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태민 기자] 스마일게이트의 성장에 배우자는 얼마나 기여했을까. 권혁빈 스마일게이트 창업자 겸 최고비전제시책임자(CVO)의 이혼소송이 항소심에 접어들면서 20여년 전 창업 당시 배우자의 역할이 다시 법정의 쟁점으로 떠올랐다. 초기 자본금 출자와 경영 참여 여부를 둘러싼 양측의 주장이 엇갈리는 가운데, 1심이 인정한 35%의 재산분할 비율과 주식 현물분할 방식도 재검토 대상에 올랐다. 항소심 판단에 따라 약 2조5500억원의 재산분할 규모는 물론 권 CVO가 유지해 온 스마일게이트의 단독주주 체제까지 달라질 수 있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권혁빈 스마일게이트 창업자 겸 최고비전제시책임자(CVO)와 배우자 이모씨는 지난달 서울가정법원의 이혼 및 재산분할 판결에 각각 항소했다. 권 CVO는 이혼 성립과 재산분할 판단 모두에 불복했고, 이씨 측은 재산분할 부분에 이의를 제기했다.
앞서 서울가정법원 가사합의3부는 지난달 9일 이씨의 이혼 청구를 받아들이면서 권 CVO가 보유한 스마일게이트 주식 35%와 현금 650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법원이 평가한 주식 가치는 약 7조1049억원으로, 이씨에게 이전할 지분의 가치는 약 2조4867억원에 달한다. 현금을 포함하면 전체 재산분할 규모는 약 2조5517억원이다. 재판부는 재산 형성 기여도를 권 CVO 65%, 이씨 35%로 인정했다.
양측이 모두 항소하면서 1심이 판단한 재산 형성 기여도와 분할 방식이 다시 심리 대상에 올랐다. 특히 배우자의 창업 기여도를 둘러싼 공방은 재산분할 비율을 좌우할 핵심 변수로 꼽힌다.
초기 지분 30%의 실체는…출자·경영 기여도 공방
항소심에서 양측의 주장이 가장 첨예하게 맞서는 부분은 2002년 스마일게이트 설립 당시 이씨의 역할이다. 이씨가 초기 지분 30%를 보유하고 대표이사와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린 이력이 있지만, 실제 자본금을 출자하고 경영에 참여했는지를 놓고 양측의 입장은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다.
권 CVO 측은 이씨가 회사 설립 당시 자본금을 출자하거나 실제 업무를 수행한 사실이 없다는 입장이다. 별도의 업무 공간이나 급여도 없었던 만큼 임원 등재 이력만으로 실질적인 경영 기여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취지다.
반면 이씨 측은 설립 당시 자본금의 30%를 출자한 공동창업자로서 경영에도 직접 참여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초기 지분 보유와 대표이사·등기이사 이력 등을 근거로 제시하고 있으며, 법인등기부등본과 주주명부 등 관련 자료가 이를 뒷받침한다는 입장이다.
쟁점은 명의상 주주·임원 지위가 실제 창업 기여를 얼마나 뒷받침할 수 있느냐다. 주주명부상 지분 보유가 확인되더라도 실제 출자금의 조달 주체와 납입 경위, 회사 운영에 관여한 정도는 별도의 판단 대상이다. 항소심에서는 당시 자본금 납입 자료와 경영 참여 기록 등이 양측 주장의 신빙성을 가르는 주요 근거가 될 전망이다.
1심 재판부는 이씨가 설립 초기 지분을 보유하고 대표이사 등으로 등재됐던 점을 재산 형성 기여도 산정에 반영했다. 장기간 가사와 자녀 양육을 담당하고 혼인 초기 이씨 가족이 경제적으로 지원한 점도 고려했다. 소송 제기 이후 권 CVO가 회사로부터 거액의 배당금을 받은 사정 역시 판단에 반영했다. 회사 성장 과정에서는 권 CVO의 사업 능력과 경영 판단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보고 기여도를 65%로 인정했다.
이에 따라 항소심에서 이씨의 초기 출자와 경영 참여가 어느 정도 인정되느냐에 따라 재산분할 비율도 달라질 수 있다. 이씨 측이 1심의 재산분할 판단에 불복한 만큼 기여도 산정의 적정성을 둘러싼 공방이 이어질 전망이다.
이혼 성립 여부도 별도의 쟁점이다. 권 CVO 측은 혼인 관계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으로, 소송 제기 이후 발생한 연락 단절과 장기 별거 등을 파탄의 근거로 삼은 1심 판단에 불복했다. 반면 이씨 측은 혼인 관계가 이미 회복하기 어려운 상태라는 입장이다. 항소심에서 이혼 청구가 기각되면 이혼을 전제로 한 재산분할 판단 역시 유지되기 어렵다.
