계리가정 변경과 중복비용 절감 등을 통해 확보할 수 있는 효과는 연간 150억~200억원으로 예상했다. 이는 기존 롯데손보의 보험영업과 투자 부문에서 발생하는 손익 외에 그룹 편입 과정에서 추가로 확보할 수 있다고 판단한 이익 요인이다.
상품 운영 측면에서도 두 회사의 경험을 결합할 여지가 있다. 신한EZ손보는 주력 상품인 품질보증 연장보험(EW)에서 예상보다 많은 손실이 발생하며 수익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다. 반면 롯데손보는 하이마트 등을 통해 해당 상품을 판매하면서 관련 상품 운영 경험을 축적해왔다.
보험업계 다른 관계자는 “롯데손보는 하이마트 등을 통해 EW를 판매하며 운영 경험을 쌓아 해당 상품에 강점이 있는 회사로 평가받는다”며 “합병 이후 이러한 경험을 활용하는 시너지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이러한 계산의 전제가 되는 신계약 수익성과 투자손익 개선이 실제로 유지돼야 한다는 점이다. 특히 계리가정 조정으로 줄어드는 CSM을 예상대로 회복하려면 신규 계약의 수익성뿐 아니라 보험금 지급과 사업비 관리도 뒷받침돼야 한다. 과거 투자 부실을 정리한 이후 투자손익이 안정되고 합병에 따른 비용 절감까지 실현될지가 신한금융의 롯데손보 인수 성과를 좌우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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