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쫓기는 JKL, 느긋한 신한…롯데손보 매각 '갑을' 바뀌나
이세정 기자
2026-08-21 10:00:00
인수대금 외 공개매수·자본확충 비용 부담…조기 매각 압박에 매수자 우위 '뚜렷'
이 기사는 2026-08-20 17:30:53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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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손해보험 매각 주요 타임라인. (그래픽=오현영 기자)

[딜사이트 이세정 기자] 신한금융그룹이 롯데손해보험 인수 유력 후보로 부상하고 있지만, 정작 신한금융은 거래를 서두르지 않는 분위기다. 경쟁 후보였던 한국투자금융지주가 KDB생명보험 인수로 방향을 틀면서 가격 경쟁을 벌일 상대가 사실상 사라진 데다, 롯데손보 인수만으로 KB금융과의 순이익 격차를 뒤집기도 쉽지 않아서다. 여기에 완전자회사 편입과 인수 이후 자본 확충까지 감안하면 실제 투입해야 할 자금은 인수가격을 크게 웃돌 수 있다. 유효 경쟁자가 등장하지 않는 한 가격을 높일 이유가 없는 신한금융 쪽으로 롯데손보 매각전의 협상 주도권이 기울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투자금융지주는 지난 13일 KDB생명보험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구체적인 인수 가격은 매도자인 산업은행과의 협상을 거쳐 결정될 예정이지만, 시장에서는 거래대금과 인수 이후 자본 확충을 합쳐 한투지주가 최대 1조5000억원 안팎의 자금을 투입해야 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이에 따라 한투지주가 롯데손보 인수전에서는 사실상 발을 뺄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대규모 자금이 필요한 KDB생명 인수를 동시에 추진하면서 또 7000다른 보험사 M&A에 나서기는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당초 롯데손보 인수전은 신한금융과 한투지주의 2파전으로 좁혀지는 분위기였다. 롯데손보 지분 77.04%를 보유한 최대주주 빅튜라(JKL파트너스 산하 SPC)는 2019년 총 7300억원 상당의 지분 인수와 유상증자를 거쳐 지금의 지분율을 구축했다.


JKL파트너스는 원매자들과의 개별 협상 과정에서 매각 희망가를 2조원에서 1조원 안팎으로 낮췄지만, 신한금융과의 개별 협상은 결렬됐다. 이런 상황에서 한투지주까지 KDB생명 인수로 방향을 잡으면서 롯데손보를 인수할 수 있는 유력 후보로는 신한금융이 사실상 홀로 남게 됐다.

JKL파트너스와 신한금융 사이의 핵심 쟁점은 가격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이 제시한 롯데손보 희망 인수가는 약 7000억원으로 전해진다. JKL파트너스가 기대하는 1조원 안팎과 상당한 격차가 있는 셈이다. 신한금융 역시 공식 석상에서 가격을 높여가며 거래를 성사시키지는 않겠다는 입장을 내비쳐왔다.


장정훈 신한금융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올해 상반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가격을 둘러싼 이해관계자 간 합의가 쉽지 않다는 점을 짚으며 "절묘한 합의점을 찾아가는 과정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롯데손보뿐 아니라 어떤 매물이 도움이 될지 다양하게 검토 중"이라며 롯데손보 인수 자체가 반드시 성사시켜야 할 거래는 아니라는 점을 시사했다.


롯데손해보험 전경. (제공=롯데손해보험)

신한금융이 가격 협상에서 보수적인 태도를 유지하는 배경에는 롯데손보 인수에 따른 실익이 제한적이라는 판단이 깔려 있다. 신한금융은 ‘리딩 금융그룹 탈환’을 목표로 비은행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말 기준 국내 금융지주 리딩그룹인 KB금융의 순이익은 3조9270억원이며, 신한금융은 이보다 4312억원 적은 3조4958억원을 기록했다.


반면 같은 기간 롯데손보는 185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롯데손보를 인수해 보험 포트폴리오를 강화할 수는 있지만 현재 실적만 놓고 보면 KB금융과의 격차를 단숨에 좁힐 ‘게임 체인저’로 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인수 가격을 높여가면서까지 거래를 성사시켜야 할 유인이 크지 않은 이유다.


인수가격 외에 추가로 투입해야 할 자금도 적지 않다. 신한금융이 롯데손보를 완전자회사로 만들려면 JKL파트너스 측 지분 77.04%를 인수하는 데 그치지 않고 호텔롯데와 소액주주, 우리사주조합 등이 보유한 잔여 지분도 추가로 확보해야 한다. 올해 상반기 말 기준 이들이 보유한 지분은 22.29%(6917만5520주·자사주 제외)다.


20일 종가 2025원을 단순 적용하면 잔여 지분 가치는 약 1400억원이다. 공개매수 과정에서 시장가격 대비 20%의 프리미엄을 적용한다고 가정하면 필요한 자금은 약 1680억원으로 늘어난다. 실제 공개매수 가격과 방식에 따라 규모는 달라질 수 있지만, 완전자회사화를 추진할 경우 최초 경영권 지분 인수가격 외에 상당한 추가 비용이 발생하는 구조다.


여기에 인수 이후 롯데손보의 자본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자금 투입 가능성도 있다. 롯데손보의 상반기 말 잠정 총 지급여력(K-ICS·킥스) 비율은 161.9%지만 기본자본 킥스 비율은 -5.4%에 그쳤다. 기본자본 킥스 비율을 50% 이상으로 유지하도록 하는 규제 도입을 앞두고 있는 만큼 총자본 규모뿐 아니라 자본의 질을 개선해야 할 필요성이 크다. 신한금융이 롯데손보를 인수할 경우 거래 종결 이후에도 추가적인 자본 투입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운 셈이다.


이처럼 경영권 지분 인수대금에 완전자회사 편입 비용과 자본 확충 부담까지 더하면 신한금융이 롯데손보에 실제 투입해야 할 자금은 최초 인수가격을 상당폭 웃돌 수 있다. 롯데손보가 당장 그룹 순이익을 크게 끌어올릴 수 있는 매물도 아닌 만큼 신한금융으로서는 인수가격과 추가 투입자금을 합친 전체 투자비용을 보수적으로 산정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오히려 JKL파트너스가 추진하는 공개매각 전환이 신한금융의 협상력을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JKL파트너스는 이르면 이달 말 롯데손보 M&A를 공개매각 방식으로 전환할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공개매각은 복수 원매자의 경쟁을 유도해 가격을 끌어올리는 수단이지만, 이번 거래에서는 유효 경쟁자가 나타나지 않을 경우 반대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


한투지주가 이탈한 자리를 채울 제3의 원매자가 나타나지 않는다면 신한금융으로서는 가격을 높여 제시할 유인이 없다. 반대로 JKL파트너스는 금융당국에 제출한 경영개선계획에 따라 매각을 추진해야 하는 만큼 거래 장기화에 대한 부담을 안고 있다. 이미 신한금융과의 비공개 개별 협상이 가격 차이로 결렬됐다는 점도 향후 잠재 원매자들의 가격 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시장에서는 공개매각의 성패 역시 ‘신한금융과 경쟁할 후보를 끌어들일 수 있느냐’에 달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새로운 원매자가 등장하면 JKL파트너스가 다시 가격 경쟁을 유도할 수 있지만, 경쟁 구도가 만들어지지 않으면 매각을 서둘러야 하는 JKL파트너스와 기다릴 수 있는 신한금융 사이의 협상력 차이가 더욱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롯데손보 매각전이 사실상 매도자 우위에서 매수자 우위로 기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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