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솜이 기자] OK금융그룹이 예별손해보험 인수 자금을 외부 차입 없이 전액 자체 조달하기로 하면서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인수 주체인 OK넥스트에 3조원에 육박하는 이익잉여금이 쌓여 있는 데다, 그룹 캐시카우인 OK저축은행의 배당과 계열사 간 자금 이동을 통해 인수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시장에선 OK저축은행이 풍부한 자본 여력을 바탕으로 대규모 배당금을 마련하고, 해당 자금이 OK홀딩스대부를 거쳐 OK넥스트로 유입돼 인수 재원을 뒷받침하는 시나리오가 유력하게 거론된다. 예별손보 인수를 계기로 종합금융그룹 체제를 완성하겠다는 중장기 전략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OK금융그룹은 OK넥스트에 축적된 이익잉여금을 기반으로 예별손보 인수 자금을 마련할 방침이다. 앞서 OK넥스트는 예별손보 공개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으며, 협상이 마무리되면 이르면 3분기 중 예금보험공사와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인수 대금뿐 아니라 인수 이후 경영 정상화를 위한 추가 자금까지 감안하면 수천억원 규모의 자체 자금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예보가 최대 1조원 안팎의 기금을 지원하더라도 부족한 자본은 OK금융이 직접 투입해야 하기 때문이다. 앞서 OK금융은 본입찰 과정에서 예보기금 지원 요청액으로 1조1500억원 이내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예별손보의 건전성 지표만 보더라도 추가 자본확충은 불가피하다는 평가다. 올해 1분기 말 예별손보의 지급여력(K-ICS·킥스)비율은 마이너스(-) 13%를 기록했다. 업계에서는 금융당국 권고 수준인 130%를 맞추기 위해 약 1조1900억원의 자본확충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한다. 예보기금이 1조원 규모로 지원되고 전액 가용자본으로 인정된다는 전제에서도 약 1900억원은 OK금융이 자체적으로 마련해야 한다는 계산이다.
이처럼 상당한 자금이 필요한 상황에서도 OK금융이 외부 차입을 검토하지 않는 배경에는 OK넥스트의 풍부한 내부 유보금이 있다. 지난해 말 연결 기준 OK넥스트의 이익잉여금은 2조9124억원으로, 인수금융을 일으키지 않고도 재무적 대응이 가능한 수준이라는 설명이다.
믈론 이익잉여금 자체가 곧바로 현금인 것은 아니다. 시장에서는 실제 인수 자금은 그룹 내부 배당과 차입금 상환 등을 통해 OK넥스트로 집결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OK금융그룹의 지배구조는 'J&K캐피탈→OK넥스트→OK홀딩스→OK저축은행'으로 이어진다. 최윤 회장은 J&K캐피탈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으며, J&K캐피탈 자회사인 OK넥스트는 OK홀딩스 지분 40.3%를 보유한 핵심 주주다. OK홀딩스는 OK저축은행과 OK캐피탈 등 국내 금융 계열사를 거느리는 중간 지주사 역할을 맡고 있다.
시장에서는 그룹의 캐시카우인 OK저축은행이 인수 자금 조달의 핵심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고 있다. OK저축은행이 배당을 실시하면 해당 자금이 OK홀딩스를 거쳐 OK넥스트로 이동하는 방식이다.
가장 현실적인 시나리오는 OK홀딩스가 OK넥스트로부터 빌린 차입금을 상환하는 구조다. 지난해 말 기준 OK홀딩스가 OK넥스트에 상환해야 할 차입부채는 9300억원에 달했다. OK저축은행으로부터 받은 배당금을 차입금 상환에 활용하면 그만큼 OK넥스트의 현금이 늘어나 인수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OK저축은행의 배당 여력도 충분한 편이다. 앞서 OK저축은행은 지난 5월 OK홀딩스를 대상으로 4000억원 규모의 중간배당을 실시했다. 배당 이후에도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은 14%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감독당국 최소 기준인 8%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배당 직전인 올해 1분기 말 BIS 자기자본비율은 16.80%였다.
이번 배당은 2014년 OK저축은행 출범 이후 처음 실시된 중간배당이라는 점에서도 주목을 받았다. OK금융에 따르면 OK홀딩스는 배당금 가운데 3000억원을 OK저축은행이 보유한 금융지주 주식을 블록딜(시간 외 대량매매) 방식으로 매입하는 데 사용하고, 나머지 1000억원은 신사업 투자와 차입금 상환 등에 활용하기로 했다. 이는 저축은행의 유가증권 보유 한도 규제에 대응하면서 그룹 내 자본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OK금융은 예별손보 인수를 계기로 종합금융그룹 체제 구축에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저축은행 인수 이후 그룹의 모태였던 대부업에서 단계적으로 철수하며 제도권 금융 중심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편해 온 만큼, 손해보험업까지 사업 영역을 확대해 은행·캐피탈·저축은행에 이어 보험업까지 갖춘 금융그룹으로 도약하겠다는 구상이다.
OK금융그룹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인 인수자금 조달 경로를 논의할 단계는 아니다"라며 "다만 OK넥스트의 이익잉여금을 재원으로 활용하는 데 전혀 문제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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