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솜이 기자] OK금융그룹이 예별손해보험 인수 본계약 체결로 보험업 진출에 한발 다가섰지만, 5000억원 넘는 자금을 투입하고도 경영 정상화를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자동차보험 시장에서 사실상 존재감을 잃은 데다 주력인 장기보험을 확대할수록 지급여력 관리 부담이 커질 수 있어서다. 자본확충으로 영업 재개의 발판을 마련하더라도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구축하지 못하면 추가 출자가 반복되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OK금융은 최근 예금보험공사와 예별손보 주식매매계약(SPA)을 맺었다. 향후 금융위원회의 대주주 변경 승인 등 남은 절차와 함께, 실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예별손보의 영업 재개를 위한 준비 작업에 착수할 방침이다.
OK금융이 당장 예별손보를 정상 궤도에 올려놓는 데에만 5000억원 이상을 투입해야 할 것으로 추산된다. 예보의 1조원 이상 지원으로 예별손보의 지급여력(K-ICS·킥스)비율을 규제 수준에 근접하게 끌어올리더라도, 정상적인 영업을 뒷받침할 추가 자본확충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당초 OK금융은 예별손보 인수 후 3년간 4000억원을 투입하는 로드맵을 수립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올해 상반기 예별손보의 실적 악화로 계획보다 1100억원 이상의 자금이 더 필요해진 상황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이에 따라 예상 자본투입 규모는 5100억원 이상으로 불어났다.
예별손보의 취약한 기초체력은 수치로도 여실히 드러난다. 올 상반기 말 예별손보의 경과조치 후 킥스비율은 마이너스(-)41.80%로 집계됐다. 예보기금 1조원이 가용자본으로 전액 인정되고 요구자본에 변동이 없다고 가정하면 킥스비율은 96.73%까지 상승한다. 그러나 법정 기준인 100%에도 3.27%포인트 못 미치며, 금융당국 권고 수준인 130%와는 33.27%포인트의 격차가 남는다.
예보기금 지원만으로는 규제 기준을 충족하기도 어려운 셈이다. 여기에 신규 영업을 위한 자본 여력까지 확보하려면 OK금융의 추가 출자가 불가피하다. 문제는 초기 자본확충으로 지급여력 문제를 해소하더라도 예별손보의 수익 기반까지 되살릴 수 있을지는 별개의 문제라는 점이다.
예별손보는 지난해 5월 신규 영업을 중단한 이후 고객 기반 확대에 제약을 받아왔다. 영업을 재개하더라도 기존 고객층을 유지하는 동시에 신규 계약을 확보해야 하지만, 현재 사업 포트폴리오만으로는 단기간에 유의미한 수요를 끌어들이기 쉽지 않다는 평가다.
손보사들이 고객 접점 확대 수단으로 활용하는 자동차보험 분야에서도 예별손보의 입지는 미미한 실정이다. 실제 올 상반기 말 예별손보의 자동차보험 시장점유율은 -0.01%로 집계됐다. 원수보험료 자체가 마이너스를 기록하면서 시장점유율도 마이너스로 나타났다. 일부 기간 정상 영업이 이뤄졌던 2025년 상반기에도 점유율은 0.05%에 불과했다. 신규 영업 중단 이전부터 자동차보험 시장에서 경쟁력이 취약했던 셈이다.
영업 재개 이후 자동차보험을 통해 고객 기반을 확대하기도 쉽지 않다. 자동차보험 시장은 삼성화재·DB손해보험·현대해상·KB손해보험 등 대형 4개사가 주도하고 있다. 후발주자가 기존 가입자를 확보하려면 보험료 경쟁력뿐 아니라 보상 인력과 사고 처리 인프라를 갖춰야 하는데, 이를 구축하는 데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필요하다. 손해율 변동에 따른 수익성 부담까지 고려하면 예별손보가 자동차보험을 정상화의 주력 사업으로 삼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관측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MG손보 시절에도 자동차보험 시장점유율은 0.2% 수준에 그쳤고, OK금융그룹 체제에서도 해당 사업에 힘을 주기는 녹록지 않은 게 현실"이라며 "영업 재개 초반에는 기존 역량을 살려 장기보험 사업에 집중하는 방향으로 흘러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예별손보가 영업 활로를 마련하려면 기존 역량을 살려 장기보험에 집중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이미 사업구조상 장기손해보험 의존도가 높은 데다, 과거 MG손보로 운영되던 당시 '건강명의' 브랜드를 앞세워 암보험 등 관련 상품군으로 인지도를 쌓은 경험이 있어서다. 올 상반기 말 예별손보의 보험계약마진(CSM)은 4858억원으로, 이 가운데 무배당상해 부문이 전체의 81.2%인 3946억원을 차지했다.
기존 보험계약에서 확보한 CSM은 장기보험 중심의 사업 기반이 남아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그러나 보유계약에서 발생한 CSM이 신규 계약 확보 능력까지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신규 영업 중단으로 약화된 판매 기반을 복원하고 수익성 있는 계약을 다시 확보해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
장기보험 사업 확대를 가로막는 또 다른 걸림돌은 예별손보에 남아 있는 '부실 금융기관' 이미지다. 장기보험은 계약 유지 기간이 길고 보험금 지급이 장기간에 걸쳐 이뤄지는 만큼 보험사의 재무 건전성과 지급능력에 대한 신뢰가 중요하다. 과거 부실금융기관 지정과 영업 중단 이력을 안고 있는 예별손보로서는 상품 경쟁력을 확보하는 동시에 고객 신뢰까지 회복해야 하는 이중 부담을 떠안은 셈이다.
판매채널 재구축에 따른 비용 부담도 만만치 않다. 영업 재개 이후 마케팅비를 비롯해 계약 모집·관리 비용 등 사업비 지출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특히 신규 계약 확보를 위해 모집수수료 등 초기 사업비가 집중될 경우 외형 확대가 곧바로 이익 증가로 이어지기는 어렵다. 기존 계약의 수익성을 유지하면서 신규 계약에서 충분한 이익을 확보해야 하는 이유다.
더 큰 문제는 장기보험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지급여력 관리 부담이 다시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예별손보가 장기보험 상품 판매를 늘리면 요구자본(지급여력기준금액) 구성 항목인 생명·장기손해보험위험액과 운영위험액도 증가할 수 있다. 신규 계약에서 창출하는 가용자본 증가 속도가 요구자본 증가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면 킥스비율이 다시 하락하는 구조다.
특히 예별손보는 올 상반기 말 기준 킥스비율이 마이너스에 머물러 있어 영업 확대에 따른 자본 부담을 자체적으로 흡수할 여력이 부족하다. 신규 계약 확대에 따른 요구자본 증가와 사업비 부담을 자체적으로 감당하지 못하면 OK금융의 추가 출자가 불가피해질 수 있다. 이미 예상 투자 규모가 당초 계획보다 1100억원 이상 늘어난 상황에서 영업 재개 이후에도 자금 투입이 반복될 경우 인수에 따른 재무 부담은 더욱 커질 수 있다.
보험업계 일각에서는 예별손보의 정상화가 지연될수록 OK금융의 종합금융그룹 도약 구상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보험업 진출을 계기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려는 전략이지만, 예별손보에 반복적으로 자금을 투입하면 다른 신사업과 인수합병(M&A)에 활용할 투자 여력이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인수 당시 수립한 정상화 계획의 적정성과 사후 경영관리 역량도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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