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내
기간 설정

신한금융 '오버페이 불가' 원칙, 롯데손보서 또 통했다
차화영 기자
2026-10-14 08:00:00
3년 전 2조~3조 희망가에서 최대 77% 낮아져…협상 결렬에도 가격 고수, 인수 후 증자 부담
이 기사는 2026-10-13 17:54:51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e412adb4-0e43-45a0-baaa-dccf97b62578.png
롯데손해보험 매각 주요 타임라인. (그래픽=챗GPT)

[딜사이트 차화영 기자] 한때 2조~3조원의 몸값을 기대했던 롯데손해보험이 결국 6933억원에 신한금융지주 품으로 들어가게 됐다. 신한금융은 매도자와의 협상이 한 차례 결렬된 뒤에도 인수가격을 높이지 않았다. 롯데손보의 재무건전성 악화와 대체 원매자 부재로 협상 주도권이 매수자에게 기운 상황에서 '오버페이는 없다'는 인수합병(M&A) 원칙을 관철한 셈이다. 다만 지분 인수와 별개로 대규모 자본확충이 필요한 만큼 실제 투자 성과는 인수 이후에 판가름 날 전망이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은 이날 JKL파트너스가 특수목적법인(SPC)을 통해 보유한 롯데손해보험 지분 77.04%를 6933억원에 인수하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주당 인수가격은 2900원으로 전 거래일 종가 2350원보다 23.4% 높다. 지분 100%로 환산하면 롯데손보의 전체 가치는 9000억원 정도로 매겨진 셈이다. 신한금융은 금융당국 승인 등을 거쳐 잔여 지분 22.96%를 추가로 확보한 뒤 신한EZ손해보험과 통합을 추진한다.


이번 거래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대목은 매도자의 희망가격과 실제 계약가격의 차이다. JKL파트너스는 2023년 하반기 매각 작업에 착수할 당시 보유 지분 77.04%에 대해 2조~3조원 수준의 가격을 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2024년 JP모건을 주관사로 진행한 입찰에서는 유력 후보였던 우리금융지주가 본입찰에 불참하면서 거래가 무산됐다. JKL파트너스는 올해 들어 희망가격을 1조원 안팎으로 낮췄다. 최종 계약가격은 최초 희망가격보다 65~77%, 올해 희망가격과 비교해도 약 31% 낮은 수준이다.


신한금융은 롯데손보 인수에 관심을 보이면서도 가격 협상에서 물러서지 않았다. 올해 6월 말 JKL파트너스와 비공개 협상에 들어가면서 7000억원 안팎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JKL파트너스가 롯데손보 인수와 유상증자에 투입한 약 7300억원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양측은 끝내 가격 차이를 좁히지 못했고 협상은 8월 결렬됐다. 그러나 신한금융은 인수가격을 높여 협상을 재개하는 대신 기존 입장을 유지했다. 최종 계약가격 6933억원은 최초 제시가격과 큰 차이가 없다.


신한금융의 '오버페이는 없다'는 원칙이 통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롯데손보의 재무건전성 악화가 자리한다. 롯데손보는 올해 3월 금융위원회로부터 적기시정조치 2단계인 경영개선요구를 받았다. 올해 6월 말 기준 기본자본 지급여력(K-ICS)비율도 -5.4%로 마이너스 상태다. 인수자는 지분 인수와 별도로 대규모 자본확충 부담까지 떠안아야 하는 만큼 롯데손보의 매물로서 매력도는 한층 낮아졌다.

대체 원매자도 나타나지 않았다. 올해 매각 과정에서 신한금융과 경쟁할 것으로 예상됐던 한국투자금융지주는 KDB생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 사실상 발을 뺐다. JKL파트너스는 8월 협상 결렬 이후 공개매각으로 방향을 틀었지만 새로운 원매자를 확보하지 못했다. 롯데손보의 자본 부담이 커지는 사이 인수 경쟁마저 사라지면서 매도자가 가격을 고수하기 어려운 환경이 조성된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신한금융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원하는 가격을 일관되게 주장하며 딜을 성사시켰다"고 말했다. 신한금융이 매도자 측의 가격 인하를 기다릴 수 있었던 것은 인수 필요성과 별개로 자본효율성을 중시하는 M&A 원칙을 유지했기 때문이라는 평가다.


장정훈 신한금융 최고재무책임자(CFO)도 2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보통주자본(CET1)비율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면서 주당순이익(EPS)과 자기자본이익률(ROE)을 개선할 수 있을 때만 M&A를 추진하겠다는 원칙을 밝힌 바 있다. 인수 자체보다 인수 이후 자본효율성과 주주가치 개선을 우선하겠다는 의미다.


신한금융의 이런 협상 방식은 처음이 아니다. 신한금융은 2018년 ING생명(현 신한라이프) 인수 때도 매각 측인 MBK파트너스와 가격 차이가 좁혀지지 않자 계리실사까지 잠정 중단하며 인수를 서두르지 않았다. 당시 ING 상표권 계약 만료가 다가오는 데다 경쟁 매수자도 나타나지 않으면서 신한금융이 협상에서 유리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한때 2조5000억원까지 예상됐던 인수가격은 2조2989억원으로 정해졌다.


반대로 경쟁이 붙은 딜에서는 미련 없이 물러났다. 신한금융은 2019년 롯데캐피탈 매각 때 KB금융지주와 MBK파트너스 등이 뛰어들어 몸값이 치솟을 가능성이 커지자 인수전에서 발을 뺐다. 가격이 맞지 않으면 협상을 중단하고, 경쟁이 과열되면 인수를 포기하는 방식이 이번 롯데손보 거래에서도 반복된 셈이다.


눈여겨볼 부분은 가격 협상에서 확보한 이점이 실제 투자 성과로 이어질 수 있느냐다. 신한금융은 잔여 지분 22.96%를 추가로 확보할 계획이다. 이를 최초 계약과 동일한 주당 2900원에 인수한다고 가정하면 지분 100% 확보에 약 9000억원이 들어간다. 여기에 롯데손보의 기본자본 확충을 위한 추가 재원도 투입해야 한다. 6933억원의 인수대금은 기존 주주에게 지급되는 돈으로 롯데손보의 자본을 직접 늘리는 자금은 아니다.


특히 내년부터 기본자본 지급여력(K-ICS) 비율에 대한 규제 기준이 단계적으로 도입되는 만큼 자본확충은 미룰 수 없는 과제다. 신한금융이 낮은 가격에 경영권을 확보했더라도 인수 이후 증자 규모가 커지면 전체 투자비용과 자본효율성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신한EZ손보와의 통합은 향후 자본배분 측면에서 변수가 될 전망이다. 신한금융은 그동안 적자가 이어지는 신한EZ손보에 유상증자를 통해 자본을 수혈해 왔다. 신한금융 편입 이후 2021년 200억, 2022년 800억원, 지난해 1000억원 등 자본 지원이 이어졌다. 통합 이후에는 신한EZ손보에 별도로 자본을 투입할 필요가 줄어드는 만큼 그룹 차원에서 향후 투입할 재원을 롯데손보의 재무건전성 개선에 집중할 여지가 생긴다.


금융권에서는 신한금융이 롯데손보 인수가격을 낮추는 데 성공했지만, 실제 M&A 성과를 입증하려면 추가 자본 투입을 최소화하면서 수익성 회복을 이끌어야 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인수 협상에서 지킨 '오버페이는 없다'는 원칙이 인수 이후에도 유효할지는 롯데손보 정상화에 들어갈 자금과 투자수익률에 달린 셈이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