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강울 기자] 롯데손해보험 매각이 이르면 이달 말 공개매각으로 전환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JKL파트너스가 새로운 인수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올해 2분기 롯데손보의 자본 여건이 개선되면서 인수자의 추가 자금 부담은 줄었지만 유력 후보로 꼽혀온 한국투자금융지주가 KDB생명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는 등 잠재 원매자군은 오히려 좁아졌기 때문이다. 공개매각을 통해 인수 후보 간 경쟁을 유도하려는 JKL파트너스로서는 신한금융지주와 경쟁할 새로운 원매자를 확보할 수 있느냐가 매각 성패를 가를 변수로 떠올랐다.
1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롯데손보 대주주인 JKL파트너스는 삼정KPMG를 매각주관사로 선정하고 롯데손보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앞서 유력 인수 후보로 꼽힌 신한금융지주와 수의계약 방식으로 협상을 진행했지만 인수가격 등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협상이 결렬됐다.
JKL파트너스는 이에 공개매각으로 방향을 틀어 이르면 이달 말, 늦어도 9월 초께 매각 절차를 시작할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금융과의 일대일 협상에서 접점을 찾지 못한 만큼 복수 후보의 참여를 유도해 경쟁구도를 형성하고 매각가격과 조건을 다시 확인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신한금융은 손해보험 계열사인 신한EZ손해보험의 규모가 작은 만큼 롯데손보를 인수할 잠재 후보로 꾸준히 거론됐다. 그러나 인수가격뿐 아니라 인수 이후 필요한 자본 확충 규모 등을 검토한 결과 JKL파트너스와 가격에 대한 접점을 찾지 못했다. JKL파트너스는 1조원 이상의 매각가격을 기대하는 반면 신한금융이 판단한 적정 가격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수의계약 협상은 결렬됐지만 신한금융의 공개매각 참여 여부는 아직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공개매각 일정이 구체화되고 있지만 정작 경쟁입찰의 전제가 되는 원매자 확보 여건은 이전보다 녹록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롯데손보를 비롯해 보험사 매물이 나올 때마다 유력 후보로 이름을 올렸던 한국투자금융지주는 최근 KDB생명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기 때문이다.
한투지주가 KDB생명 인수를 마무리하면 그동안 그룹 포트폴리오에서 빠져 있던 보험업에 진출하게 된다. KDB생명 인수대금뿐 아니라 향후 자본확충에 추가 자금이 투입될 가능성까지 고려하면 단기간에 롯데손보 인수전에 다시 뛰어들 전략적 유인은 이전보다 낮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롯데손보 공개매각 과정에서 신한금융과 가격 경쟁을 벌일 수 있는 유력 후보 하나가 사실상 멀어진 셈이다.
다른 금융그룹에서도 뚜렷한 후보를 찾기는 쉽지 않다는 평가다. 보험사 매물이 나올 때마다 잠재 인수 후보로 거론됐던 태광그룹은 이미 흥국화재를 보유하고 있어 추가로 손해보험사를 인수할 유인이 크지 않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롯데손보의 매각가격과 인수 후 자본확충까지 감당할 자금력을 갖추면서 손해보험사 인수 필요성까지 가진 금융그룹으로 범위를 좁히면 현실적인 후보군은 더욱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원매자군이 좁아진 것과 달리 매물 자체의 자본 여건은 이전보다 개선됐다. 롯데손보 인수의 최대 걸림돌 가운데 하나로 꼽혀온 추가 자본 부담이 올해 2분기 들어 상당폭 줄었기 때문이다. 롯데손보는 매각가격과 별도로 취약한 기본자본을 보강하는 데 대규모 자금이 필요해 원매자의 참여가 제한돼 왔다. 인수자는 JKL파트너스가 보유한 지분을 사들이는 데 드는 자금뿐 아니라 인수 이후 필요한 자본 확충 비용까지 부담해야 하는 구조다.
지난 6월 말 롯데손보의 잠정 기본자본은 마이너스(-)910억원으로 3월 말 -3509억원보다 2598억원 증가했다. 같은 기간 기본자본 지급여력(K-ICS)비율도 -21.4%에서 -5.4%로 16.0%포인트 상승했다.
이에 기본자본 K-ICS비율을 50%까지 끌어올린다고 가정할 경우 필요한 자금 규모도 크게 줄었다. 각 분기 요구자본을 기준으로 단순 계산하면 필요한 기본자본 확충액은 1분기 약 1조3700억원에서 2분기 약 9300억원으로 감소한다. 한 분기 만에 약 4400억원 줄어든 규모다. 인수자 입장에서는 롯데손보 인수 이후 투입해야 할 추가 자금 부담이 그만큼 낮아진 셈이다.
순자산도 6월 말 9935억원으로 3월 말보다 2888억원 증가했다. 기본자본과 기본자본 K-ICS비율에 이어 순자산도 개선되면서 롯데손보의 장부상 자본 여건은 전반적으로 나아졌다는 평가다.
자본 부담이 줄었어도 롯데손보 인수에 필요한 전체 자금은 여전히 상당하다. JKL파트너스가 기대하는 매각가격이 1조원을 웃도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기본자본 K-ICS비율 50%를 맞추는 데 필요한 약 9300억원을 단순 합산하면 인수자가 부담해야 할 전체 자금은 2조원에 육박한다. 자본확충 필요액이 한 분기 만에 약 4400억원 줄었음에도 신규 원매자가 선뜻 인수전에 뛰어들기에는 부담스러운 규모다.
신한금융과 JKL파트너스가 개별 협상에서 접점을 찾지 못한 배경에도 이 같은 총자금 부담이 자리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인수자가 부담해야 하는 비용은 JKL파트너스에 지급하는 구주 인수대금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인수 이후 롯데손보의 기본자본을 보강하는 데 투입할 자금까지 포함하기 때문이다. 롯데손보의 자본 여건이 개선됐어도 매도자와 인수자 사이의 기업가치에 대한 눈높이 차이를 좁히는 데는 한계가 있었던 셈이다.
최근 자본 개선의 지속 여부도 변수로 남아 있다. 2분기 자본 증가는 보험계약 관련 기타포괄손익 증가 등 금융시장 변수의 영향을 받은 측면이 있다. 시장금리 변화는 보험부채와 자산가치에 동시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향후에도 같은 폭의 자본 개선이 이어질지는 불확실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현재 매각가격과 추가 자본 부담을 감수하면서 롯데손보 인수에 나설 후보가 많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2분기 들어 기본자본이 개선되면서 인수자가 부담할 추가 출자 규모가 줄어든 점은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향후 시장금리 움직임에 따라 자본 부담이 추가로 완화될지가 공개매각의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공개매각 전환을 JKL파트너스가 신한금융 외 잠재 원매자의 등장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내린 결정으로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또 다른 보험업계 관계자는 “실제로 다른 원매자를 찾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 JKL파트너스가 신한금융의 조건을 일부 수용해서라도 협상을 이어갔을 것”이라며 “공개매각을 검토한다는 것은 신한금융 외에도 인수 후보를 확보하거나 더 나은 조건을 제시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권에선 롯데손보의 자본 부담이 이전보다 낮아진 만큼 공개매각의 초점이 매물 자체의 재무 여건보다 새로운 원매자 확보 여부로 옮겨갈 것으로 내다봤다. 신한금융과 가격 경쟁을 벌일 제3의 원매자가 실제 등장하느냐가 JKL파트너스의 공개매각 전략 성패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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