주식 35% 현물분할 쟁점…단독주주 체제 흔들리나
재산 형성 기여도와 함께 항소심의 또 다른 핵심 쟁점은 재산분할 방식이다. 1심은 권 CVO 재산 대부분이 비상장사 주식으로 구성돼 있다는 점을 고려해 현금 대신 주식 자체를 이전하는 현물분할을 택했다.
현물분할이 확정되면 권 CVO가 보유한 스마일게이트 주식의 지분율은 100%에서 65%로 낮아지고 이씨가 35%를 보유하게 된다. 단독주주 체제가 두 주요 주주가 의결권을 나눠 갖는 구조로 전환되는 것이다. 권 CVO 측이 1심 판결로 기업의 주요 의사결정에 불확실성이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배경이다.
특히 35% 지분은 주요 경영 의사결정을 제약할 수 있는 수준이다. 권 CVO는 현물분할 이후에도 과반 지분을 유지해 일반적인 주주총회 보통결의와 이사 선임에서는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다. 그러나 정관 변경과 합병·분할, 자본금 감소 등 원칙적으로 특별결의가 필요한 사안에서는 상황이 달라진다.
상법상 특별결의에는 출석 주주 의결권의 3분의 2 이상과 발행주식 총수의 3분의 1 이상 찬성이 필요하다. 양측이 모두 의결권을 행사하는 상황에서 이씨가 반대하면 권 CVO의 65% 지분만으로는 안건을 통과시킬 수 없다. 이씨가 확보할 35% 지분이 사실상 특별결의 저지권으로 작용하는 셈이다.
그룹 지배구조 개편이나 주요 계열사 재편 과정에서 권 CVO가 단독으로 결정할 수 있는 범위가 좁아질 수 있다는 의미다. 현재와 같은 단독주주 체제에서는 발생하지 않았던 주주 간 이해관계 조율이 새로운 경영 변수로 등장할 수 있다.
이씨가 35% 지분을 확보하면 임시주주총회 소집과 주주제안, 회계장부 열람·등사 등 소수주주권도 행사할 수 있다. 회사의 주요 경영 현안에 대한 정보 접근과 의사결정 과정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법적 기반을 갖추게 되는 것이다. 다만 지분 보유만으로 이사나 감사를 자동 선임할 수 있는 것은 아니며, 실제 경영 참여 가능성은 회사 정관과 이사회 구성 등에 따라 달라진다.
현물분할에 따른 지배구조 변화 가능성이 커지면서 항소심에서는 주식 자체를 나누는 방식이 타당한지도 주요 판단 대상이 될 전망이다.
대법원은 지난 5월 비상장주식 재산분할에서 경영에 참여하지 않는 배우자에게 환금성이 낮은 소수지분을 이전하기보다 주식을 경영 배우자에게 남기고 현금으로 정산하는 대상분할을 우선 고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현금 정산으로 경영권 상실이나 과도한 재산상 부담이 발생해 당사자 간 형평을 현저히 해칠 경우 현물분할 등 다른 방식을 검토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실제 해당 사건에서는 현금 정산만 명령한 원심을 파기환송했다.
스마일게이트 사건 역시 현금 정산에 따른 자금조달 부담과 현물분할에 따른 지배구조 변화 사이에서 어떤 방식이 타당한지가 쟁점이다. 권 CVO가 2조원대 재산분할금을 현금으로 지급하려면 보유 주식을 처분하거나 외부 차입 등을 통해 자금을 마련해야 할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현물분할을 유지하면 현금 지급 부담은 줄어들지만 단독주주 체제가 무너지고 주요 의사결정에서 배우자 측의 영향력이 커질 수 있다.
현재 1심 판결이 확정되지 않은 만큼 권 CVO의 지분 구조에는 변화가 없다. 그러나 항소심에서 주식 35% 현물분할 판단이 유지된다면 권 CVO는 과반 지분을 보유하고도 특별결의가 필요한 주요 사안에서 배우자 측의 의사를 고려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이번 항소심이 단순히 2조5500억원의 재산을 어떻게 나눌 것인지에 그치지 않는 이유다. 배우자의 창업 기여도에 대한 법원 판단이 재산분할 비율과 방식은 물론 20년 넘게 이어진 스마일게이트의 단독주주 체제까지 바꿀 수 있다는 점에서 재판 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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